경제

요즘 빅테크 CEO들의 ‘핏’ 전쟁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의 옷차림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옷을 반복해 입는 ‘효율의 상징’이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무대와 상황에 맞춰 정치적·사업적 메시지를 담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패션은 더 이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이자 대중 설득의 도구가 되고 있다.

 

최근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저커버그는 ‘사랑의 언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연애 상담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표현을 테크 기업 CEO가 공식 무대에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1950년대풍 브로우라인 디자인의 메타 신형 AI 안경을 착용해 이전보다 한층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미국 남성복 평론가 데릭 가이는 CNN에 저커버그가 “의도적으로 스타일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저커버그의 패션 변화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과거 회색 반소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결정을 줄이기 위한 단순함’을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처럼 실리콘밸리식 효율성을 상징하는 복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의 옷차림은 점점 더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지난해 메타 커넥트에서는 라틴어로 ‘저커버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고, 40세 생일 행사에서는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는 문구를 선택했다. 당시 AI 경쟁에서 구글과 오픈AI를 추격하던 메타의 야심을 옷으로 드러낸 셈이다.

 

올해 무대에서 ‘사랑’을 앞세운 것도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메타가 공개한 AI 서비스와 스마트 안경은 이용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제품이다.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앞세운 정복자 이미지보다 친근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행사에 오른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의 복장도 화제가 됐다. 그는 사슴 그림이 들어간 녹색 카모플라주 티셔츠와 크록스를 신고 무대에 섰다. 티셔츠는 중고 매장에서 산 30달러짜리로 알려졌다. 메타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스케일AI 지분 49%를 143억달러에 사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가 인재의 초저가 패션’이라는 대비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외신은 이를 Z세대식 투박한 스타일, 이른바 ‘주유소 시크’로 해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가죽 재킷은 이미 기업 브랜딩의 일부가 됐다. 그는 검은 가죽 재킷으로 혁신적이고 강한 테크 리더 이미지를 구축했다. 실제로 그가 2023년 폭스콘 행사에서 입었던 톰 포드 가죽 재킷은 지난 7월 소더비 경매에서 96만달러에 낙찰됐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국빈 만찬에서는 정장을 택했다. 중국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엔비디아 수장에게 그날의 옷차림은 개성보다 외교적 균형을 보여주는 수단이었다.

일론 머스크의 패션은 더욱 직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유세 무대에서 검은 MAGA 모자를 쓰고 자신을 “다크 고딕 마가”라고 표현했다. 또 백악관 각료회의에는 ‘Tech Support’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야구모자를 착용하고 참석했다. 정부를 고치는 기술자라는 이미지를 옷으로 연출한 것이다.

 

한때 테크 CEO의 옷은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패션은 사업 전략, 정치적 입장, 대중 이미지가 교차하는 무대 장치가 됐다. 실리콘밸리의 티셔츠 한 장은 더 이상 단순한 티셔츠가 아니다. 때로는 신제품 발표문이고, 때로는 외교 메시지이며, 때로는 권력의 언어다.

 

대표팀 무단 이탈 사과한 호날두, 제수스 감독 겨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대표팀 무단 이탈 논란이 사과문 발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대표팀을 떠난 행동에 대해 고개를 숙였지만, 동시에 조르제 제수스 감독과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7일 한국시간 “호날두가 5쪽 분량의 편지를 통해 제수스 감독과의 불화를 설명했다”며 “포르투갈 대표팀이 다시 자신을 부른다면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보도했다.호날두는 이날 자신의 SNS에 장문의 성명서를 올렸다. 그는 A매치 기간 대표팀 캠프를 떠난 데 대해 “동료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됐다.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사과문은 단순한 사과로 끝나지 않았다. 호날두는 대표팀을 떠나게 된 배경으로 제수스 감독과의 신뢰 훼손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출전하지 못한 사실 자체보다, 감독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느낀 점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논란은 최근 9·10월 A매치 기간 중 발생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대표팀에 소집돼 웨일스전에서는 67분을 소화했다. 그러나 이어진 노르웨이전에서는 출전하지 못한 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호날두에 따르면, 노르웨이전 당시 제수스 감독은 그에게 “30분을 뛸 준비가 됐느냐”고 물었다. 호날두는 애초 출전 계획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몸 상태 회복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그럼에도 그는 감독의 요청에 따라 하프타임부터 몸을 풀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출전 지시는 내려오지 않았다. 호날두는 이 과정을 두고 감독이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고 봤다.갈등은 덴마크전을 앞두고 더 커졌다. 제수스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선발 제외를 예고하자, 호날두는 대표팀 훈련 캠프를 떠났다. 당시 그는 포르투갈축구협회 회장과 대화한 뒤 캠프를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번 성명에서 호날두는 제수스 감독의 기자회견 발언도 문제 삼았다. 그는 “감독의 태도는 우리 미팅 내용과 관련이 없었다”며 “내가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공격적인 표현을 들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도 호날두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감독의 말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깨졌더라도, 나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인정했다.포르투갈 팬들을 향해서도 사과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국민에게도 사과한다”며 “그러나 깨진 약속은 내게 매우 아픈 타격이었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이 팀에 남아 있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내가 쓸모없다고 느껴지면 하겠다고 늘 말해온 행동을 했다. 그래서 짐을 싸서 떠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호날두는 대표팀 생활을 끝내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이 건강하고 소속팀에서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징계 이후에도 포르투갈 대표팀을 위해 다시 뛰고 싶다고 했다.또한 “품위 있는 고별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향후 대표팀 고별전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팬들에게 “우리는 한 번 이상의 고별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결국 호날두의 성명은 사과와 해명이 뒤섞인 메시지가 됐다. 무단 이탈에 대한 책임은 인정했지만, 동시에 감독과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꺼내며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포르투갈은 이번 A매치 기간 네이션스리그 4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오는 11월에는 덴마크와 웨일스전을 앞두고 있다. 성적은 순항 중이지만, 호날두와 제수스 감독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될지는 포르투갈 대표팀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