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어선 250척 몰려왔다…CPTPP에 뿔난 어민들


12일 오전 10시30분 경남 통영시 한산도 앞바다에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를 따라 크고 작은 어선들이 모여들었다. 약 250척의 어선에는 ‘농어업 말살 농어민 생존권 위협 CPTPP 저지하자’, ‘식량주권 포기, 국민건강권 침해 저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어민들이 바다로 나온 것은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 재개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CPTPP는 일본 주도로 2018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경제협정이다.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023년 영국이 합류하면서 회원국은 12곳으로 늘었다.

 

한국은 2022년 CPTPP 가입 추진을 검토했지만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우려와 정치권 논쟁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을 이유로 가입 논의가 다시 거론되면서 농어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전국어민회총연맹 경남본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비자·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통영 이순신공원 일원에서 ‘CPTPP 가입저지 농어업 식량주권 사수 제1차 경남도민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대회에 앞서 농민들은 트럭 50대를 몰고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집회 장소까지 차량 행진을 벌였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어민들이 한산도 앞바다로 이동해 해상시위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CPTPP 가입 검토를 다시 공식화하면서 농어민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후위기 등으로 농어민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개방을 확대하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참가자들은 CPTPP의 상품 분야 관세 철폐율이 최대 99.9%에 이른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기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시장 개방의 폭이 크다며 농·수·축산업과 임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수산물 생산과 수출에 대한 보조금과 관련된 협정 내용도 문제로 거론했다. 참가자들은 해당 조항들이 농어업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농어촌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며 정부에 가입 검토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병하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 상임대표는 CPTPP가 국내 농어업을 내주고 수출 실적을 얻으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영 전국쌀생산자협회 경남지부 회장은 가입 이후 15년 동안 농산물 생산액이 연평균 7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추산을 언급하며 대책 없는 시장 개방에 강하게 비판했다.

 

통영수협 정두한 조합장도 수산업계가 이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어획량 감소, 유류비 상승, 어촌 고령화 등이 겹친 상황에서 CPTPP가 발효되면 무관세에 가까운 수입 수산물이 들어와 국내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 조합장은 면세유와 정책자금 등 수산보조금 지원제도까지 폐지된다면 어민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어민들과 진정성 있게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어민단체들은 정부가 가입 철회를 선언하고 농어업 보호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통영 앞바다에서 울려 퍼진 뱃고동은 CPTPP 가입 논의를 둘러싼 농어민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를 보여줬다.

 

신유빈, 하야타 꺾고 눈물의 반등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 여자탁구의 중심 신유빈이 베이징에서 값진 승리를 따내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상대는 그동안 신유빈에게 유독 높은 벽이었던 일본의 하야타 히나였다.신유빈은 8일 중국 베이징 수오강 파크 인피니티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월드테이블테니스 중국 스매시 여자 단식 16강에서 하야타를 게임스코어 3-2로 눌렀다. 세계랭킹 6위의 강자를 상대로 거둔 승리이자, 최근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는 의미 있는 결과였다.경기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신유빈은 1게임에서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12로 밀렸다. 초반 흐름을 빼앗기면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유빈은 흔들리지 않았다. 2게임에서 다시 듀스 승부를 만들었고, 끈질긴 랠리 끝에 13-11로 승리하며 균형을 맞췄다.승부의 흐름은 3게임에서 한 번 더 요동쳤다. 두 선수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하야타는 빠른 템포로 압박했고, 신유빈은 버티면서도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공격했다. 결국 신유빈은 12-10으로 3게임까지 가져오며 역전에 성공했다.물론 하야타는 강했다. 4게임에서는 신유빈의 리듬이 잠시 흔들렸고, 하야타가 11-6으로 게임을 따내며 승부를 마지막까지 끌고 갔다. 모든 것은 5게임에 걸렸다. 신유빈은 중반 이후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6-6에서 연속 득점으로 앞서 나가며 승기를 잡았고, 막판 하야타의 추격에도 끝내 리드를 지켜냈다. 최종 점수는 11-9였다.승리가 확정되자 신유빈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이어 눈물을 보였다. 단순한 16강 승리의 감정만은 아니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느꼈던 부담, 반복된 패배의 기억,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의심을 이겨낸 순간이었다.신유빈은 이달 초 끝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기대만큼 웃지 못했다. 여자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는 동메달을 따냈지만, 단식과 여자복식에서는 8강에서 멈췄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로 큰 기대를 받았던 만큼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하지만 신유빈은 실망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곧바로 WTT 무대에 나섰고, 자신에게 가장 까다로웠던 상대 중 한 명을 꺾었다. 특히 하야타는 2024 파리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신유빈에게 아픔을 안긴 선수다. 이번 승리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일본 현지에서도 이 경기를 비중 있게 다뤘다. 하야타가 마지막 게임에서 끝까지 추격했지만, 신유빈이 승부처를 버텨내며 경기를 끝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패자보다 승자의 눈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남긴 경기였다.신유빈에게 이번 승리는 8강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큰 대회 뒤 찾아온 흔들림을 스스로 끊어냈고, 넘지 못했던 상대를 마침내 넘어섰다. 베이징에서 흘린 눈물은 좌절의 눈물이 아니라,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