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최고령 군주' 85세 노르웨이 국왕 병세 악화

 유럽 대륙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군주인 노르웨이의 하랄 5세 국왕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노르웨이 왕실은 최근 성명을 통해 혈액 내 세균 감염으로 투병 중이던 국왕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현재 매우 위중한 단계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89세의 고령인 국왕은 그동안 용혈성 빈혈 등 여러 지병을 앓아왔으나, 이번 감염 증세는 의료진조차 '극히 심각하다'고 판단할 만큼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 구성원들은 모든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국왕의 곁을 지키며 긴박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국왕이 입원해 있는 오슬로 대학병원 주변은 현재 무거운 정막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호콘 왕세자와 소냐 왕비 등 직계 가족들이 속속 병원에 집결했으며, 왕궁 앞에는 국왕의 쾌유를 비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꽃과 촛불을 들고 모여들어 국가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지도자의 마지막 고비를 함께 지켜보고 있다. 노르웨이 전역은 국왕의 상태에 대한 추가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정치권 역시 국정 운영의 고삐를 죄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총리는 예정되었던 독일 방문을 전격 취소하고 국내에 머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국회의장 또한 해외 순방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심지어 한국을 방문 중이던 의회 외교·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까지 일정을 앞당겨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이는 하랄 5세가 단순한 상징을 넘어 노르웨이 국민 통합의 실질적인 기둥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랄 5세는 1991년 즉위한 이후 36년 동안 노르웨이의 현대사를 함께해왔다. 그는 정치적 실권은 없었으나 테러나 자연재해 같은 국가적 비극이 닥칠 때마다 현장을 직접 찾아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심장박동기 이식 수술과 각종 감염증으로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면서도, 그는 의회에서 맹세한 '평생 서약'을 지키기 위해 왕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헌신적인 면모는 그를 노르웨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만들었다.

 


최근 노르웨이 왕실은 왕세자빈의 과거 행적과 관련된 추문으로 창건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왕실 구성원의 개인적 일탈로 인해 군주제 폐지 여론이 고개를 들 법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가 여전히 왕실을 지지하는 배경에는 하랄 5세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5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2명이 군주제를 지지한다고 답한 결과는 국왕 개인이 쌓아 올린 도덕적 권위가 왕실 전체의 존립 근거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노르웨이 정부와 왕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국가 장례 절차와 왕위 계승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콘 왕세자가 이미 국왕의 업무 상당 부분을 대행해왔기에 행정적 공백은 크지 않겠으나,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상실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89세 노군주의 투병 소식에 북유럽 전체가 숨을 죽인 가운데, 오슬로 왕궁의 깃발이 국왕의 생환을 알리는 신호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조기가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억 들였는데 손가락 욕?”…송도 조형물 논란

인천 송도국제도시 해안가에 설치된 거대한 손 모양 조형물을 두고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라는 공원의 특성을 고려해 수어로 ‘사랑’을 표현한 조형물을 설치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조형물의 형태를 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송도국제도시 북단 롱비치파크(랜드마크시티 1호 수변공원) 해안가에 손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했다.조형물은 높이 4~5m, 폭 3m 규모로 만들어졌다. 중지와 약지를 접고 나머지 손가락을 편 형태다. 인천경제청은 롱비치파크가 연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는 점을 고려해 수어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조형물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해당 손 모양은 영어 ‘I Love You’의 약자인 ‘ILY’를 수어로 표현한 것이다. 중지와 약지를 접고 다른 손가락을 펴는 방식으로 사랑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인천경제청은 설계사와 함께 조형물 아이디어를 구상한 뒤 외부 업체를 통해 제작했다. 소재는 GRC로,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유리섬유로 보강한 복합재료가 사용됐다. 조형물 제작에는 약 2억 원이 투입됐다.인천경제청은 인천대교를 배경으로 한 조형물이 공원의 새로운 포토존이자 상징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설치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최근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형물을 두고 ‘흉물 포토존 아니냐’, ‘이상한 조형물은 이제 그만 만들어달라’는 취지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인천경제청에도 관련 민원이 계속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조형물의 형태가 수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 민원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손가락을 편 독특한 모양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손가락 욕’을 연상했다는 것이다.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조형물의 의미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오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는 “롱비치파크 조형물의 의미가 알려지지 않아 ‘손가락 욕 같다’는 등의 민원이 들어오는 것 같다”며 “사랑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의 의미를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번 논란은 송도에서 공공 조형물을 둘러싸고 벌어진 또 다른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송도 센트럴파크에서는 2011년 설치된 ‘갯벌 오줌싸개’ 동상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당시 설치된 동상은 바지를 벗은 남자아이 3명이 강가를 향해 소변을 누는 모습을 분수 형태로 표현했다. 그러나 일부 민원인은 바지를 벗고 신체 일부를 드러낸 모습이 불쾌하다며 철거를 요청했다.송도에서는 과거에도 공공장소에 설치된 조형물의 표현 방식과 의미를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린 셈이다. 이번 롱비치파크 조형물 역시 제작 의도는 ‘사랑’이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해석이 달라지면서 설치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