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북한 MZ 덮친 ‘손하트 단속’

북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손가락으로 작은 하트를 만들었다가 단속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문화 유입을 막으려는 북한 당국의 통제가 말투와 옷차림을 넘어 청소년들의 손짓과 표정 같은 일상적 표현까지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최근 평안남도 개천시의 한 고급중학교에서 여러 학생이 수업 중이나 집단체조 시간에 손가락 하트를 주고받다 적발됐다. 엄지와 검지를 겹쳐 하트 모양을 만드는 이 동작은 한국 연예인들이 팬들에게 애정을 표현할 때 자주 쓰면서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제스처다.

 

북한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해당 손동작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행동은 이미 또래들 사이에 퍼져 있어 처음 시작한 학생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학교 청년동맹 조직은 이를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보고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외부 문화 차단을 주요 과제로 삼아왔다. 남한식 말투, 머리 모양, 옷차림, 노래와 영상물 시청 등을 강하게 문제 삼았고, 청소년들을 상대로 ‘우리식 생활양식’을 지켜야 한다는 사상 교육도 이어왔다. 이번 손가락 하트 단속도 같은 흐름 속에서 나온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손가락 하트는 말보다 훨씬 단속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소리 내지 않아도 감정을 전할 수 있고, 친구들끼리 눈짓처럼 짧게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소식통은 학생들이 남한식 말투를 쓰다 걸릴 위험을 피하면서도 친근감을 나타낼 수 있어 손 하트가 빠르게 번졌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젊은 세대가 외부 문화를 접해온 경로는 다양하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장마당이 확대되고 중국을 통한 영상물 유입이 늘면서 한국 드라마와 음악, 예능 콘텐츠가 암암리에 퍼졌다. 이런 콘텐츠를 접한 청소년과 청년층은 말투뿐 아니라 옷차림, 감정 표현 방식에서도 이전 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북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손가락 하트 외에도 브이 표시, 엄지척, 특정 포즈를 취하는 행동 등이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집단행동이나 구호 중심의 표현이 익숙했다면, 이제는 친구 사이에서 가볍게 감정을 드러내는 손짓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손짓은 북한 당국의 선전물에서 비롯됐거나 이를 통해 확산됐다는 해석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영상에 주민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장면이 등장한 뒤, 청년들 사이에서 ‘좋다’ ‘최고다’라는 의미로 엄지척을 쓰는 일이 늘었다는 전언도 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손가락 하트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외부 문화, 특히 한류의 흔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 입장에서는 친구에게 호감을 표현하거나 장난을 치는 짧은 동작에 가깝다. 이 간극이 북한 사회에서 세대 간 문화 차이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부 영상물이나 남한식 언어처럼 눈에 띄는 요소는 강하게 단속할 수 있지만, 이미 청소년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 몸짓과 유행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손가락 하나로 만든 작은 하트가 북한 당국에는 통제해야 할 문화 현상으로, 청소년들에게는 조용한 놀이이자 감정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어선 250척 몰려왔다…CPTPP에 뿔난 어민들

12일 오전 10시30분 경남 통영시 한산도 앞바다에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를 따라 크고 작은 어선들이 모여들었다. 약 250척의 어선에는 ‘농어업 말살 농어민 생존권 위협 CPTPP 저지하자’, ‘식량주권 포기, 국민건강권 침해 저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어민들이 바다로 나온 것은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 재개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CPTPP는 일본 주도로 2018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경제협정이다.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023년 영국이 합류하면서 회원국은 12곳으로 늘었다.한국은 2022년 CPTPP 가입 추진을 검토했지만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우려와 정치권 논쟁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을 이유로 가입 논의가 다시 거론되면서 농어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전국어민회총연맹 경남본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비자·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통영 이순신공원 일원에서 ‘CPTPP 가입저지 농어업 식량주권 사수 제1차 경남도민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대회에 앞서 농민들은 트럭 50대를 몰고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집회 장소까지 차량 행진을 벌였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어민들이 한산도 앞바다로 이동해 해상시위를 진행했다.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CPTPP 가입 검토를 다시 공식화하면서 농어민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후위기 등으로 농어민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개방을 확대하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참가자들은 CPTPP의 상품 분야 관세 철폐율이 최대 99.9%에 이른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기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시장 개방의 폭이 크다며 농·수·축산업과 임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농수산물 생산과 수출에 대한 보조금과 관련된 협정 내용도 문제로 거론했다. 참가자들은 해당 조항들이 농어업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농어촌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며 정부에 가입 검토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이병하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 상임대표는 CPTPP가 국내 농어업을 내주고 수출 실적을 얻으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영 전국쌀생산자협회 경남지부 회장은 가입 이후 15년 동안 농산물 생산액이 연평균 7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추산을 언급하며 대책 없는 시장 개방에 강하게 비판했다.통영수협 정두한 조합장도 수산업계가 이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어획량 감소, 유류비 상승, 어촌 고령화 등이 겹친 상황에서 CPTPP가 발효되면 무관세에 가까운 수입 수산물이 들어와 국내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정 조합장은 면세유와 정책자금 등 수산보조금 지원제도까지 폐지된다면 어민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어민들과 진정성 있게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농어민단체들은 정부가 가입 철회를 선언하고 농어업 보호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통영 앞바다에서 울려 퍼진 뱃고동은 CPTPP 가입 논의를 둘러싼 농어민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