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광모 파양 불발, LG家 갈등은 현재진행형


LG그룹 오너가의 가족 간 법정 다툼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또 한 번 유리한 판단을 받았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가 양자인 구 회장과의 법적 모자 관계를 끊어달라며 낸 파양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이은주 판사는 3일 김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상 파양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선고는 짧게 진행됐으며, 재판부는 청구를 기각한다는 결론만 밝히고 세부 판단 이유는 법정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LG그룹 승계와 상속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구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구 전 회장은 외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2004년 조카였던 구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LG그룹이 유지해 온 장자 승계 관행에 따라 경영권을 이어갈 후계 구도를 마련한 것이다.

 

구 전 회장이 2018년 별세하면서 구 회장은 고인의 LG 지분 대부분을 물려받아 그룹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상속 과정과 재산 배분을 두고 김영식씨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공개됐다. 이들은 2023년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은 올해 2월 구 회장 측 승소로 판단했다.

파양 청구는 이 상속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별도로 제기됐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법원에 구 회장과의 양친자 관계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법은 양자가 양부모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했을 경우 재판상 파양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만한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는 이날 선고기일에 직접 법정에 나왔다. 패소 판결이 내려진 뒤에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가정의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과 제가 어머니와 아들 관계를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씨는 또 “이제는 각자의 가정과 삶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며 “이 관계가 정리될 때까지 끝까지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에도 LG 오너가의 법적 분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상속회복 청구 소송은 1심에서 구 회장이 이겼지만, 김씨 측 항소로 4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절차가 시작된다. 상속 재산 분할과 양자 관계 해소를 둘러싼 갈등이 맞물리면서 LG가 내부 분쟁은 당분간 법정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요즘 빅테크 CEO들의 ‘핏’ 전쟁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의 옷차림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옷을 반복해 입는 ‘효율의 상징’이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무대와 상황에 맞춰 정치적·사업적 메시지를 담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패션은 더 이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이자 대중 설득의 도구가 되고 있다.최근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저커버그는 ‘사랑의 언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연애 상담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표현을 테크 기업 CEO가 공식 무대에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1950년대풍 브로우라인 디자인의 메타 신형 AI 안경을 착용해 이전보다 한층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미국 남성복 평론가 데릭 가이는 CNN에 저커버그가 “의도적으로 스타일을 바꿨다”고 평가했다.저커버그의 패션 변화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과거 회색 반소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결정을 줄이기 위한 단순함’을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처럼 실리콘밸리식 효율성을 상징하는 복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의 옷차림은 점점 더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지난해 메타 커넥트에서는 라틴어로 ‘저커버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고, 40세 생일 행사에서는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는 문구를 선택했다. 당시 AI 경쟁에서 구글과 오픈AI를 추격하던 메타의 야심을 옷으로 드러낸 셈이다.올해 무대에서 ‘사랑’을 앞세운 것도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메타가 공개한 AI 서비스와 스마트 안경은 이용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제품이다.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앞세운 정복자 이미지보다 친근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같은 행사에 오른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의 복장도 화제가 됐다. 그는 사슴 그림이 들어간 녹색 카모플라주 티셔츠와 크록스를 신고 무대에 섰다. 티셔츠는 중고 매장에서 산 30달러짜리로 알려졌다. 메타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스케일AI 지분 49%를 143억달러에 사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가 인재의 초저가 패션’이라는 대비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외신은 이를 Z세대식 투박한 스타일, 이른바 ‘주유소 시크’로 해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가죽 재킷은 이미 기업 브랜딩의 일부가 됐다. 그는 검은 가죽 재킷으로 혁신적이고 강한 테크 리더 이미지를 구축했다. 실제로 그가 2023년 폭스콘 행사에서 입었던 톰 포드 가죽 재킷은 지난 7월 소더비 경매에서 96만달러에 낙찰됐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국빈 만찬에서는 정장을 택했다. 중국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엔비디아 수장에게 그날의 옷차림은 개성보다 외교적 균형을 보여주는 수단이었다.일론 머스크의 패션은 더욱 직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유세 무대에서 검은 MAGA 모자를 쓰고 자신을 “다크 고딕 마가”라고 표현했다. 또 백악관 각료회의에는 ‘Tech Support’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야구모자를 착용하고 참석했다. 정부를 고치는 기술자라는 이미지를 옷으로 연출한 것이다.한때 테크 CEO의 옷은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패션은 사업 전략, 정치적 입장, 대중 이미지가 교차하는 무대 장치가 됐다. 실리콘밸리의 티셔츠 한 장은 더 이상 단순한 티셔츠가 아니다. 때로는 신제품 발표문이고, 때로는 외교 메시지이며, 때로는 권력의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