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결혼도 출산도 도운 절친, 알고보니 中스파이

 미국 중앙은행 전직 고위 인사를 상대로 한 중국 정보기관의 포섭 방식이 공개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돈이나 직위를 미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연애와 결혼, 자녀 출산에 이르는 개인사의 가장 민감한 영역까지 파고들어 신뢰를 쌓은 뒤 정책 정보를 노린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CNBC와 뉴욕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지난달 30일 존 해럴드 로저스 전 연방준비제도 선임고문 사건의 세부 내용을 보도했다. 로저스는 Fed에서 27년 동안 근무한 경제학자로, 통화정책과 경제 전망 등 주요 내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에게 접근한 사람은 ‘허민 리’라는 이름을 사용한 중국인이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13년 상하이 푸단대에서 열린 학술회의였다. 리는 이후 로저스의 생일과 성탄절마다 선물을 보내고 연락을 이어가며 천천히 관계를 다졌다. 처음에는 학계와 정책 분야의 인맥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접촉은 사적인 영역으로 깊어졌다.

 

전환점은 2016년 찾아왔다. 로저스가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를 통해 중국 여성 류위를 만나면서다. 류위는 로저스보다 24세 어렸고 당시 기혼자였다. 이후 그는 남편과 이혼한 뒤 로저스와 결혼했다. 현지 매체들은 류위 역시 중국 정보기관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리의 역할은 이때부터 더욱 노골적이었다. 그는 로저스가 중국을 오가며 류위와 만날 수 있도록 대학 강연 일정과 여행 계획을 잡아줬고, 관련 비용도 지원했다. 류위의 이혼 과정, 로저스와의 결혼식, 딸의 출산까지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로저스는 조사 과정에서 리를 “형제처럼 사랑한다”고 표현하며 “아내와의 관계도, 아이도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강한 신뢰가 형성된 뒤 정보 요구가 시작됐다. 리는 로저스에게 중국 금융시장 개방에 대한 평가, 미·중 무역 갈등을 바라보는 Fed 내부 분위기 등을 물었다.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동료들의 견해를 모아달라거나 관련 문건을 구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로저스는 2018년 Fed 문서에 적힌 ‘내부용’ 표시를 지운 뒤 리에게 전달했다. 2019년에는 Fed의 경제 전망 자료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관련 문건을 중국으로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수사당국은 이 같은 행위를 심각하게 봤다. Fed의 정책 판단과 경제 전망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결국 2025년 1월 FBI에 체포됐다. 그는 조사에서 리가 중국 정보요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Fed 내부 정보를 외부에 넘긴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 답변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 허위 진술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 결과 로저스는 경제 스파이 행위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수사기관에 거짓으로 진술한 혐의는 인정돼 지난 7월 징역 38개월을 선고받았다. 변호인단은 그가 강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답변했을 뿐 고의로 속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로저스는 리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스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때 가족의 탄생을 도운 은인으로 여겼던 인물이 결국 정보기관과 연결된 인물이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번 사건은 해외 정보기관의 포섭 방식이 얼마나 장기적이고 정교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정책 핵심부에 접근 가능한 인물을 상대로 인간적 호의와 가족 관계까지 활용했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는 안보와 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김태형, 성적표는 ‘777’인데 재계약설은 솔솔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종료 후 관심이 김태형 감독의 거취로 옮겨가고 있다. 세 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재계약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동행을 이어갈 명분이 충분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롯데는 2026시즌을 64승 3무 77패, 승률 0.454로 마쳤다. 최종 순위는 7위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끊긴 가을야구의 명맥은 올해도 이어지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9년 연속으로 늘었다.2023년 10월 롯데와 3년 총액 24억 원에 계약한 김 감독에게 기대했던 역할은 분명했다. 두산 베어스를 이끌며 쌓은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임 이후 순위는 세 시즌 연속 7위에 머물렀다.김 감독 역시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계약 기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약 이야기가 나오자, 결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재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주목한다. 당장의 순위와 별개로 팀의 미래를 준비한 부분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육성 성과를 인정하는 것과 이를 재계약의 근거로 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반론도 나온다.특히 과거 롯데 감독들에게 적용했던 기준과 비교하면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세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재계약하지 못했다. 조원우 전 감독 역시 2017년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7위로 떨어진 뒤 팀을 떠났다.과거에는 가을야구 진출 경험이 있어도 성적 하락에 책임을 물었다. 이번에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구단은 그 차이를 설명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김 감독의 롯데 재임 세 시즌 통산 성적은 196승 13무 223패, 승률 0.468이다. 직전 사령탑 래리 서튼 전 감독의 재임 기간 승률인 0.47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수 구성과 시즌별 여건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성적만으로 재계약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수치다.결국 핵심은 육성의 실체와 향후 경쟁력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넘어, 어떤 부분에서 성장이 있었고 그것이 팀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반복된 하위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어렵다.최종 결정권은 롯데 구단에 있다. 다만 동행을 선택한다면 지난 세 시즌의 부진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같은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롯데에 필요한 것은 재계약 여부에 대한 결론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가을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이 납득할 평가 기준과 반등 계획이다. 재계약의 명분 역시 과거의 우승 경력이나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앞으로 팀을 달라지게 할 근거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