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 가격에 이게 된다고?” BYD SUV 타보니


3750만원짜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앞좌석 통풍 시트와 뒷좌석 열선 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차량 외부 전력 공급 기능(V2L)까지 들어갔다. 여기에 15.6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AI) 기반 음성비서도 탑재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방식으로 전기와 하이브리드를 함께 활용해 주행거리도 1000㎞에 육박한다. 

 

비야디(BYD)의 ‘씨라이언6 DM-i’를 직접 타보니 이런 풍부한 편의사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최근 차량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일부 기능을 줄이는 경우가 있지만, 씨라이언6 DM-i는 웬만한 기능을 대부분 갖췄다. 판매 가격은 3750만원으로 일반적인 PHEV 차량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차량을 처음 접했을 때 특히 눈에 띈 부분은 물리 버튼이다. 선루프에는 전동식 블라인드가 적용돼 버튼을 눌러 바로 조작할 수 있다. AI 음성비서를 호출하지 않아도 필요한 기능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다.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HEV) 방식을 바꾸는 버튼도 직관적으로 배치됐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역시 모든 기능을 화면에서만 조작하도록 만들지 않았다. 운전자가 직접 누를 수 있는 물리 버튼을 남겨둬 조작이 어렵지 않았다.

 


실내 공간 활용성도 만족스러웠다. 트렁크 공간이 넓어 큰 짐을 넣기 좋았고, 트렁크 스크린도 적용돼 짐을 정리한 뒤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가릴 수 있었다. 운전석 주변에는 무선 충전기와 15.6인치 디스플레이가 마련돼 있으면서도 작은 물건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었다.

 

주행거리 역시 씨라이언6 DM-i의 강점이었다. 계기판에는 EV 방식으로 70㎞ 이상, HEV 방식으로 9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고 표시됐다. 두 동력원을 합치면 충전이나 주유 없이 약 1000㎞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EV에서 HEV로 전환할 때도 큰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을 의식하고 주행했지만 소리만으로 이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다만 주행 성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했다. 1.9t에 달하는 차체를 움직일 때 동력원이 다소 버거워하는 느낌이 있었고, 가속페달이나 운전대를 조작했을 때 차량이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듯했다. 섬세한 조향감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었다.

 

정숙성도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나타났다. 문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 소리 등 외부 소음은 비교적 잘 차단했다. 하지만 자유로의 도로 균열 등을 지날 때는 노면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그대로 몸에 전달됐다. 차량 자체가 조용한 편이다 보니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소음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AI 음성비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공조 장치 조작은 가능했지만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입력하거나 음성을 인식하는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있었다. 운전자용 계기판을 별도로 둔 것은 장점이지만,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와 아이콘이 많아 다소 복잡하게 느껴졌다.

 

고속도로에서 ADAS를 사용할 때도 불안한 순간이 있었다. 차량이 차선을 따라가도록 운전대를 움직이는 과정에서 반응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기는 느낌이 났다. 운전대 감지 방식도 정전식이 아니어서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가 나올 때 일정 수준의 움직임을 줘야 했다. 속도가 빠른 자유로에서는 이런 과정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내비게이션에는 카카오맵을 기본으로 사용했다. 다만 차량의 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이 완전히 연동되지 않아 주행 과정에서 운전자가 직접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도심부터 경기 파주 자유로까지 씨라이언6 DM-i를 주행해본 결과, 이 차의 가장 큰 무기는 결국 가격과 풍부한 편의사양이었다. 모든 부분에서 완성도가 높은 차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3750만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부족한 부분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갖췄지만 조금씩 아쉬운 차’라는 평가가 가능한 이유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