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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옌청 호투 앞세운 한화, LG 꺾고 5연승

대전의 밤은 한화 이글스의 방망이 소리로 가득 찼다. 길었던 9연패의 그림자는 어느새 옅어졌고, 한화는 5경기 연속 승리를 쌓으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화는 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19-3으로 크게 이겼다. 점수 차만 놓고 보면 일방적인 경기였다. 그러나 한화 입장에서는 단순한 대승 이상이었다. 무거웠던 흐름을 끊고,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증거에 가까웠다.

 

경기 흐름을 먼저 안정시킨 쪽은 마운드였다. 선발 왕옌청은 LG 타선을 상대로 6이닝 1실점의 투구를 펼쳤다. 안타는 7개를 내줬지만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게 두지 않았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았고, 필요한 순간마다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삼진이 많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충분히 선명했다.

 

왕옌청은 이날 승리로 시즌 11승째를 챙겼다. 지난 8월 초 삼성전 이후 한 달 넘게 기다린 승리였다. 팀이 연승을 이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나온 값진 호투였다.

김경문 감독도 경기 뒤 왕옌청의 역할을 먼저 짚었다. 그는 왕옌청이 상대 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발이 길게 버티자 한화는 불펜 운영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승부가 완전히 기운 장면은 8회였다. 한화 타선은 이미 앞서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LG 불펜의 제구 난조를 파고들었고, 출루가 출루를 불렀다. 이후 안타가 이어졌고, 한지윤의 만루홈런이 터지며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8회에만 12점. 한 이닝 대량 득점은 이날 경기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한화 타자들은 점수 차와 관계없이 집중력을 유지했다. 쉽게 물러나지 않았고, 찬스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기록지도 한화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팀 전체 안타는 18개였다. 심우준, 최인호, 문현빈, 허인서 등 여러 타자가 공격에 가담했다. 특정 선수의 ‘원맨쇼’가 아니라, 타선 전체가 이어지고 터지는 경기였다. 특히 허인서는 3안타 4타점으로 공격의 무게감을 더했다.

 

반대로 LG 마운드는 후반을 버티지 못했다. 8회 등판한 투수들이 잇따라 흔들리며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볼넷과 안타가 겹치자 흐름을 끊을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타선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평가를 남겼다. 그는 선수들이 끈기 있는 모습으로 연승을 이어가는 집중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대승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내내 유지된 태도였다는 뜻이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시즌 54승째를 올렸다. 아직 5위권과의 차이는 작지 않지만, 최근 5연승은 팀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하다. 9연패 뒤 찾아온 연승이기에 더 값지다. 같은 팀이 맞나 싶을 만큼 경기 내용도 달라졌다.

 

이제 한화는 인천으로 향한다. 10일 SSG 랜더스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5연승으로 되살아난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면, 막판 순위 싸움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LG는 휴식을 취한 뒤 삼성과 맞붙는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