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무용 거장과 신예의 대결, '트리플 빌' 개막

 세계적인 현대무용의 거장 윌리엄 포사이스의 전설적인 걸작과 한국 무용계를 이끄는 젊은 안무가들의 에너지가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충돌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오는 10월 2일부터 사흘간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세 편의 현대무용을 엮은 '트리플 빌'을 무대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더블 빌'의 구성을 확장하여, 포사이스의 대표작과 국내 안무가 이재영, 정철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무대의 중심축은 현대무용의 문법을 새로 쓴 윌리엄 포사이스의 2000년 발표작 '하나의 편평한 것, 복제된'이 맡는다. 포사이스는 고전 발레의 엄격한 구조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50년 넘게 무용계의 혁신을 주도해온 인물로, 올해 교토상을 수상하며 그 업적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무대 위에 촘촘히 배치된 금속 테이블 사이를 무용수들이 번개 같은 속도로 누비는 이 작품은, 인간의 몸과 차가운 사물이 결합해 거대한 기계장치처럼 움직이는 시각적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국내 안무가 이재영의 '메커니즘'은 시스템 속 인간의 존재론적 고민을 몸의 언어로 풀어낸다. 작가는 우주와 지구, 그리고 현대 문명이라는 거대 구조 안에서 기능하는 인간의 신체 역시 하나의 정밀한 시스템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소외되는 비생산적 가치들을 무용수들의 저항적인 움직임을 통해 역설적으로 조명한다. 시스템에 순응하면서도 끊임없이 균열을 내려는 신체의 몸부림이 관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정철인 안무가의 '비보호'는 도시의 길 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관계와 충돌을 무대 위로 끌어들인다. 사람과 이동 수단, 사물들이 엉키며 만들어내는 무질서 속의 질서를 탐구하는 이 작품은 익스트림 스포츠 요소와의 협업을 통해 신체적 역동성을 극대화했다. 무용수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읽고 방해하거나 양보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통제된 안전 구역을 벗어난 생생한 생존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충돌의 위기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질서가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번 '트리플 빌'은 세계적인 거장의 고전적 혁신과 한국 안무가들의 동시대적 감각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세 작품을 유기적으로 배치함으로써 현대무용이 지닌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관객들은 정교한 기계적 미학부터 역동적인 길거리의 에너지까지, 현대무용이 도달할 수 있는 극단의 지점들을 한 호흡에 경험하게 된다.

 

공연은 10월 초 단 사흘간만 진행되어 무용 팬들의 예매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거장의 철학이 담긴 테이블 위의 군무와 한국 안무가들이 던지는 시스템 및 관계에 대한 질문은 올가을 관객들에게 강렬한 예술적 자극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국내 현대무용의 제작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동시에 세계 무대와의 접점을 더욱 넓혀갈 방침이다.

 

서울 전월세 뛰고 매물은 말랐다

 서울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다시 세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처음 앞지른 데다 월세까지 비슷한 속도로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매물 부족까지 겹치면서 세입자들은 가격 협상은커녕 계약 안전장치도 제대로 따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10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8.3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 8.31%를 소폭 웃돈 수치다. 올해 들어 서울 전셋값 상승폭이 매매가 상승폭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값 상승세도 만만치 않지만, 실제 거주 비용과 직결되는 전세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월세 시장도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통계 기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7%, 월세는 6.1% 올랐다. 전세와 월세가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동반 상승한 셈이다. 특히 노원구의 월세 상승률은 10.2%로 수도권에서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거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도 월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민 주거비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임대료 상승의 배경에는 공급 부족도 있다. 최근 서울시 주거포럼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가 임대차 매물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집을 사더라도 직접 거주해야 하는 규제가 적용되면 해당 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내놓기 어렵다. 이 경우 임대 매물이 줄고, 세입자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시장에서는 이미 ‘임대인 우위’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원하는 지역과 가격대의 집이 나오면 여러 세입자가 동시에 몰리고, 계약을 서두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세입자가 권리관계나 집주인의 재정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 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도 임대차 시장이 과열될 때 안전 확인 절차가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계약 전 집주인의 납세 여부와 선순위 권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3년 법 개정 이후 임대인은 계약 과정에서 납세증명서와 선순위 임대차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시하거나, 임차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동의해야 한다. 특히 다가구주택처럼 여러 세대가 하나의 등기부에 묶여 있는 경우에는 먼저 들어온 세입자의 보증금 규모가 중요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선순위 보증금이 많으면 후순위 세입자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전입신고 시점도 주의해야 한다. 많은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마치면 즉시 보증금 보호가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현행법상 대항력은 이사와 전입신고를 모두 마친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한다. 반면 집주인이 잔금일 당일 은행 대출을 받아 근저당권 등기를 설정하면 금융기관이 세입자보다 앞선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이른바 ‘하루 공백’ 위험이다.정부가 대항력 발생 시점을 전입신고 즉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 전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계약서 특약이 중요하다. 잔금일 다음 날까지 집주인이 새로운 근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고, 이를 어길 경우 계약 해제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방식이다. 다만 특약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잔금 지급 직전과 전입신고 이후 등기부등본을 다시 확인해 권리 변동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이사 절차도 단계별로 챙길 필요가 있다. 확정일자는 임대차계약서만 있으면 이사 전에도 받을 수 있으므로 계약 직후 처리하는 것이 좋다. 이사 당일에는 전입신고를 하고, 다음 날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해 새 근저당이나 가압류가 설정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도 보증금 보호를 위해 대항력이 생기기 전후의 권리 변동 확인을 강조하고 있다.주소 변경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에 등록된 주소가 예전 집으로 남아 있으면 대출 연체 안내나 보험계약 관련 통지를 받지 못해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금융회사 한 곳에서 전 금융권 주소를 일괄 변경하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현재는 종료된 상태다. 거래 금융사별로 직접 변경하거나 통신사 기반 주소 변경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줄어드는 시장에서는 빠른 계약이 유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보증금은 세입자의 핵심 자산이다. 집을 구하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계약이다. 전셋값과 월세가 동시에 뛰는 지금, 세입자에게 필요한 것은 서두름이 아니라 확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