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탁기가 아이돌 됐다, LG ‘에이아이돌’ 정체 공개

LG전자가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실제 아이돌 그룹 콘셉트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생활가전 광고에 흔히 쓰이던 기능 설명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음악과 춤, SNS 챌린지를 결합해 젊은 소비자에게 제품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시도다.

 

LG전자는 지난 28일 5인조 신인 그룹 ‘에이아이돌’의 정체를 공개했다. 에이아이돌은 LG전자가 올인원 세탁건조기 ‘AI 워시콤보’를 알리기 위해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앞서 서울 강남역과 삼성역, 광화문, 남대문, 명동 등 주요 도심 디지털 전광판과 SNS 티저 영상을 통해 먼저 모습을 드러내며 궁금증을 키웠다.

 

이 그룹은 단순한 광고 모델이 아니라 제품 기능을 인물화한 콘셉트로 구성됐다. 멤버는 리더 ‘이연’을 비롯해 ‘모아’, ‘성현’, ‘희재’, ‘수아’ 등 5명이다. 각각 올인원 대용량, AI 타임센싱, AI 세탁·건조, 미니멀 플랫 디자인, 미니워시 등 AI 워시콤보의 핵심 기능을 상징한다.

 

LG전자는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제품 특성을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으로 풀어냈다. ‘AI가 세탁과 건조 과정을 알아서 최적화한다’는 기능 설명을 젊은층에게 더 친숙한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음악, 안무, 비주얼을 결합한 것이다. 그룹 콘셉트는 레트로 감성과 미래적인 분위기를 섞은 네오Y2K 스타일로 잡았다.

 

에이아이돌은 오는 9월 말까지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LG전자는 그룹의 음악 역시 AI 워시콤보가 주는 상쾌함과 첨단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밝고 에너지 있는 사운드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SNS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에이아이돌이 지난달 30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선공개한 신곡 ‘아이워시’는 인스타그램 인기 상승 오디오 1위에 올랐다. 안무 영상도 릴스 인기 순위 4위를 기록했다. 가수 최예나, 코미디언 이선민, 안무가 효진초이 등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관련 콘텐츠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처음 영상을 접한 일부 이용자들은 에이아이돌을 가상 아이돌이나 AI 캐릭터로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LG전자에 따르면 멤버들은 모두 실제 인물이다. 이 같은 반응은 오히려 캠페인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에이아이돌이 홍보하는 AI 워시콤보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결합한 올인원 제품이다. 지난 6월 출시된 2026년형 신모델은 세탁 용량 25kg, 건조 용량 21kg을 갖췄다. LG전자는 두 용량 모두 2026년 8월 기준 국내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제품은 4kg 용량의 분리세탁용 미니워시와도 결합할 수 있다. 사용자는 AI 워시콤보에 탑재된 7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미니워시까지 조작할 수 있다. 세탁물의 양을 감지해 3초 만에 코스별 예상 시간을 알려주는 ‘AI 타임센싱’ 기능과, 사용자의 세탁·건조 패턴을 학습해 예상 건조 시간을 안내하는 ‘AI 시간안내’ 기능도 적용됐다.

이번 캠페인은 필수가전인 세탁기의 신제품 차별성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세탁기는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인 만큼, 단순히 용량이나 성능을 강조하는 방식만으로는 주목도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성택 LG전자 한국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세탁기는 모든 세대에게 익숙한 필수가전이기 때문에 최신 제품의 차별성을 인지시키려면 신선한 충격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고객에게 낯선 재미를 줄 수 있는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에이아이돌을 통해 제품 기능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AI 워시콤보의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전제품 홍보에 아이돌 세계관과 챌린지 문법을 결합한 이번 실험이 실제 구매층 확대와 브랜드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