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건강권 지키려다 생계 흔드나…새벽배송 제한법에 현장 ‘부글’

새벽배송 노동시간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물류 현장과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새벽배송에 종사하는 기사들 사이에서는 소득 감소와 근무 선택권 제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밤·새벽 시간대 노동자의 야간작업을 월 12회 이하, 주 48시간 이하, 하루 10시간 이하, 연속 최대 3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로와 야간노동에 따른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쿠팡 배송기사 다수는 법적 제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가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 3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5.9%는 택배기사 작업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야간배송 횟수를 월 12회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에는 97.7%, 야간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에는 97.4%가 반대했다.

 

현장 기사들은 새벽배송을 단순한 장시간 노동이 아니라 각자의 생활 여건에 맞춘 근무 방식으로 보고 있다. 낮 시간대에 육아나 간병을 해야 하거나, 주간 배송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해 야간 근무를 택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월수입이 크게 감소하고, 결국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실제 설문 응답자의 48.8%는 새벽배송 작업시간 제한으로 소득이 줄어들 경우 택배 외 다른 일을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일부 기사들은 법이 시행되면 과로를 줄이기보다 투잡·쓰리잡을 늘려 총 노동시간이 오히려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 측도 일률적인 규제에 반발하고 있다. 연합회는 쿠팡 배송기사들이 개인사업자 성격에 가까운 만큼, 근무시간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입법이 강행될 경우 서명운동과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자의 장기적 건강을 위해 최소한의 법적 장치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야간노동과 장시간 노동은 단기적으로는 소득 증가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건강 악화와 질병 위험을 높이고 결국 생애 전체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동자가 당장의 생계 때문에 건강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사회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류업계에서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쿠팡뿐 아니라 새벽배송을 운영하는 중소 물류업체와 지역 배송업체에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한 기준을 맞추려면 추가 인력을 확보하고 배송 권역을 다시 짜야 하는데, 인력과 비용 여력이 부족한 업체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해당 법안을 노동자의 생계 수단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노동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입법토론회를 통해 세부 내용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논쟁은 새벽배송을 계속 허용할지 여부를 넘어, 노동자의 건강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번지고 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현장 종사자의 소득 구조, 야간노동의 건강 영향, 물류업계의 운영 현실을 함께 고려한 절충안 마련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출 여력 다 썼다”…5대 은행 가계대출 벌써 연간 목표 초과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계속 증가하면서 올해 연간 증가 목표치를 또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은행에 새롭게 주어진 대출 여력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은행들의 대출 관리가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652조26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44조9700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7조2918억원 늘어난 규모다.문제는 이미 은행들이 금융당국과 협의해 정한 올해 연간 증가 목표치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이 지난달 말 새롭게 설정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약 7조1100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증가액은 이를 약 2000억원 웃돌았다.지난달 총량 규제 완화로 은행권에 약 2조7800억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겼지만 이마저도 빠르게 소진됐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새로 확보한 대출 한도를 사실상 모두 사용한 셈이다.은행별 상황도 비슷하다. 5대 은행 가운데 2곳은 이미 올해 연간 목표치를 큰 폭으로 초과했다. 나머지 은행 가운데 2곳도 목표치에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나 은행권 전반에서 가계대출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다만 정책성 대출까지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정책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781조5082억원으로, 8월 말의 782조1192억원보다 6110억원 줄었다.전체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겉으로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대출을 제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은행 자체적으로 취급하는 가계대출은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은행권에서는 정책대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보금자리론의 자산 유동화를 꼽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 정책대출 중 하나인 보금자리론의 자산 유동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은행이 취급한 보금자리론이 일정 규모 이상 쌓이면 주택금융공사 계정으로 넘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 장부상 정책대출 잔액이 줄어든다는 것이다.결국 정책대출을 제외한 은행 자체 가계대출은 계속 늘고 있어 은행들의 총량 관리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미 한 차례 연간 목표치를 늘려준 만큼 은행들이 연말까지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총량 목표치를 한 차례 확대해준 상황에서 은행들도 연말까지 이를 무조건 지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은행별 대출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때문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은행들이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신규 대출 취급 속도를 조절할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의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다만 대출이 무조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대출 등을 은행별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만큼 실수요자들이 받는 일부 대출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연말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변수다. 통상 연말에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신청 규모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총량 관리 부담이 현재보다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목표치를 초과한 대출 잔액에는 집단대출도 일부 포함돼 있다”며 “실수요 대출 공급에는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결국 올해 연말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시장은 총량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어선 은행들이 추가 대출 여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대출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유연하게 대응할지가 향후 대출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