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알프스가 검게 변했다! 스위스 빙하 20% 소멸

 알프스의 색이 달라지고 있다. 여름이면 눈과 얼음으로 빛나던 스위스 산맥 곳곳에서 흰 빙하가 물러나고, 그 자리를 회색 바위와 검은 얼음이 채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두고 “재앙적인 해”라고 표현했다.

 

스위스 빙하 모니터링 네트워크 글라모스(GLAMOS)는 올해 스위스 빙하 부피의 5.5%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는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최악의 해로 기록된 2022년에 이어, 올해도 알프스 빙하가 급격히 무너진 셈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속도다. 스위스 빙하는 최근 5년 동안 전체의 약 20%가 녹아내렸다. 5분의 1이 사라진 것이다. 장기간 천천히 줄어들던 빙하가 이제는 해마다 눈에 띄게 후퇴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여름 더위는 이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스위스 연방기상기후청에 따르면 올해 6월과 7월, 8월은 각각 1864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더운 달이었다.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빙하 표면의 눈은 빠르게 녹았고, 햇빛을 반사하던 흰 눈이 사라진 자리에는 열을 더 많이 흡수하는 어두운 얼음과 바위가 드러났다.

 

마티아스 후스 글라모스 팀장은 “눈이 모두 녹아 바위와 검은 빙하만 남은 산의 색깔을 보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알프스의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산의 색깔 자체를 바꾸는 현실이 됐다.

 

빙하 두께도 크게 줄었다. 글라모스가 조사한 일부 빙하에서는 평균 얼음 두께가 2.5~4m 감소했다. 햇빛과 따뜻한 공기에 더 많이 노출되는 빙하 말단부에서는 최대 10m까지 얼음이 사라진 곳도 있었다.

 

최근의 감소 속도는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 빙하는 10% 줄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27%가 사라졌다. 특히 2022년 이후 올해까지 5년간의 감소 속도는 이전 어떤 시기보다 2배 이상 빨랐다.

 

빙하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풍경이 바뀐다는 뜻만은 아니다. 알프스 빙하는 여름철 하천과 저수지에 물을 공급하는 ‘자연의 물탱크’ 역할을 해왔다. 눈과 얼음이 겨울에 쌓였다가 여름에 천천히 녹으며 농업, 식수, 수력발전, 생태계를 지탱해온 것이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녹아 사라진 빙하수는 약 2조2000억L로 추산됐다. 단기적으로는 강으로 흘러드는 물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장고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를 낳는다. 빙하가 작아질수록 가뭄기와 폭염기에 버틸 수 있는 수자원 여력도 줄어든다.

 

붕괴 위험도 커진다. 빙하가 붙잡고 있던 암석과 지반이 드러나면 산사태나 낙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녹은 물이 고여 형성되는 빙하호가 갑자기 터질 경우 하류 지역에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알프스 빙하 감소는 기후 문제이면서 동시에 안전 문제인 셈이다. 

 

글라모스는 지난달 스위스 내 빙하 23곳을 직접 조사하고, 이를 나머지 1300여 곳의 빙하에 적용해 전체 감소량을 추산했다. 연구진은 현재와 같은 기후 조건이 이어질 경우 알프스 빙하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올해는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온 먼지가 적어 빙하가 태양빛을 더 많이 반사할 수 있었다. 먼지가 많으면 빙하 표면이 어두워져 더 많은 열을 흡수하고 더 빨리 녹는다. 그런데도 올해 빙하 감소 폭이 역대 두 번째였다는 점은 폭염의 영향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빙하의 급격한 소멸이 유럽 산악지대 전체의 미래를 보여주는 경고라고 본다. 한때 영구적인 풍경처럼 여겨졌던 알프스의 얼음은 이제 한 세대 안에서도 사라지는 자원이 되고 있다.

 

흰 산이 검은 산으로 바뀌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빙하의 후퇴는 더 이상 위성사진이나 연구 보고서 속 변화가 아니다. 알프스를 오르는 사람들의 눈앞에서, 여름철 물을 기다리는 지역 사회의 일상 속에서 이미 진행 중인 변화다.

 

추미애 사과에도…정성호 “말보다 진심”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한문 경구를 인용하며 발언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추 지사가 순직 소방관의 빈소를 찾아 직접 사과한 가운데, 같은 당 중진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야권이 추 지사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가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방식이지만, 발언의 의도를 해명하기에 앞서 상처받은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정 의원은 17일 오후 3시 20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口禍之門 舌斬身刀(구화지문 설참신도)”라는 한문 문구를 게시했다. 이어 해당 문구를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고 풀이했다.그러면서 추 지사를 직접 언급하며 “말의 본뜻이 그게 아니라고 해명할 일이 아니라 그 말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시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발언의 의도를 설명하는 것보다 해당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정 의원이 인용한 ‘구화지문 설참신도’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은 경구다. 널리 알려진 원형은 중국 오대십국 시대의 정치가 풍도(馮道)가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설시(舌詩)’에 등장하는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라는 구절이다.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며 혀는 자신의 몸을 베는 칼이라는 뜻이다.이 표현은 오랫동안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조선 연산군 시대에도 신하들에게 말조심을 당부하기 위해 착용하게 했다는 ‘신언패(愼言牌)’에 해당 구절이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을 통해 불필요한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경계의 의미가 담겨 있다.정 의원이 이 문구를 공개적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최강욱 전 의원의 이른바 ‘암컷’ 발언이 논란이 됐을 당시에도 페이스북에 ‘구화지문, 설참신도’라는 문구를 게시하며 비판적인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번에도 직접적인 표현 대신 고사성어를 통해 발언의 무게와 책임을 강조한 셈이다. 논란은 추 지사가 지난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지방재정 부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추 지사는 소방 재정에 대해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소방노조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경기도는 이후 해당 발언이 국가직 소방공무원과 관련한 재정을 지방정부가 대부분 부담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소방 재정의 부담 구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설명이다.그러나 발언 자체가 소방관들의 헌신과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은 16일과 17일 이틀 연속 당 차원의 사과를 내놓았으며, 김민석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추 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김 대표는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추 지사에게도 자성의 뜻을 담은 사과를 요청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이번 발언의 파장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추 지사 역시 순직 소방관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가 마련된 순천향대 부천병원을 찾아 조문한 뒤 직접 사과했다. 그는 “(발언이)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추 지사가 직접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하지만 정 의원은 추 지사의 사과 이후에도 발언의 의도를 해명하는 데 앞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같은 당 소속 정치인의 발언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내놓은 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민주당 내부의 비판적 시각도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추 지사와 정 의원은 모두 민주당 계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두 정치인이 같은 당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정 의원이 한문 경구까지 인용해 추 지사의 언행을 지적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한편 정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37분께 별도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을 추모했다. 그는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고 전한 뒤, 고인을 비롯한 소방관들의 희생이 일상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정 의원은 “고인을 비롯한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우리 일상의 안전이 유지되고 있다”며 “이 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우리 모두 깊이 감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소방관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추 지사의 발언에서 시작된 논란은 당 차원의 사과와 당내 중진 의원의 공개 지적으로 이어졌다. 정 의원은 고사성어를 통해 말의 무게를 강조하는 동시에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사회적 존중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