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80개 의약품 약값 ‘슬림해졌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처럼 매일 약을 챙겨 먹는 만성질환자라면 이번 약가 인하 소식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의약품 80개 품목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일부 환자의 약제비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6년 사용량-약가 연동제 ‘유형 다’ 협상을 마무리하고, 협상 대상 81개 품목 가운데 80개 품목의 약가를 지난 1일부터 인하했다고 18일 밝혔다. 평균 인하율은 4.6%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의 사용량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때 적용된다. 쉽게 말해 특정 약이 많이 쓰여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면, 제약사와 협상해 약값을 조정하는 제도다.

 

이번 인하 대상에는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가 많이 포함됐다. 전체 약가 인하 품목의 43.2%가 관련 약제였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이들 약의 사용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도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약제비 부담도 쌓인다. 이번 약가 조정이 일부 환자에게는 장기적인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인하 대상에는 보령의 고혈압 복합제 ‘듀카브정’, 유한양행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바미브정’·‘아토바미브정’, HK이노엔의 ‘로바젯정’, JW중외제약의 ‘리바로젯정’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주’·‘램시마펜주’, 종근당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레날로마캡슐’, 동아에스티의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 시리즈 등도 약가가 조정됐다.

 

다만 약가가 낮아졌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같은 폭의 비용 절감을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본인부담금은 건강보험 적용 여부, 병원·약국 이용 방식, 처방 일수, 함께 복용하는 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조정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연간 약 339억 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약가 인하 품목 수는 지난해 117개에서 올해 80개로 줄었지만, 품목당 평균 재정절감액은 4억 20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50% 증가했다.

 

한편 난임치료제 1개 품목은 약가를 내리지 않는 대신 일회성 환급 계약이 적용됐다.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 따라 난임치료제 사용량이 늘어난 점과 안정적인 공급 필요성을 고려한 조치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약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만성질환 치료제를 복용 중이라면, 이번 약가 인하 대상에 본인의 처방약이 포함됐는지 약국이나 의료기관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다만 약값이 내려갔다고 임의로 약을 바꾸거나 복용량을 조절해서는 안 된다.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는 꾸준한 복용과 정기 진료가 가장 중요하다.

 

쿠팡 산재 은폐 의혹…김범석 형사책임은 공소시효 만료

 고용노동부가 쿠팡 근로자 고 장덕준 씨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 김 의장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쿠팡과 주요 물류 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획 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 206건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이 가운데 61건을 사법처리하고 나머지 145건에 대해서는 약 19억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노동부는 22일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등 10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획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비롯해 산업안전 관리 실태, 불법파견 여부,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 운영,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 노동관계법과 관련한 여러 사안을 살펴봤다. 조사 결과 일부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지만 불법파견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서는 법 위반으로 판단할 만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이번 조사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2020년 발생한 장덕준 씨 사망 사건이다. 장씨는 2020년 10월 경북 칠곡군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이후 장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축소하려 했다는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부는 수사 과정에서 김 의장이 쿠팡 관계자에게 장씨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쿠팡 관계자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해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의 행동을 분류하고, 장씨가 쉬는 장면만 포함되도록 자료를 정리한 정황도 파악됐다.다만 노동부는 김 의장의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련 혐의에 적용되는 공소시효 5년이 이미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해당 사안을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와 별개로,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처벌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은폐죄를 적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산재 은폐죄가 성립하려면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방해한 행위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보고가 있었고, 근로복지공단 산재 승인 과정에서 직접적인 방해 행위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로 의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관련 자료를 정리한 정황을 확인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은폐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이와 별개로 노동부는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도록 하고 산업재해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 2건을 범죄로 인지해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쿠팡 측이 유가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관리자와 면담하는 방식으로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산업재해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제출한 사례도 적발됐다. 노동부는 관련 사례 25건을 확인해 과태료 약 1억700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3일 이상 휴업해야 하는 부상이나 질병을 입은 경우 한 달 이내에 관할 노동관서에 산업재해 조사표를 제출해야 한다.산업안전 관리 분야에서도 다수의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 178건을 적발했으며, 이 중 컨베이어 방호조치를 하지 않거나 지게차와 노동자의 접촉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 등 59건을 범죄로 인지해 수사할 계획이다.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3시부터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라고 사유를 설명했다.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4분께 신명빌딩 3층과 오후 12시 1분께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불이 난 곳은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로, 이씨는 해당 특허법인이 자신의 특허 등록 과정에서 사기를 쳤다고 의심해 앙심을 품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이씨는 체포 직후 경찰서로 압송되며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고 당일 진행된 1차 피의자 조사에서도 “”그들(특허 법인 관계자)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이씨가 범행 당일에 맞춰 집 계약 종료를 통보한 점과 출소한 지 얼마 안된 점 등을 고려해 주거지가 불분명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 범행 도구를 모두 버린 점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고도 밝혔다.이날 오후 1시 40분께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 청사에서 나온 이씨는 ‘죽이려고 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겁주려고 했다“고 답했다.이어 오후 2시 7분께 법원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씨는 특허법인이 속인 게 무엇이냐고 묻는 취재진에 자신이 가져온 종이를 보이며 ”이걸 잘 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는지’에 대해선 ”미안은 하다“고 했다. 등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사례와 휴게시설 설치·관리 상태가 미흡한 사례 등 119건에는 약 1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검사와 휴식 환경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계열사별 과태료 규모는 쿠팡이 약 3000만원, 쿠팡CFS가 약 12억9000만원, 쿠팡CLS가 약 6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물류센터 운영과 배송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에서 상당한 규모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확인되면서 사업장별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반면 쿠팡CLS 소속 배송기사와 관련한 불법파견 의혹에서는 위법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 쿠팡CLS는 대리점 소속 배송기사인 퀵플렉서에게 실시간으로 업무를 지시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노동부는 원청의 지휘·명령 여부와 배송 업무가 각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판단했다.노동부 관계자는 “쿠팡과 쿠팡CLS는 각자 소속 노동자에게 노선 배정과 업무 배치 등 지휘·명령을 하고 있다”며 “각사의 배송 상품이 명확히 나뉘어 있는 등 쿠팡이 쿠팡CLS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다고 보기 어려워 불법파견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향후 유사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자 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지도할 방침이다.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PIP)과 관련해서는 프로그램이 운영된 사실은 확인됐지만, 해고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만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쿠팡은 업무성과가 낮은 노동자 등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뒤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를 부여해 사실상 퇴출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그러나 노동부는 프로그램 참여가 실제 해고로 이어진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PIP의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기재하지 않은 점은 문제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련 내용을 시정하도록 지시하고 과태료 70만원을 부과했다.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쿠팡이 일부 퇴사자의 명단인 ‘심사숙고 고려대상자 리스트’를 작성해 자사 재채용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다른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단을 외부에 공유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노동부 관계자는 “명단을 타사에 취업하는 걸 방해할 목적으로 활용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지만, 자사 채용에만 썼을 때는 근로기준법 의율을 못 한다는 다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명단 작성 사실만으로는 근로기준법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노동부는 쿠팡뿐 아니라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된 만큼 업계 전반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쿠팡은 이번 감독을 계기로 다수의 법 위반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경영 방침을 확립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쿠팡은 노동부의 감독 결과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쿠팡은 “이번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아울러 필요한 사안들은 충실히 소명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다만 김 의장의 부적절한 지시가 확인됐다는 노동부 발표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쿠팡은 “유가족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며, 관련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부적절한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이번 근로감독에서는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한 지시 정황이 확인됐지만, 공소시효 만료와 산재 은폐죄의 법적 요건 등을 이유로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동시에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전반에서 산업안전 관리와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노동부가 후속 수사와 시정 조치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쿠팡은 개선 조치와 함께 관련 사안에 대한 소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