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헬시플레저' 훈풍…음료·샐러드도 저당이 대세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이른바 '헬시플레저' 문화가 일상적인 식습관으로 정착하면서 저당 제품을 향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과거 탄산음료나 특정 다이어트 식품에 한정되었던 당류 감소 열풍은 이제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일상 간편식과 양념류,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전방위로 넓히는 추세다. 이에 발맞추어 유통 및 식품 제조업체들은 제품군의 당 함량을 낮추는 리뉴얼을 감행하거나 전용 신규 브랜드 라인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음료 및 디저트 시장에서는 당류를 낮추면서도 씹는 재미를 살린 제품이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빽다방은 최근 저당 사과워터젤리를 더한 과일스무디 신메뉴를 선보이며 가벼운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복숭아, 리치, 청포도를 활용한 스무디 제형에 식약처 기준에 맞춰 당 부담을 줄인 워터젤리를 조합해 맛과 건강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이다.

 


식단 관리용 샐러드 브랜드 역시 드레싱과 토핑의 당류 함량을 엄격하게 제한하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삼립의 샐러드 전문 브랜드 피그인더가든은 100g당 당류 함량을 3g 이하로 줄여 정부 기준을 충족하는 저당 라인업을 새롭게 출시했다. 리코타 치즈와 고구마, 닭가슴살과 단호박 등 풍부한 영양 성분을 갖춘 토핑에 자체 개발한 저당 키위 드레싱과 참깨흑임자 드레싱을 조합하여 소비자의 선택 폭을 늘렸다.

 

한 끼 식사로 소비되는 간편식 시장에서도 저당으로의 체질 개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중이다. 오뚜기는 자사 식단관리 브랜드 가부분한끼의 기존 인기 품목이었던 비빔국수와 카레, 짜장 제품의 당 함량을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 전면 리뉴얼을 진행했다. 더불어 메밀소바맛 곤약면 신제품을 추가하여 소비자가 당류나 칼로리에 대한 부담 없이 면 요리나 일품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끼 식사의 대안을 제시했다.

 


저당 제품에 대한 시장의 높은 호응은 이미 구체적인 실적으로 증명되며 관련 업계의 신제품 개발을 자극하고 있다. 대상 청정원이 선보인 저당 소스 및 드레싱 전용 라인은 출시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수백만 개가 넘는 판매량을 올리며 가파른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업계는 데리야끼나 양념치킨, 마라 소스 등 소비자가 평소 당 함량을 걱정하여 섭취를 주저하던 자극적인 양념류까지 저당 버전으로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

 

이처럼 저당 식품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명절 선물세트 구성품에 저당용 대체당이 들어갈 만큼 보편적인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식생활 전반에서 당류와 칼로리를 철저히 계산해 구매 결정을 내리는 실속형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식품 기업들은 기존 히트 상품의 당을 덜어내는 작업과 함께 이색적인 저당 간편식을 다각도로 확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어선 250척 몰려왔다…CPTPP에 뿔난 어민들

12일 오전 10시30분 경남 통영시 한산도 앞바다에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를 따라 크고 작은 어선들이 모여들었다. 약 250척의 어선에는 ‘농어업 말살 농어민 생존권 위협 CPTPP 저지하자’, ‘식량주권 포기, 국민건강권 침해 저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어민들이 바다로 나온 것은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 재개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CPTPP는 일본 주도로 2018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경제협정이다.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023년 영국이 합류하면서 회원국은 12곳으로 늘었다.한국은 2022년 CPTPP 가입 추진을 검토했지만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우려와 정치권 논쟁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을 이유로 가입 논의가 다시 거론되면서 농어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전국어민회총연맹 경남본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비자·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통영 이순신공원 일원에서 ‘CPTPP 가입저지 농어업 식량주권 사수 제1차 경남도민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대회에 앞서 농민들은 트럭 50대를 몰고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집회 장소까지 차량 행진을 벌였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어민들이 한산도 앞바다로 이동해 해상시위를 진행했다.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CPTPP 가입 검토를 다시 공식화하면서 농어민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후위기 등으로 농어민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개방을 확대하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참가자들은 CPTPP의 상품 분야 관세 철폐율이 최대 99.9%에 이른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기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시장 개방의 폭이 크다며 농·수·축산업과 임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농수산물 생산과 수출에 대한 보조금과 관련된 협정 내용도 문제로 거론했다. 참가자들은 해당 조항들이 농어업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농어촌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며 정부에 가입 검토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이병하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 상임대표는 CPTPP가 국내 농어업을 내주고 수출 실적을 얻으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영 전국쌀생산자협회 경남지부 회장은 가입 이후 15년 동안 농산물 생산액이 연평균 7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추산을 언급하며 대책 없는 시장 개방에 강하게 비판했다.통영수협 정두한 조합장도 수산업계가 이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어획량 감소, 유류비 상승, 어촌 고령화 등이 겹친 상황에서 CPTPP가 발효되면 무관세에 가까운 수입 수산물이 들어와 국내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정 조합장은 면세유와 정책자금 등 수산보조금 지원제도까지 폐지된다면 어민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어민들과 진정성 있게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농어민단체들은 정부가 가입 철회를 선언하고 농어업 보호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통영 앞바다에서 울려 퍼진 뱃고동은 CPTPP 가입 논의를 둘러싼 농어민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