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히틀러 이어 전두환 소환, 김민석-이진숙 '독설 전쟁'

 정치권의 언어 폭주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26일 안동에서 열린 당 회의를 통해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을 겨냥한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이 의원을 '여자 히틀러'라고 지칭해 모욕 혐의로 고소당한 김 대표는 이번에는 '여자 전두환'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꺼내 들며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상대 측의 법적 대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적 평가가 끝난 인물을 소환해 정치적 낙인찍기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김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이 의원이 자신을 고소한 행위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특정 호칭에 대해 시비를 거는 태도를 비꼬며, 오히려 이 의원이 선호하는 명칭으로 통일해 부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조롱 섞인 제안을 던졌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을 소요 사태로 규정하는 듯한 이 의원의 과거 행보를 전두환 씨의 내란 행위와 결부시키며,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장 1년까지 의원 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단순한 말싸움을 넘어 입법권을 동원해 상대 진영 의원의 활동을 제약하겠다는 초강수다. 여야 관계가 대화와 타협이 아닌 법적 처벌과 자격 박탈을 논하는 극단적인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병도 원내대표 역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된 이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힘을 보탰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의결된 이번 결의안이 역사 왜곡에 대한 엄중한 경고임을 분명히 했다. 여전히 5·18 정신이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는 현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듯한 여권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이달 중순 열린 역사 재조명 포럼이었다. 당시 이 의원이 주도한 행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취지의 발언들이 나오자 야권은 이를 헌법 정신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표현의 자유와 학술적 논의를 주장하며 김 대표를 모욕죄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정치적 논쟁이 사법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양측의 감정 골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깊어졌다.

 

현재 정치권은 민생 현안보다 상대 진영을 향한 극단적인 비유와 고소·고발전에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역사적 비극을 정치적 수사로 활용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국회의 품격은 추락하고 국민적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김 대표의 '여자 전두환' 발언과 이 의원의 고소전이 향후 국회 운영에 어떤 파행을 불러올지 우려 섞인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사퇴, 821조 예산안 정국 변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15개월 만에 물러났다. 단일지수 레버리지 ETF 도입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날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 수준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며 재정 운용 방향도 함께 공개했다.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김 실장이 전날 스스로 사의를 밝혔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용산공원 개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야당으로부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최근에는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실장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 인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기 어려운 만큼 후속 인사는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한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출 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0.1%로 전망돼 최근 20년 사이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3.3%포인트 낮춰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정부가 대규모 지출 확대와 재정 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반도체 경기 호황이 꼽힌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보다 30.4%, 금액으로는 205조 6천억 원 증가한 880조 8천억 원으로 전망됐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를 중심으로 국세수입이 194조 2천억 원 늘어 거의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지출을 웃도는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초격차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민 삶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저성장 고착화와 잠재성장률 반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늘어난 미래 재원을 활용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높여 재정 여력을 다시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논란이 이어졌던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재원도 이번 예산안과 함께 공개됐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 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5조 4천억 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교육,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된다. 또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은 12조 5천억 원 줄인다는 방침이다.나머지 재원은 여유자금으로 적립해 향후 세수가 갑자기 감소할 경우 재정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활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세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안정화 저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채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특히 미래대응기금이 160조 원을 넘는 대규모 재원임에도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최대 30%까지 지출계획을 변경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논란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야권에서는 기금이 정부의 재량 지출 수단, 이른바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김용범 정책실장의 사퇴와 역대 최대 예산안 편성이 같은 날 맞물리면서, 향후 국정 운영과 예산 심사 과정 모두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책 책임론과 확장 재정,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