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5대 종단 성직자들, DMZ서 평화의 길 걷는다

남북 관계가 다시 차갑게 얼어붙은 한반도에서 종교인들이 비무장지대 길 위에 선다. 말이 막힌 자리에서 발걸음으로 평화를 말하고, 분단의 상처가 남은 현장에서 생명과 화해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2026 DMZ 생명평화순례 준비위원회’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 종교인 DMZ 생명평화순례’ 계획을 공개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순례에는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성직자와 수도자 30여 명이 함께한다. 이들은 내달 1일부터 22일까지 21박 22일 동안 강원 고성에서 경기 파주까지 DMZ 일대 410㎞를 걷는다.

 

순례의 주제는 ‘상처를 넘어, 다시 연결되다 - 생명과 평화의 다리를 놓다’이다. 분단을 단순히 과거의 비극으로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시대의 과제로 마주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준비위원장 김찬수 목사, 실천불교승가회 장적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박승렬 목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장 이은형 신부 등 각 종단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은형 신부는 취지문에서 “분단 81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남북 간 이념적 충돌과 대결의 기조로 단절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순례는 상처를 회피하거나 덮는 일이 아니라, 상처를 직시하고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관계의 재건을 시도하려는 윤리적 결단이자 적극적 평화의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순례단은 오는 30일 강원 고성 명파아트호텔에서 ‘순례자학교’를 열고 준비 일정에 들어간다. 이어 내달 1일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양구, 화천, 철원, 연천을 지나 내달 22일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도착한다.

 

순례길은 단순한 도보 일정이 아니다. 전쟁과 분단의 흔적이 남은 장소들을 따라가며 기억과 추모, 화해의 의식을 이어간다. 순례 기간에는 건봉사, 피의능선 전투전적비, 평화의 댐, 리비교 역사공원 등 6개 주요 거점에서 위령행사가 진행된다.

 

불교계에서는 장적 스님, 일문 스님, 종호 스님, 무원 스님, 종묵 스님, 잇코 스님 등이 전 구간 종주에 참여한다. 이들은 다른 종단 성직자들과 함께 길 위에서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일반 시민도 일부 구간에 함께할 수 있다. 종교와 관계없이 참여가 가능하며, 구간별 동참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숙식은 참가자가 자급하는 형태다.

 

순례단은 내달 22일 임진각과 오두산 전망대를 거쳐 최종 일정을 마친 뒤, 23일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 민족화해센터에서 해단식을 연다.

 

이번 순례는 남북 대화가 멈추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종교계가 평화를 향한 의지를 행동으로 드러내는 자리다. DMZ를 따라 이어지는 410㎞의 걸음은 분단의 선을 넘어 다시 연결을 꿈꾸는 상징적 여정이 될 전망이다.

 

한화, 류지현에게 해법 맡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제15대 감독으로 류지현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한화는 13일 류 감독과 계약 기간 3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류지현 감독이 한화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류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LG 트윈스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LG 사령탑을 맡았던 2021년과 2022년에는 팀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이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도 지도력을 입증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고,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며 국제대회 성과를 남겼다.한화는 류 감독의 경험과 운영 철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화는 리빌딩과 성적 도약 사이에서 굴곡을 겪었다. 2025시즌에는 김경문 전 감독 체제에서 정규시즌 2위에 오르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올해는 투수진 붕괴 속에 57승83패4무, 9위로 시즌을 마쳤다. 팀 홈런 1위, 팀 득점 2위에 오를 만큼 공격력은 있었지만 마운드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류 감독의 과제도 분명하다. 한화는 젊은 야수진과 장타력을 갖춘 타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발과 불펜의 안정감 회복이 시급하다. 단기 반등을 넘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려면 마운드 재건, 유망주 성장, 베테랑 활용의 균형이 필요하다. 국가대표팀에서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을 묶어낸 경험이 한화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계약을 마친 류 감독은 구단을 통해 “한화 이글스라는 좋은 팀의 감독을 맡겨주셔서 감사하다”며 “최고의 팬들과 함께 승리를 쌓아가며 강팀으로 나아가겠다. 구단의 비전인 명문 구단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프런트에도 변화가 생겼다. 손혁 전 단장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단장직에는 석장현 전 경영지원실장이 내정됐다. 석 신임 단장은 2003년 한화에 입사해 스카우트, 홍보, 운영, 전략, 경영지원 분야를 두루 거쳤다. 한화 직원 출신이 단장에 오르는 것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현장과 프런트,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류 감독과의 호흡이 기대된다.한화는 앞서 김경문 전 감독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김 전 감독은 2024년 6월 부임해 첫해 8위에 그쳤지만, 2025시즌에는 팀을 정규시즌 2위로 끌어올렸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으며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비록 LG 트윈스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긴 침체를 겪던 한화에 가을야구의 기억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올해 한화는 기대와 달리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타선은 리그 정상급 생산력을 보였지만 투수진이 흔들리면서 초반부터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결국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시즌 종료와 함께 감독과 단장이 모두 물러나는 변화가 이어졌다.김경문 전 감독은 퇴임하며 “한화에서 1000승도 달성했고 구단에 감사하다.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어디서든 들리던 ‘최강 한화’ 응원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이제 한화는 류지현 감독 체제로 다시 출발선에 선다. 김경문 체제가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면, 류지현 체제의 임무는 그 가능성을 꾸준한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뜨거운 팬심과 공격력을 바탕으로 한화가 다시 상위권 구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새 사령탑의 첫 시즌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