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동남아 청년, K팝 좋아해도 취업은 '중국어'

베트남 하노이의 한 중국어능력시험 고사장은 주말 이른 시간부터 응시생들로 붐볐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은 물론 직장인들도 시험장을 찾았다. 이들 상당수는 중국 유학이나 중국계 기업 취업을 목표로 중국어 실력을 쌓고 있었다.

 

학생들의 선택도 달라지고 있다. 한 고등학생은 중국 대학 진학과 중국 기업 취업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중국어를 공부한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지만, 진로를 생각하면 중국어가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문화적 호감과 취업 전략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어 열풍은 시험 응시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어능력시험 주관기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HSK 응시자는 14만 명을 넘기며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태국도 13만 명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큰 규모다.

채용 시장에서는 변화가 더 뚜렷하다. 베트남 채용 플랫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어 가능자를 찾는 채용 공고는 1만 건을 훌쩍 넘었다.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일본어와 한국어 관련 채용 공고는 중국어에 비해 적었다. 중국어 구사자는 같은 직무에서도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 입시에서도 중국어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베트남 주요 외국어대학의 합격선에서 중국어 전공은 영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때 인기가 높았던 한국어와 일본어 전공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밀리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이 있다. 미중 갈등과 무역 제재를 피하려는 중국 업체들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현지에서 중국어 인력을 대거 찾고 있다. 공장 노동자뿐 아니라 통역, 관리, 회계, 영업 등 사무직 수요도 함께 늘었다.

 

중국 정부도 언어 확산에 적극적이다. 동남아 각국에 공자학원과 중국어 교육기관을 운영하며 시험, 교사 양성, 문화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직업훈련 기관을 통해 중국산 장비 사용법과 중국어 교육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중국계 기업들이 더 높은 임금과 승진 기회를 내세워 숙련 인력을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생산직 인력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무직까지 중국 기업과 다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청년들에게 중국어는 더 이상 선택형 취미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어는 취업문을 여는 실용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어 인기가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확산됐다면, 중국어 열풍은 일자리와 소득이라는 현실적 동력 위에서 커지고 있다.

 

‘세계최강’ 韓 여자양궁 무너졌다

 ‘금메달 보증수표’로 불리던 한국 여자 리커브 양궁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예상 밖 패배를 당했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단체전 정상 자리를 이번에는 인도에 내줬다.이윤지, 오예진, 강채영으로 꾸려진 한국 여자 리커브 대표팀은 2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인도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5로 졌다. 한국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목표로 했던 아시안게임 8연패는 이루지 못했다.한국 여자 리커브 단체전은 아시안게임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2022년 항저우 대회까지 7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 진출까지는 순조로웠다.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마지막 관문에 올랐지만, 결승 상대 인도는 만만치 않았다.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하게 흘렀다. 1세트에서 한국은 첫 주자 이윤지가 7점을 쏘며 흔들리는 출발을 했다. 하지만 강채영과 오예진이 10점과 9점을 기록하며 곧바로 추격했다. 한국은 후반 3발에서 점수를 보태 54점으로 세트를 마쳤고, 인도 역시 54점에 그치면서 양 팀은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2세트에서도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한국은 56점으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냈지만, 인도 역시 같은 점수로 맞불을 놨다. 두 세트 연속 무승부가 나오면서 세트스코어는 2-2가 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흐름을 완전히 가져오지 못한 채 승부가 후반으로 넘어간 셈이었다.결정적인 장면은 3세트에서 나왔다. 한국은 이윤지가 연달아 8점을 기록했고, 강채영과 오예진도 모두 8점에 머물렀다. 팀 합계는 51점. 반면 인도는 흔들림을 최소화하며 세트를 따냈다. 이 세트 결과로 인도가 세트스코어 4-2로 앞서가면서 한국은 벼랑 끝에 몰렸다.마지막 4세트에서 한국은 반드시 승점 2점을 따내야 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도 반전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53점을 기록했고, 인도도 같은 53점을 쏘며 무승부를 만들었다. 결국 양 팀이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지면서 최종 세트스코어는 3-5가 됐다. 인도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한국의 8연패 도전도 막을 내렸다.이번 결과로 한국 여자 리커브 단체전의 아시안게임 연속 금메달 기록은 7회에서 멈췄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아온 한국으로서는 아쉬움이 큰 결승전이었다. 반면 인도는 한국을 상대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