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사퇴, 821조 예산안 정국 변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15개월 만에 물러났다. 단일지수 레버리지 ETF 도입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날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 수준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며 재정 운용 방향도 함께 공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김 실장이 전날 스스로 사의를 밝혔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용산공원 개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야당으로부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실장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 인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기 어려운 만큼 후속 인사는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출 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0.1%로 전망돼 최근 20년 사이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3.3%포인트 낮춰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대규모 지출 확대와 재정 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반도체 경기 호황이 꼽힌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보다 30.4%, 금액으로는 205조 6천억 원 증가한 880조 8천억 원으로 전망됐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를 중심으로 국세수입이 194조 2천억 원 늘어 거의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지출을 웃도는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초격차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민 삶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저성장 고착화와 잠재성장률 반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늘어난 미래 재원을 활용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높여 재정 여력을 다시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이어졌던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재원도 이번 예산안과 함께 공개됐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 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5조 4천억 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교육,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된다. 또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은 12조 5천억 원 줄인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재원은 여유자금으로 적립해 향후 세수가 갑자기 감소할 경우 재정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활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세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안정화 저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채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이 160조 원을 넘는 대규모 재원임에도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최대 30%까지 지출계획을 변경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논란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야권에서는 기금이 정부의 재량 지출 수단, 이른바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사퇴와 역대 최대 예산안 편성이 같은 날 맞물리면서, 향후 국정 운영과 예산 심사 과정 모두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책 책임론과 확장 재정,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구광모 파양 불발, LG家 갈등은 현재진행형

LG그룹 오너가의 가족 간 법정 다툼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또 한 번 유리한 판단을 받았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가 양자인 구 회장과의 법적 모자 관계를 끊어달라며 낸 파양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이은주 판사는 3일 김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상 파양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선고는 짧게 진행됐으며, 재판부는 청구를 기각한다는 결론만 밝히고 세부 판단 이유는 법정에서 공개하지 않았다.이번 소송은 LG그룹 승계와 상속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구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구 전 회장은 외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2004년 조카였던 구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LG그룹이 유지해 온 장자 승계 관행에 따라 경영권을 이어갈 후계 구도를 마련한 것이다.구 전 회장이 2018년 별세하면서 구 회장은 고인의 LG 지분 대부분을 물려받아 그룹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상속 과정과 재산 배분을 두고 김영식씨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공개됐다. 이들은 2023년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은 올해 2월 구 회장 측 승소로 판단했다.파양 청구는 이 상속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별도로 제기됐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법원에 구 회장과의 양친자 관계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법은 양자가 양부모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했을 경우 재판상 파양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만한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김씨는 이날 선고기일에 직접 법정에 나왔다. 패소 판결이 내려진 뒤에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가정의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과 제가 어머니와 아들 관계를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김씨는 또 “이제는 각자의 가정과 삶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며 “이 관계가 정리될 때까지 끝까지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이번 판결에도 LG 오너가의 법적 분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상속회복 청구 소송은 1심에서 구 회장이 이겼지만, 김씨 측 항소로 4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절차가 시작된다. 상속 재산 분할과 양자 관계 해소를 둘러싼 갈등이 맞물리면서 LG가 내부 분쟁은 당분간 법정에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