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중 정상회담, 지갑은 열었지만 악수는 거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이 막을 내렸다. 미중 양국은 대규모 관세 인하 합의라는 상징적 성과를 내걸며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냈지만, 정상 간의 스킨십과 미세한 외교적 기류에서는 미묘한 온도 차와 품격 논란을 동시에 남겼다.

 

중국 상무부는 28일 양국 정상이 합의한 총 300억 달러(약 40조 7,000억 원) 규모의 상호 관세 인하 세부 내용을 결산해 발표했다. 미국은 완구, 가전제품, 유아용품 등 중국산 생활필수품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로 했고, 중국 역시 농산물, 의료기기, 석탄 등 미국산 수입품의 관세를 인하하며 즉각적인 실리 챙기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방미에서 외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40조 원대의 경제 타결안만이 아니었다. 회담 마지막 날이었던 25일, 워싱턴DC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앞에서 펼쳐진 마지막 작별 인사 장면은 외교 무대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큰 화제를 모았다.

독립선언서와 헌법 원본 관람을 마친 후 이어진 작별의 순간, 시 주석이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게 악수를 청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으나 멜라니아 여사는 손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이를 사실상 거절했다. 어색한 기류 속에 시 주석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상황을 넘겨야 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곧이어 펑리위안 여사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더욱 극명한 대조를 이룬 것은 현장 스태프를 대하는 두 정상의 태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별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통역관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손을 잡으며 그간의 노고를 격려했다. 반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도 무심히 발걸음을 옮겼을 뿐, 수행 직원들에게 별도의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은 "공식 의전 너머에서 사람을 대하는 두 지도자의 품격과 관점이 드러난 장면"이라며 "시 주석에게 스태프는 '가신'에 불과했지만, 트럼프에게는 파트너인 '조력자'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포착됐다. 백악관은 회담 직후 게시한 팩트시트에서 북한, 러시아, 이란 등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에 대해서는 '핵무기 불용'이라는 구체적 합의를 명시한 반면,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생략했다. 지난 5월 베이징 회담 당시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확히 밝혓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 역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기존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베일에 가렸다.

 

11년 만의 국빈 방문은 대규모 실리적 합의라는 외형적 성과를 거두었으나, 지도자의 세심한 태도와 안보 현안에서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양국 관계가 넘어야 할 과제 또한 명확히 남겼다.

 

추미애 사과에도…정성호 “말보다 진심”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한문 경구를 인용하며 발언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추 지사가 순직 소방관의 빈소를 찾아 직접 사과한 가운데, 같은 당 중진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야권이 추 지사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가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방식이지만, 발언의 의도를 해명하기에 앞서 상처받은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정 의원은 17일 오후 3시 20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口禍之門 舌斬身刀(구화지문 설참신도)”라는 한문 문구를 게시했다. 이어 해당 문구를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고 풀이했다.그러면서 추 지사를 직접 언급하며 “말의 본뜻이 그게 아니라고 해명할 일이 아니라 그 말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시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발언의 의도를 설명하는 것보다 해당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정 의원이 인용한 ‘구화지문 설참신도’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은 경구다. 널리 알려진 원형은 중국 오대십국 시대의 정치가 풍도(馮道)가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설시(舌詩)’에 등장하는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라는 구절이다.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며 혀는 자신의 몸을 베는 칼이라는 뜻이다.이 표현은 오랫동안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조선 연산군 시대에도 신하들에게 말조심을 당부하기 위해 착용하게 했다는 ‘신언패(愼言牌)’에 해당 구절이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을 통해 불필요한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경계의 의미가 담겨 있다.정 의원이 이 문구를 공개적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최강욱 전 의원의 이른바 ‘암컷’ 발언이 논란이 됐을 당시에도 페이스북에 ‘구화지문, 설참신도’라는 문구를 게시하며 비판적인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번에도 직접적인 표현 대신 고사성어를 통해 발언의 무게와 책임을 강조한 셈이다. 논란은 추 지사가 지난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지방재정 부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추 지사는 소방 재정에 대해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소방노조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경기도는 이후 해당 발언이 국가직 소방공무원과 관련한 재정을 지방정부가 대부분 부담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소방 재정의 부담 구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설명이다.그러나 발언 자체가 소방관들의 헌신과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은 16일과 17일 이틀 연속 당 차원의 사과를 내놓았으며, 김민석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추 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김 대표는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추 지사에게도 자성의 뜻을 담은 사과를 요청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이번 발언의 파장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추 지사 역시 순직 소방관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가 마련된 순천향대 부천병원을 찾아 조문한 뒤 직접 사과했다. 그는 “(발언이)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추 지사가 직접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하지만 정 의원은 추 지사의 사과 이후에도 발언의 의도를 해명하는 데 앞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같은 당 소속 정치인의 발언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내놓은 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민주당 내부의 비판적 시각도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추 지사와 정 의원은 모두 민주당 계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두 정치인이 같은 당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정 의원이 한문 경구까지 인용해 추 지사의 언행을 지적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한편 정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37분께 별도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을 추모했다. 그는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고 전한 뒤, 고인을 비롯한 소방관들의 희생이 일상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정 의원은 “고인을 비롯한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우리 일상의 안전이 유지되고 있다”며 “이 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우리 모두 깊이 감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소방관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추 지사의 발언에서 시작된 논란은 당 차원의 사과와 당내 중진 의원의 공개 지적으로 이어졌다. 정 의원은 고사성어를 통해 말의 무게를 강조하는 동시에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사회적 존중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