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중박이 내건 유묵, 알고 보니 친일 인사 작품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에 내놓았던 서예 작품의 작가 정보가 잘못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독립운동가의 글씨로 소개됐던 유묵이 실제로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된 박중양의 작품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일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한때 전시됐던 유묵 ‘일반시국은’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박물관은 여러 분야 전문가의 검토를 종합한 끝에 이 작품을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묵으로 볼 수 없으며, 박중양이 쓴 글씨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일반시국은’은 ‘밥 한 그릇도 나라의 은혜’라는 의미를 담은 문구다. 박물관은 밥과 식문화에 얽힌 언어와 역사적 표현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 글씨를 전시품으로 골랐다. 해당 문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킨 영규대사와 관련해 전해지는 말로 알려져 있어 전시의 취지와도 맞는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작품의 필자였다. 박물관은 처음 이 유묵을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작품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전시 이후 낙관에 적힌 ‘박원근’이 애국지사 박원근이 아니라, 박중양이 사용했던 이름일 가능성이 있다는 외부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박물관은 지난 8월 10일 작품을 전시장에서 내렸다.

 

논란이 커지자 박물관은 이틀 뒤 공식 누리집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전시품의 출처와 작가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관련 검증이 미흡했던 데 대해 고개를 숙였다. 특히 작품을 독립운동가의 유물로 알고 받아들였던 박원근 유가족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후 박물관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전문가 자문 절차를 진행했다. 서예, 고문헌, 근현대사, 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이 검증에 참여했다. 조사는 글씨의 필획, 인물의 이름 사용 기록, 작품의 표구 방식 등을 다각도로 살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예와 고문헌 검토에서는 ‘일반시국은’의 글씨와 박중양의 기존 필적 사이에 공통점이 확인됐다. 획을 긋고 마무리하는 방식, 글자의 흐름과 운필 습관 등이 유사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특징을 근거로 해당 유묵을 박중양의 필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근현대사 분야에서는 이름 문제를 살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등에 따르면 박중양은 한때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의 호는 해악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박중양이 일본 유학 시절까지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쓰다가 1903년 귀국 무렵부터 박중양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봤다.

 

작품의 물리적 특징도 검토 대상이 됐다. 보존과학 분야 조사에서는 ‘일반시국은’의 장황 방식이 근대 일본식 표구에서 자주 나타나는 형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성을 판단하는 참고 근거가 됐다.

 

이번 결과로 박물관의 전시품 검증 체계에 대한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역사적 인물의 이름이 같거나 다른 이름을 사용한 사례가 있는 경우, 출처와 필자 확인을 더 촘촘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독립운동가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뒤바뀐 사안이라는 점에서 오류의 무게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역사 인물에 대한 정확한 확인은 박물관의 기본 책무라며, 이번 일에서 부족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전시품을 선정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검증 단계를 강화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필자 논란을 정리했지만,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유물 한 점의 설명문도 공적 역사 기록이 될 수 있는 만큼, 전시 기관의 확인 책임과 신뢰 회복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서울 전월세 뛰고 매물은 말랐다

 서울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다시 세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처음 앞지른 데다 월세까지 비슷한 속도로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매물 부족까지 겹치면서 세입자들은 가격 협상은커녕 계약 안전장치도 제대로 따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10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8.3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 8.31%를 소폭 웃돈 수치다. 올해 들어 서울 전셋값 상승폭이 매매가 상승폭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값 상승세도 만만치 않지만, 실제 거주 비용과 직결되는 전세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월세 시장도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통계 기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7%, 월세는 6.1% 올랐다. 전세와 월세가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동반 상승한 셈이다. 특히 노원구의 월세 상승률은 10.2%로 수도권에서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거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도 월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민 주거비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임대료 상승의 배경에는 공급 부족도 있다. 최근 서울시 주거포럼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가 임대차 매물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집을 사더라도 직접 거주해야 하는 규제가 적용되면 해당 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내놓기 어렵다. 이 경우 임대 매물이 줄고, 세입자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시장에서는 이미 ‘임대인 우위’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원하는 지역과 가격대의 집이 나오면 여러 세입자가 동시에 몰리고, 계약을 서두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세입자가 권리관계나 집주인의 재정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 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도 임대차 시장이 과열될 때 안전 확인 절차가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계약 전 집주인의 납세 여부와 선순위 권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3년 법 개정 이후 임대인은 계약 과정에서 납세증명서와 선순위 임대차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시하거나, 임차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동의해야 한다. 특히 다가구주택처럼 여러 세대가 하나의 등기부에 묶여 있는 경우에는 먼저 들어온 세입자의 보증금 규모가 중요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선순위 보증금이 많으면 후순위 세입자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전입신고 시점도 주의해야 한다. 많은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마치면 즉시 보증금 보호가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현행법상 대항력은 이사와 전입신고를 모두 마친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한다. 반면 집주인이 잔금일 당일 은행 대출을 받아 근저당권 등기를 설정하면 금융기관이 세입자보다 앞선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이른바 ‘하루 공백’ 위험이다.정부가 대항력 발생 시점을 전입신고 즉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 전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계약서 특약이 중요하다. 잔금일 다음 날까지 집주인이 새로운 근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고, 이를 어길 경우 계약 해제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방식이다. 다만 특약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잔금 지급 직전과 전입신고 이후 등기부등본을 다시 확인해 권리 변동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이사 절차도 단계별로 챙길 필요가 있다. 확정일자는 임대차계약서만 있으면 이사 전에도 받을 수 있으므로 계약 직후 처리하는 것이 좋다. 이사 당일에는 전입신고를 하고, 다음 날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해 새 근저당이나 가압류가 설정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도 보증금 보호를 위해 대항력이 생기기 전후의 권리 변동 확인을 강조하고 있다.주소 변경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에 등록된 주소가 예전 집으로 남아 있으면 대출 연체 안내나 보험계약 관련 통지를 받지 못해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금융회사 한 곳에서 전 금융권 주소를 일괄 변경하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현재는 종료된 상태다. 거래 금융사별로 직접 변경하거나 통신사 기반 주소 변경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줄어드는 시장에서는 빠른 계약이 유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보증금은 세입자의 핵심 자산이다. 집을 구하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계약이다. 전셋값과 월세가 동시에 뛰는 지금, 세입자에게 필요한 것은 서두름이 아니라 확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