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PEC서 북미 정상 만날까…중국 역할론 급부상

멈춰 있던 북미 대화의 시계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재회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가운데, 중국이 두 정상의 만남을 돕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반도 외교판에서 빠지지 않겠다는 베이징의 의지가 반영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0일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미 접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신뢰 가능한 시도를 지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가 나온 시점도 미묘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4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 중재 가능성을 흘린 셈이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국이 한반도 카드를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읽힌다.

 

중국의 속내는 복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김 위원장과 직접 담판을 벌였던 경험이 있다. 만약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 앉는다면, 한반도 외교의 중심축이 워싱턴과 평양으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런 흐름에서 밀려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 협상 과정에 관여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고, 동시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과시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회동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와 군사·외교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도 전략적 관계를 다지며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과거처럼 미국의 초청만으로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회담에 나선다면 조건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북 제재 완화,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나아가 북한의 핵보유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수준의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보여주기식 정상외교’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여전히 좋다고 강조하며 연내 회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미 연합훈련 기간을 줄인 뒤에는 이를 대화 분위기 조성의 신호처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냉담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북미 정상 간 소통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회담 장소로는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가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큰 데다,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 영토에서 북미 접촉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측 인사들이 선전과 항저우를 사전 점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어떤 형식의 만남이 추진되는지, 실제로 김 위원장이 움직일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은 과거에도 북미 정상외교를 측면 지원한 경험이 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는 김 위원장의 이동을 위해 중국국제항공 항공기를 제공했고, 2019년 하노이 회담 때는 전용열차의 중국 통과와 경호를 지원했다. 표면적으로는 조용한 지원이었지만, 중국이 한반도 외교에서 필수 변수임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다만 중국에도 부담은 있다. 선전 APEC이 북미 정상회담에 가려질 경우, 정작 미중 정상회담과 경제·안보 의제가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 중국이 북미 회동을 밀어붙이더라도 자국의 외교적 이익이 확실히 보장되는 조건에서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관건은 시 주석의 미국 방문 결과다.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협력 가능한 의제로 다룰지, 아니면 전략 경쟁의 카드로 활용할지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현실성도 달라질 전망이다. 트럼프식 정상외교와 김정은식 고강도 조건, 그리고 중국의 계산이 맞물리면서 한반도 외교판은 다시 복잡한 수 싸움에 들어서고 있다.

 

요즘 빅테크 CEO들의 ‘핏’ 전쟁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의 옷차림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옷을 반복해 입는 ‘효율의 상징’이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무대와 상황에 맞춰 정치적·사업적 메시지를 담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패션은 더 이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이자 대중 설득의 도구가 되고 있다.최근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저커버그는 ‘사랑의 언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연애 상담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표현을 테크 기업 CEO가 공식 무대에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1950년대풍 브로우라인 디자인의 메타 신형 AI 안경을 착용해 이전보다 한층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미국 남성복 평론가 데릭 가이는 CNN에 저커버그가 “의도적으로 스타일을 바꿨다”고 평가했다.저커버그의 패션 변화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과거 회색 반소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결정을 줄이기 위한 단순함’을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처럼 실리콘밸리식 효율성을 상징하는 복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의 옷차림은 점점 더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지난해 메타 커넥트에서는 라틴어로 ‘저커버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고, 40세 생일 행사에서는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는 문구를 선택했다. 당시 AI 경쟁에서 구글과 오픈AI를 추격하던 메타의 야심을 옷으로 드러낸 셈이다.올해 무대에서 ‘사랑’을 앞세운 것도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메타가 공개한 AI 서비스와 스마트 안경은 이용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제품이다.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앞세운 정복자 이미지보다 친근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같은 행사에 오른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의 복장도 화제가 됐다. 그는 사슴 그림이 들어간 녹색 카모플라주 티셔츠와 크록스를 신고 무대에 섰다. 티셔츠는 중고 매장에서 산 30달러짜리로 알려졌다. 메타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스케일AI 지분 49%를 143억달러에 사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가 인재의 초저가 패션’이라는 대비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외신은 이를 Z세대식 투박한 스타일, 이른바 ‘주유소 시크’로 해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가죽 재킷은 이미 기업 브랜딩의 일부가 됐다. 그는 검은 가죽 재킷으로 혁신적이고 강한 테크 리더 이미지를 구축했다. 실제로 그가 2023년 폭스콘 행사에서 입었던 톰 포드 가죽 재킷은 지난 7월 소더비 경매에서 96만달러에 낙찰됐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국빈 만찬에서는 정장을 택했다. 중국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엔비디아 수장에게 그날의 옷차림은 개성보다 외교적 균형을 보여주는 수단이었다.일론 머스크의 패션은 더욱 직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유세 무대에서 검은 MAGA 모자를 쓰고 자신을 “다크 고딕 마가”라고 표현했다. 또 백악관 각료회의에는 ‘Tech Support’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야구모자를 착용하고 참석했다. 정부를 고치는 기술자라는 이미지를 옷으로 연출한 것이다.한때 테크 CEO의 옷은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패션은 사업 전략, 정치적 입장, 대중 이미지가 교차하는 무대 장치가 됐다. 실리콘밸리의 티셔츠 한 장은 더 이상 단순한 티셔츠가 아니다. 때로는 신제품 발표문이고, 때로는 외교 메시지이며, 때로는 권력의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