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사랑니의 재발견, 묻혀 있을수록 강했다


버려지는 치아로 여겨지던 사랑니가 치아 결손 치료의 또 다른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잇몸이나 턱뼈 속에 완전히 묻혀 있던 사랑니일수록 다른 부위에 옮겨 심었을 때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분당서울대병원은 구정귀 치과 교수가 사랑니의 매복 정도와 자가치아이식 예후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로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6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시상식에서 보건 분야 우수논문상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자가치아이식은 환자 본인의 치아를 뽑아 치아가 빠진 다른 자리에 옮겨 심는 치료법이다. 임플란트처럼 인공 구조물을 넣는 방식과 달리 자신의 자연치아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건이 맞으면 치아 감각과 씹는 기능을 보존할 수 있어 치아 결손 환자에게 고려되는 치료 방법 중 하나다.

 

구 교수 연구팀은 어떤 사랑니가 이식에 더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24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사랑니 자가치아이식을 받은 환자 227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식 전 사랑니 상태를 완전 매복, 부분 매복, 완전 맹출 등 세 가지로 나누고 이식 뒤 치아 생존율을 비교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잇몸이나 뼈 속에 완전히 묻힌 완전 매복 사랑니의 5년 누적 생존율은 93.3%로 가장 높았다. 일부만 드러난 부분 매복 사랑니는 82.9%, 구강 안으로 완전히 나온 완전 맹출 사랑니는 62.9%에 그쳤다.

연구팀은 완전 매복 사랑니가 구강 내 세균과 음식물 등에 노출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발치 자체는 더 어렵지만, 치근 표면과 치주인대가 비교적 건강하게 보존돼 있어 이식 후 자리 잡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자가치아이식에서는 치아 크기나 뿌리 형태, 환자 나이 등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는 사랑니가 얼마나 묻혀 있었는지도 중요한 예후 인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이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30세 이하 환자의 치아 생존율은 90.7%였지만, 31~45세는 68.8%, 45세 초과는 63.2%로 낮아졌다. 젊을수록 치유 능력이 좋고 치주조직 회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 교수는 “고난도 발치와 자가치아이식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치아를 잃은 환자들이 임플란트뿐 아니라 자신의 치아를 활용한 치료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치료 선택지를 넓히고 구강악안면외과 분야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는 학술상으로,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우수 연구성과를 낸 과학기술인에게 수여된다.

 

부산 문화정책 대전환…퐁피두 유치 철회하고 라 스칼라 공연 무산

 부산시가 프랑스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 사업을 전면 철회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공연으로 추진했던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도 사실상 취소하기로 했다. 전임 박형준 시장이 추진했던 문화 분야의 주요 사업들이 잇따라 백지화되면서 부산시의 문화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부산시는 사업의 공공성과 시민 체감도, 재정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으며,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정식 개관 시기도 기존 계획보다 늦추기로 했다.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문화 분야 주요 현안 브리핑’을 열고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와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시장은 시민 체감과 공공성, 재정 부담, 행정적 책임 등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약 두 달간 숙의 과정을 진행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사업의 상징성이나 외부의 명성만을 앞세우기보다 부산의 현실적인 여건과 시민에게 돌아갈 효과를 함께 고려했다는 취지다.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 사업은 부산시가 2022년부터 세계적인 미술관을 부산에 유치하겠다며 추진해 온 정책이다.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에 약 1100억원을 투입해 건물을 건립하고 프랑스 퐁피두 센터의 분관을 운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세계적인 미술관 브랜드를 활용해 부산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사업이 알려진 이후 막대한 건립 비용과 운영비를 둘러싸고 예산 낭비 논란이 이어졌다.부산시는 정책점검단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과 공공성 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이기대공원의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미술관을 건립할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고, 시민을 위한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 계획을 최종 철회하기로 했다. 대신 북항에 지역 예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추진할 계획이다.재정 부담도 사업 철회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건립에만 시비 약 1100억원이 필요하고, 운영 단계에서도 매년 125억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비용뿐 아니라 개관 이후 장기간 이어질 운영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시 재정이 이러한 부담을 지속해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만큼, 장기적인 재정 여건과 사업의 실질적인 효과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도 추진이 중단됐다. 부산시는 당초 2027년 말께 예정된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공연으로 라 스칼라의 오페라 ‘오텔로’를 유치하는 방안을 준비했다.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의 공연을 부산에서 선보이는 것뿐 아니라, 공연 제작과 운영 전반에 관한 경험을 축적해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자체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극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사업 예산은 약 100억원 규모로 예상됐다.부산시는 운영자문단의 검토와 시민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포함한 숙의 과정을 거쳐 사업을 살펴봤다. 시민 여론조사에서는 라 스칼라 공연에 대한 찬성 의견이 75%로 높게 나타났지만, 최종적으로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시민들의 기대가 높다는 점만으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부산시는 협찬금 모금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공연 제작과 운영 과정에서 부산 지역 예술계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해외 유명 극장의 공연을 일회성으로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에 장기적인 성과를 남기기 어렵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시장은 공연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아쉬움과 제안도 향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부산오페라하우스의 정식 개관 일정도 변경됐다. 부산시는 당초 2027년 9월로 예정했던 개관을 미루고, 올해 말 건물을 준공한 뒤 2027년 시설 점검과 시범공연을 진행하고 2028년 정식 개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유장 부산시 문화국장은 중동전쟁 등의 영향으로 건축 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의 준공 이후에도 점검과 시범운영을 거쳐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개관 일정이 늦춰지면서 개관 기념 공연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운영이 안정된 이후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의 초청 공연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재추진 시기나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라 스칼라는 2027년 9월 일본과 중국 투어 일정 중 부산에서도 공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산시가 초청 공연을 백지화하면서 해당 계획도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이번 결정은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의 향후 활동과도 맞물려 관심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7월 정 감독과 재계약했으며, 정 감독은 2027년부터 라 스칼라의 예술감독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 스칼라 공연이 취소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이 연기되면서 부산의 클래식·오페라 사업과 정 감독의 역할이 앞으로 어떻게 조정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의 정식 개관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은 배경에 정 감독의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 있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지역 음악계 관계자는 전쟁에 따른 공사 기간 연장을 공연 취소의 배경으로 설명함으로써 정 감독이 처할 수 있는 난처한 상황을 부산시가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지역 음악계 관계자의 해석으로, 부산시가 공식적으로 밝힌 취소 사유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음악계에서는 부산시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충분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오페라가 태생적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비용만을 기준으로 공연의 가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산에서 열릴 상징적인 공연인 만큼 지역의 정체성과 시민의 자부심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익명을 요구한 오페라계 관계자도 공연의 추진 여부를 둘러싼 잘잘못을 따지는 데 그치기보다, 약 10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던 개막 공연이 이후 국내 오페라 발전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검토하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공연을 한 차례 선보이는 데 그친다면 지역 예술계에 남는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공연 이후의 발전 방향과 구체적인 청사진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점이 지역사회의 우려를 키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부산시는 이번 사업 철회를 계기로 대규모 문화사업의 추진 기준을 재검토하고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는 방향이다. 퐁피두 센터 분관 대신 북항의 지역 예술인 전시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시설 점검과 시범공연을 거쳐 2028년 정식 개관할 계획이다. 다만 세계적인 문화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부산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려던 기존 구상이 변경된 만큼, 앞으로 지역 예술계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주요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