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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절정…지금 함양 상림 가야 하는 이유


폭염을 몰고 왔던 여름의 기세가 아직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9월의 끝자락, 동네를 걷다 붉게 피어난 꽃무릇을 만났다. 꽃무릇이 피기 시작했다는 생각에 다음 날인 21일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 있는 상림공원을 찾았다. 

 

상림에 들어서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꽃무릇이 숲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숲길 곳곳에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어나면서 마치 붉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함양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군 태수를 지낸 고운 최치원이 마을과 농경지를 홍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림으로 전해진다. 당시에는 지금의 위천강 물길이 함양읍 중앙을 지나면서 홍수 피해가 잦았다. 이에 물길을 돌리고 둑을 쌓은 뒤 둑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을 가꿨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큰 홍수로 숲 가운데 일부가 유실됐고, 그 결과 숲은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게 됐다. 하림은 상당 부분 훼손됐지만 상림은 옛 숲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현재 상림의 면적은 약 21ha에 이르며, 120여 종의 다양한 수목 2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상림의 가을 풍경을 대표하는 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꽃무릇이다. 석산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9~10월 붉은 꽃을 피운다. 독특한 점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돋는다는 것이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생태적 특징 때문에 꽃무릇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붙었다.

 

흔히 꽃무릇을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른 꽃이다. 상사화 역시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않는 특징이 있지만 7~8월 분홍색이나 노란색 꽃을 피우는 식물로, 9~10월 붉게 피는 꽃무릇과는 구분된다.

 

꽃무릇이 가득한 숲길을 천천히 걸었다. 붉은 꽃대 위로 꽃만 피어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잎 하나 없이 외롭게 피어난 꽃들이 숲길을 따라 이어지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상림공원 한쪽에서는 팜파스 그라스와 베고니아도 만날 수 있었다. 붉은 꽃무릇 사이로 펼쳐진 다양한 식물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었다. 넓은 꽃밭을 천천히 거닐며 가을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공원 안에는 두 나무의 뿌리가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된 연리목도 자리하고 있다.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합쳐진 나무를 일컫는데, 예로부터 부부의 깊은 금실이나 남녀 사이의 애정을 비유하는 의미로도 알려져 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운 최치원의 신도비도 만날 수 있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숲과 붉게 피어난 꽃무릇이 어우러진 상림은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한 날씨였지만, 붉게 물든 상림의 숲은 분명 가을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심판 오심 꺾고 지옥에서 돌아온 400m 계주

 오심으로 스러질 뻔했던 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의 메달 꿈이 극적인 항소 인용으로 다시 타올랐다. 심판진의 배턴 터치 구역 이탈 판정이 비디오 판독 결과 오심으로 확인되면서, 대표팀은 극적으로 살아남아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김시온(국군체육부대),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이재성(광주광역시청),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로 구성된 한국 남자 대표팀은 지난 27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8개 팀 중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초 조 3위 이내에 들지 못해 결승 직행 티켓은 놓쳤으나, 예선 통과팀을 제외한 전체 기록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확보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듯했다. 그러나 직후 비보가 날아들었다. 현장 심판진이 1번 주자 김시온에서 2번 주자 나마디 조엘진으로 배턴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배턴 터치 구역(오버존)을 벗어났다며 실격(DQ) 처분을 내린 것이다.선수단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으나, 지도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하경수 단거리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사전에 다각도로 촬영한 경기 분석 영상 자료를 전면 수집해 주최 측에 즉시 비디오 판독 항소를 제기했다. 국제종합대회에서 심판진의 판정이 번복되는 사례는 매우 희박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제출한 명확한 영상 증거에 주최 측도 오심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표팀의 항소가 최종 인용되며 한국은 결승행 9개 팀 중 1레인을 배정받고 최종 레이스에 합류했다.이번 판정 번복은 단순한 결승 진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남자 계주팀은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메달을 다둘 수 있는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앞서 25일 열린 남자 100m 결승에서 나마디 조엘진이 10초17로 4위, 비웨사 다니엘이 10초19로 5위에 오르는 등 주력 선수 2명이 동시에 결승 무대에 오를 만큼 개별 스피드 경쟁력은 이미 입증됐다. 가장 안쪽인 1레인은 곡선 구간의 경사가 가파르고 타 국가 선수들의 페이스를 확인하기 어려워 계주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로 꼽힌다. 그러나 선수단은 억울한 실격 위기를 넘긴 강한 정신력과 실력을 바탕으로 불리함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예선에서 지적받았던 배턴 터치의 정교함만 살려낸다면 충분히 단상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번 항소 인용 사태는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극적이었던 2012년 런던 올림픽 수영 '박태환 실격 번복'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판정 오류로 부정출발 실격 처분을 받았다가, 한국 대표팀의 신속한 항소로 당일 오후 결승 출전권을 되찾았다. 박태환은 실격 통보로 인한 극심한 심리적 흔들림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육상 계주 대표팀 역시 예선 직후 실격 통보로 정신적 타격을 입었으나, 판정이 뒤집히면서 오히려 팀 단합과 집중력이 극대화된 상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박태환처럼, 계주 대표팀이 시련을 딛고 결승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한편, 한국 여자 400m 계주 대표팀 역시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남녀 동반 결승행이라는 성과를 냈다. 서지현(진천군청), 김서윤(창원시청), 김명지(정선군청), 김주하(시흥시청)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예선 2조에서 44초94를 기록, 조 5위에 올랐으나 기록상 전체 8위를 차지하며 결승행 막차를 탔다.한국 남녀 계주 대표팀은 28일 밤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메달을 향한 마지막 질주에 나선다. 여자 대표팀이 오후 10시 5분 9레인에서 먼저 트랙을 밟으며, 남자 대표팀은 오후 10시 23분 1레인에서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강호들과 불꽃 튀는 메달 경쟁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