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보물 ‘청구영언’이 반짝인다…DDP서 만나는 한글의 밤

가장 오래된 시조 모음집으로 전해지는 보물 '청구영언'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빛과 소리로 되살아난다. 삼백여 년 전 우리말로 노래되던 감정과 풍경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의 밤을 배경으로 현대적인 미디어아트가 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추진하는 ‘2026년 한글문화상품 및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의 하나로 미디어파사드 영상 ‘말이 빛나는 밤’을 선보인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영상은 다음 달 3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중구 DDP 어울림광장에서 공개된다. 상영 시간은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다. 시민과 관광객은 별도 절차 없이 광장에서 한글을 주제로 한 대형 미디어파사드를 감상할 수 있다.

 

‘말이 빛나는 밤’은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청구영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청구영언’은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시조 모음집으로, 조선 후기 우리말 노래의 정서와 언어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이번 프로젝트는 책 속에 머물던 옛 노랫말을 오늘의 도시 공간으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상은 시조의 형식인 초장, 중장, 종장의 흐름을 따라 3부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은 ‘오늘이 오늘이소서’를 주제로 삼아 사람의 감정과 바람을 빛의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두 번째 장 ‘산수의 가락’에서는 자연을 노래한 시조의 정서를 산과 물, 바람의 이미지로 확장한다. 세 번째 장 ‘공명의 바다’는 말과 소리, 빛이 서로 울려 퍼지는 장면을 통해 한글이 지닌 감각적 힘을 표현한다.

 


이번 작업은 한글을 단순한 문자나 기록의 도구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옛 시조의 언어를 현대적인 영상 기술과 결합해, 한글이 문화콘텐츠의 소재이자 예술적 표현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DDP라는 상징적인 도시 건축물을 무대로 삼아 전통 문학과 첨단 미디어가 만나는 장면을 연출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번 미디어파사드를 시작으로 한글날이 있는 10월에도 다양한 한글 문화 콘텐츠를 이어갈 예정이다. 광화문에서는 한글문화산업전을 열고, 성수동에서는 팝업 전시를 마련해 한글문화상품과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소개한다.

 

박물관은 이를 통해 한글의 산업적 확장 가능성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한글을 전시실 안의 문화유산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디자인·영상·상품·공간 경험으로 확장해 창작자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 자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의 핵심 원천은 한글”이라며 “한글이 문자의 기능을 넘어 산업의 소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창작자, 기업과 함께 가능성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올가을 DDP의 밤에는 오래된 책 속 말들이 조용히, 그러나 화려하게 다시 빛난다. ‘청구영언’의 시조는 종이 위의 기록을 넘어 도시의 벽면을 흐르는 노래가 될 예정이다.

 

부산경찰 국감서 스토킹·장애인 수사 도마

 부산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의 실효성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스토킹 가해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발생한 염산 테러 사건과 발달장애인 2명이 소액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은 혐의로 특수절도 사건에 송치된 사례를 두고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부산경찰청은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사건 관리와 전담경찰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21일 부산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내에서 발생한 이른바 ‘염산테러’ 사건을 거론하며 경찰의 피해자 보호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은 7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고 염산을 뿌린 사건이다. 이 남성은 앞서 피해 여성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을 피한 상태였다.박 의원은 경찰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범죄 안전조치 심사를 진행했고, 피해자의 위험성이 우려된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경찰은 긴급응급조치를 통해 가해자에게 피해자 접근금지와 통신금지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박 의원은 “긴급응급조치 이후 17분 만에 가해자가 염산테러 범행을 저질렀다”며 경찰이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후속 조치를 취했는지 따져 물었다. 특히 위험성 체크리스트 작성 및 활용 매뉴얼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해당 체크리스트를 다시 작성하도록 돼 있다며, 경찰이 관련 절차를 매뉴얼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제기된 것이다.피해자에 대한 순찰 방식도 비판을 받았다. 박 의원은 피해자의 최초 신고 이후 경찰이 순찰을 실시했지만, 정작 피해자가 근무하는 시간대가 아닌 퇴근시간 이후에 순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범죄 위험이 높은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순찰이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면 피해자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이에 박 의원은 맞춤형 순찰의 운영 기준을 다시 검토하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피해자 보호 조치는 과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해야 한다”며 피해자 보호와 수사 전문성을 확보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사전에 위험 신호가 확인되더라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구속 여부와 별개로 실효성 있는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은 혐의로 30대 발달장애인 2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송치된 사건을 놓고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수사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경찰이 사건의 성격과 당사자의 상황에 맞게 대응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전담경찰관을 통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수사는 전담경찰관이 담당하도록 돼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해당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의 특성과 의사소통 방식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박상웅 국민의힘 의원도 발달장애인에게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이 새로운 수사 및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장애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면 수사 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담 인력을 지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다.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에서 경찰의 판단과 대응이 당사자의 권리 보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원들의 지적에 김성희 부산경찰청장은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부산경찰청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관련 사건을 시경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일선 경찰서장들이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사건별 대응에 그치지 않고 관리 체계를 강화해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전담경찰관 교육에 대해서도 보완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청장은 경찰청 본청에서 실시하는 전담경찰관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부산경찰청 차원에서 별도의 교육 과정을 편성해 수사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앙 차원의 교육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역 실정에 맞는 추가 교육을 실시해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는 것이다.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발달장애인 수사 문제 외에도 경찰 수사권과 인력 운영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경찰의 수사권 강화 문제와 늘어나는 업무에 대응하기 위한 경찰 인력 보충 필요성도 제기됐다. 수사 권한과 책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범죄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보호 조치의 실효성부터 장애인의 권리를 고려한 수사 절차, 경찰 조직의 전문성과 인력 문제까지 다양한 과제가 제시됐다. 부산경찰청이 약속한 종합대책과 교육 강화 방안이 실제 현장 대응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