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캔버스 뚫고 나온 도시… 김세은의 '핏월과 픽토'

 속도감 있게 변모하는 도시의 단면을 고유의 감각으로 해석해 온 김세은 작가가 새로운 개인전을 통해 관객들을 찾는다. 국제갤러리는 서울점 K2 공간에서 김세은의 개인전 '핏월과 픽토'를 개최하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정보가 교차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탐구한 회화 및 설치 신작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전시 공간을 확장하여 야외 중정까지 이어지는 유기적인 구조를 갖췄다.

 

전시 제목에 사용된 '핏월'은 레이싱 경기장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전략을 수립하는 장소를 뜻하며, '픽토'는 시각적 기호인 픽토그램을 의미한다. 작가는 끊임없이 유입되는 시각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고 감각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수집된 도시의 미디어 정보와 개인적 경험이 캔버스 위에서 복합적인 층위로 포개지며 고유한 조형 언어를 이룬다.

 


전시장 2층은 도시의 수많은 이미지를 수집하고 조율하는 일종의 관제 공간처럼 연출되었다. 작가는 도로 교통 상황판, 지도, 사진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 모은 시각 자료들을 자신의 기억과 중첩하여 화면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도로와 건축물, 녹지 공간의 원근감이 깨지며 미끄러지듯 유동적인 도시 풍경이 완성된다.

 

신작 '옥수'의 경우 타인에게 전달받은 특정 지하철역 주변 풍경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작가는 사진 속 환풍구와 녹지대에서 유년 시절 분당 신도시 개발 당시 목격했던 자투리 공간을 떠올렸다. 신도시 개발기에 유년기를 보낸 작가에게 도시는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건설되고 해체되는 가변적인 대상이다.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캔버스라는 평면적 한계를 넘어 실제 공간으로 시각 경험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실내 전시장 K2에서 선보인 회화 연작 '터널화'는 야외 중정에 설치된 두 개의 대형 알루미늄 벽화로 이어진다.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를 직접 거닐며 평면에서 목격한 도시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김세은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영국왕립예술대학(RCA)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으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금호영아티스트 선정에 이어 서울예술상 포르쉐 프런티어상을 수상하는 등 유망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주요 공공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며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그의 신작 전시는 10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홍명보 후임은 모레노…대표팀 첫 스페인 사령탑

스페인 출신 지도자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하반기 일정을 책임질 임시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흔들린 대표팀은 처음으로 스페인 국적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대한축구협회는 1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이사회를 열고 모레노 감독을 비롯한 A대표팀 임시 코칭스태프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모레노 감독의 계약 기간은 11월 27일까지다. 이 기간 그는 9월과 10월, 11월에 열리는 A매치 총 6경기를 지휘한다.이번 인선은 홍명보 전 감독이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물러나면서 시작됐다. 대표팀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자 축구협회는 사상 처음으로 공개채용 절차를 도입했다.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온라인 면접, 대면 협의가 진행됐고, 최종 후보군에는 모레노 감독과 도메네크 토렌트, 헤수스 카사스 등이 포함됐다.협회는 최종적으로 모레노 감독의 분석 능력과 전술적 유연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경기 준비,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 짧은 기간 안에 팀 구조를 정비할 수 있는 능력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한국 축구에 대한 사전 조사와 이해도 역시 선임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모레노 감독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핵심 참모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에서 엔리케 감독을 보좌했다. 이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스페인 대표팀 코치로 일했고, 엔리케 감독이 일시적으로 자리를 비운 2019년에는 스페인 대표팀 감독 대행을 맡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을 지휘했다.클럽 무대 경험도 있다. 모레노 감독은 프랑스 AS모나코, 스페인 그라나다, 러시아 FC소치 등을 이끌었다. 화려한 우승 경력보다는 다양한 환경에서 팀을 운영해 본 경험과 전술 설계 능력을 앞세운 지도자로 평가된다.대표팀 코칭스태프 역시 스페인 색채가 짙다. FC소치에서 모레노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가 합류하고, 하신트 마그리냐,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 피지컬 코치 하비에로 초카로, 골키퍼 코치 니코 보쉬도 함께한다. 전술과 피지컬, 골키퍼 훈련까지 모레노 감독의 축구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들로 꾸려진 셈이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모레노 감독에 대해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했다”며 “대표팀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모레노 감독의 데뷔전은 오는 24일 에콰도르전이다. 이어 28일에는 우루과이와 맞붙고, 10월에는 베네수엘라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다. 11월에도 두 차례 A매치가 예정돼 있다. 남미와 중앙아시아 팀을 상대로 한 6경기는 모레노 감독의 지도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이번 임시 계약에는 연장 가능성도 포함됐다. 축구협회는 하반기 6경기에서 나타난 경기력과 결과, 선수단 장악력 등을 종합 평가한 뒤 내년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늘릴지 검토할 계획이다. 짧은 시간 안에 무너진 대표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새로운 전술 색깔을 입히는 것이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첫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