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박경리 토지, 책장을 넘어 화폭 위에 피어나다

 박경리 작가의 대표작 토지가 회화 작품으로 새롭게 관객을 만난다.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은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 문학그림전 ‘하늘의 빛, 땅의 빛-박경리 토지 그림으로 만나다’를 교보문고 광화문점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지난 8일 시작해 10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학사의 대표적인 대하소설로 꼽히는 토지를 그림이라는 매체로 다시 읽어보는 자리다. 박경리 작가가 26년에 걸쳐 완성한 토지는 총 5부 20권으로 이뤄진 방대한 작품이다. 근현대사의 거센 흐름 속에서 한 개인과 공동체의 삶, 땅을 둘러싼 운명, 인간의 존엄과 생명에 대한 질문을 폭넓게 담아냈다.

 

전시에는 길현, 김선두, 박문종, 박세진, 박영근, 안중경, 이동환, 홍승희 등 화가 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소설 속에서 의미가 큰 장면 30곳을 골라 각자의 조형 언어로 풀어냈다. 전시장에는 모두 30점의 작품이 걸렸으며, 관람객은 소설 속 인물과 사건이 작가들의 해석을 거쳐 어떻게 이미지로 변주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작품의 바탕이 된 장면은 이승윤 토지학회 회장이 선정했다. 1부에서 10개, 2부에서 5개, 3부에서 4개, 4부에서 5개, 5부에서 6개의 장면을 뽑아 소설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을 걷다 보면 토지의 시간과 공간, 인물들의 감정선이 하나의 긴 이야기처럼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이승윤 회장은 “소설의 전개를 순서대로 따라가는 과정에서 역사의 격랑과 인물들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서사적 지도로 완성되도록 장면을 골랐다”고 밝혔다.

 

전시 제목인 ‘하늘의 빛, 땅의 빛’은 토지 4부 1편 12장 ‘독창회’에 나오는 문구에서 따왔다. 하늘과 땅이라는 상징을 통해 박경리 문학이 담아온 생명 의식과 인간 세계에 대한 깊은 시선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원작 문장과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갤러리에는 토지의 주요 발췌문과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회화 작품이 나란히 배치됐다. 관람객은 활자로 읽던 장면이 색과 선, 구도와 분위기로 어떻게 다시 표현되는지 비교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해설과 수록작을 담은 동명의 도록 ‘하늘의 빛, 땅의 빛’도 발간됐다. 도록은 관람객 참여 행사와 연계해 배포될 예정이다. 이번 기획전은 박경리 문학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지라는 거대한 서사를 오늘의 시각예술로 다시 불러내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강인 크로스, 손흥민 골? 58호골의 내막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서울 안방에서 우루과이에 4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주장 손흥민이 A매치 통산 58호골을 터뜨리며 차범근 전 감독과 역대 최다 득점 타이를 이뤘지만, 정작 본인은 "내 골이 아닌 것 같다"며 씁쓸함을 숨기지 못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랭킹 20위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1대 4로 대패했다.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우루과이의 강한 압박과 기동력에 고전했다. 전방 공격 전개가 헐거워진 사이 공을 빼앗긴 후 수비 전환마저 더뎠고, 포백 수비진과 중원 사이의 벌어진 간격을 파고든 우루과이에 연속골을 허용했다. 전반 13분 다르윈 누녜스, 전반 27분 조르지안 데 아라스카에타에게 연속골을 내준 뒤, 전반 43분에는 김민재의 자책골까지 나오며 전반에만 0대 3으로 끌려갔다.모레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민재, 김봉수, 황희찬, 이태석을 빼고 김태현, 박진섭, 조현택, 김민수를 동시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후반 17분 누녜스에게 헤더 멀티골까지 허용하며 스코어는 0대 4까지 벌어졌다.한국의 유일한 만회골은 후반 35분(80분)에 터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강인이 올린 날카로운 궤적의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했고, 골문으로 대시하던 손흥민이 발을 가져다 대며 골망을 흔들었다.이 골로 손흥민은 A매치 통산 58호골을 기록,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한 한국 남자 축구 A매치 최다 득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그러나 경기 종료 후 득점의 주인을 두고 때 아닌 혼선이 이어졌다. 우루과이축구협회와 해외 주요 축구 통계 매체들이 초기 기록에 득점자를 이강인으로 표기하면서, 손흥민의 스치듯 지나간 터치가 인정되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정작 당사자인 손흥민도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고개를 저었다. 손흥민은 "강인이가 크로스를 올렸는데 내 느낌에는 공에 맞지 않았다"며 "대패한 경치에서 내 골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만약 내 골로 공식 처리된다면 오히려 찜찜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혼란은 대한축구협회(KFA)의 공식 발표로 정리됐다. KFA는 "경기 비디오 판독 결과 및 현장 심판진과 대회운영본부의 최종 확인에 따라 손흥민의 득점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FIFA 공식 경기 리포트와 풋몹 등 주요 통계 사이트 역시 득점자를 이강인에서 손흥민으로 수정했다.본인의 득점 사양에도 불구하고 공식 기록집에는 손흥민의 58호골로 남게 됐지만, 대패의 그림자 속에서 달성한 최다 득점 타 기록은 주장 손흥민과 대표팀 모두에게 아쉬운 잔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