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편의점·카페 점령한 셰프들…미식 대중화 시대

 국내 식음료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가 스타 셰프의 손을 잡고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단순히 유명인의 이름을 빌리는 수준을 넘어 셰프 고유의 조리법과 요리 철학을 제품에 녹여내는 방식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다.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던 저가 커피 브랜드나 패스트푸드점들이 미슐랭 스타나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 셰프들과 협업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전략이 눈에 띈다. 이러한 흐름은 일상적인 외식 메뉴에서도 수준 높은 미식 경험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를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가MGC커피는 중식의 대가로 불리는 이문정 셰프와 손잡고 간편식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중식마녀 마라크림 새우토스트'는 카페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메뉴다. 마라의 매콤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을 조화시킨 특제 소스에 탱글한 새우 패티를 더해 기존 토스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중식 특유의 풍미를 구현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셰프의 손맛을 느끼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특히 호응이 높다.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에서도 셰프의 감각은 빛을 발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미슐랭 스타 김희은 셰프와 협업해 스테디셀러인 뉴욕 치즈케이크를 완전히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솔티 조청 뉴욕치즈케이크'는 서구적인 아이스크림에 조청과 현미라는 한국적 식재료를 접목해 모던 한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짭조름한 카라멜과 고소한 현미 쿠키가 어우러진 이 제품은 익숙한 맛에 셰프만의 독창적인 터치를 가미해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노브랜드 버거 역시 독창적인 레시피로 무장한 박주성 셰프와 함께 배달 및 포장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메뉴 '무쇠팔 통새우 가쓰오'는 일본식 철판 요리의 강렬한 풍미를 햄버거라는 틀 안에 담아낸 도전적인 시도다. 두툼한 고기 패티와 야끼소바 소스, 그리고 춤추는 가쓰오부시의 조합은 기존 버거 프랜차이즈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이색적인 맛을 선사한다. 셰프의 개성이 담긴 메뉴가 가성비 전략과 만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협업이 브랜드와 셰프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준다고 분석한다. 브랜드는 셰프의 전문성을 빌려 메뉴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셰프는 자신의 레시피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스타 셰프에 대한 팬덤이 형성되면서, 이들이 참여한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편의점이나 카페에서도 줄 서서 먹던 유명 레스토랑의 감성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식음료 기업들은 앞으로도 단순한 일회성 협업을 넘어 셰프의 철학을 장기적으로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강화할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셰프의 이름을 내건 전용 라인업 구축이나 팝업 스토어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경쟁사들이 따라 하기 힘든 고유의 맛과 스토리를 확보하는 것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핵심 열쇠가 되었기 때문이다. 셰프의 손끝에서 탄생한 차별화된 메뉴들이 외식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