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펜 놓고 청와대로… '폴리널리스트' 논란

 언론인이 언론사 직책을 내려놓자마자 정부 고위 직책이나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관행을 둘러싸고 언론계 내부의 자성 및 비판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신임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 겸 춘추관장 인선 과정에서 사표 제출과 임명 사이의 냉각기가 사실상 부재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권력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

 

해당 언론사 노동조합과 사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현직 논설위원이 권력 기관의 고위 공직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없었다는 점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내부 구성원들과 언론 전문가들 역시 언론 윤리의 실종과 권언유착 가능성을 지적하며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이 언론 전반의 신뢰도를 저하시킨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및 공직 직행 사례는 과거 정권부터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반복되어 왔다. 이전 정부에서도 주요 언론사의 현직 기자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사직 직후 청와대 대변인이나 홍보수석, 수석비서관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언론 노조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일간지와 방송사, 종편의 주요 보도 부국장과 논설위원, 앵커, 현직 기자들이 사표 수리 직후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이나 대변인, 홍보기획비서관 행정관 등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사표 수리절차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직 앵커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 소식이 먼저 발표되어 윤리강령 위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처럼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직행할 때마다 당사자들은 입신양명이 아닌 국익과 공직 봉사를 명분으로 내세우곤 했다. 그러나 언론계 내부에서는 저널리즘 윤리와 취재 현장의 객관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늘 뒤따랐다. 취재 대상이었던 권력 기관으로 바로 적을 옮기는 행위는 그간 수행해 온 보도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권력과 언론 사이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 시 일정 기간 자숙이나 이탈을 강제하는 제도적·윤리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냉각기 마련 없이는 언론의 중립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잔혹한 잔혹사가 향후에도 끊이지 않고 되풀이될 전망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사퇴, 821조 예산안 정국 변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15개월 만에 물러났다. 단일지수 레버리지 ETF 도입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날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 수준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며 재정 운용 방향도 함께 공개했다.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김 실장이 전날 스스로 사의를 밝혔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용산공원 개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야당으로부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최근에는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실장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 인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기 어려운 만큼 후속 인사는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한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출 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0.1%로 전망돼 최근 20년 사이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3.3%포인트 낮춰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정부가 대규모 지출 확대와 재정 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반도체 경기 호황이 꼽힌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보다 30.4%, 금액으로는 205조 6천억 원 증가한 880조 8천억 원으로 전망됐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를 중심으로 국세수입이 194조 2천억 원 늘어 거의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지출을 웃도는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초격차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민 삶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저성장 고착화와 잠재성장률 반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늘어난 미래 재원을 활용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높여 재정 여력을 다시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논란이 이어졌던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재원도 이번 예산안과 함께 공개됐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 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5조 4천억 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교육,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된다. 또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은 12조 5천억 원 줄인다는 방침이다.나머지 재원은 여유자금으로 적립해 향후 세수가 갑자기 감소할 경우 재정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활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세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안정화 저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채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특히 미래대응기금이 160조 원을 넘는 대규모 재원임에도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최대 30%까지 지출계획을 변경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논란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야권에서는 기금이 정부의 재량 지출 수단, 이른바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김용범 정책실장의 사퇴와 역대 최대 예산안 편성이 같은 날 맞물리면서, 향후 국정 운영과 예산 심사 과정 모두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책 책임론과 확장 재정,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