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술관 문턱 낮춘 K팝, 글로벌 팬덤 마케팅 열풍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K팝 팬덤을 새로운 동력으로 삼기 위해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은 오는 10월 개막하는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소장품전 'Between You and Me'를 앞두고, 특정 전시에 한해 횟수 제한 없이 재관람이 가능한 '앙코르 패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관련된 콘텐츠를 반복해서 소비하는 팬덤의 특성을 정확히 꿰뚫은 전략으로, 보수적인 미술계 관행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SFMOMA는 재관람권 도입 외에도 팬들을 회원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혜택을 마련했다. 미술관 유료 회원에게는 일반 관람객보다 일주일 앞선 티켓 예매 기회와 프리뷰 기간 우선 입장 혜택을 제공하며, 전시 한정판 포스터가 포함된 특별 잡지까지 증정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팬덤의 강력한 구매력과 결집력을 활용해 미술관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젊은 관객층을 장기적인 후원자로 확보하려는 실리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유럽의 주요 박물관들 역시 K팝 열풍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박물관은 최근 BTS의 런던 공연 일정에 맞춰 한국관 내 상설 전시품인 달항아리와 금귀걸이 등을 아티스트의 앨범 서사와 연결해 소개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앞서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이 선보인 한류 특별전이 미국 보스턴미술관으로 순회 전시를 이어가는 등, K팝은 이제 글로벌 미술관의 핵심 전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국내 국립 기관들 또한 K팝 스타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RM을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으며, 블랙핑크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전통 공예품의 미학을 담은 '헤리티지 컬렉션' 굿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블랙핑크를 상징하는 색상을 입힌 반닫이함이나 달항아리 등은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환기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팬데믹 이후 미술관들이 겪고 있는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거대한 팬덤을 새로운 관람객이자 유료 회원으로 확보하는 것은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스타의 유명세에만 기대는 마케팅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미술관의 소장품이나 전시 철학과 어떤 맥락에서 연결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K팝과 미술관의 만남은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통해 예술에 입문하고, 미술관은 새로운 활력을 얻는 상생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예술계의 이러한 마케팅 실험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미술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전 세계 문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사퇴, 821조 예산안 정국 변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15개월 만에 물러났다. 단일지수 레버리지 ETF 도입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날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 수준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며 재정 운용 방향도 함께 공개했다.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김 실장이 전날 스스로 사의를 밝혔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용산공원 개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야당으로부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최근에는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실장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 인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기 어려운 만큼 후속 인사는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한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출 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0.1%로 전망돼 최근 20년 사이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3.3%포인트 낮춰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정부가 대규모 지출 확대와 재정 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반도체 경기 호황이 꼽힌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보다 30.4%, 금액으로는 205조 6천억 원 증가한 880조 8천억 원으로 전망됐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를 중심으로 국세수입이 194조 2천억 원 늘어 거의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지출을 웃도는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초격차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민 삶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저성장 고착화와 잠재성장률 반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늘어난 미래 재원을 활용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높여 재정 여력을 다시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논란이 이어졌던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재원도 이번 예산안과 함께 공개됐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 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5조 4천억 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교육,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된다. 또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은 12조 5천억 원 줄인다는 방침이다.나머지 재원은 여유자금으로 적립해 향후 세수가 갑자기 감소할 경우 재정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활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세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안정화 저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채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특히 미래대응기금이 160조 원을 넘는 대규모 재원임에도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최대 30%까지 지출계획을 변경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논란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야권에서는 기금이 정부의 재량 지출 수단, 이른바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김용범 정책실장의 사퇴와 역대 최대 예산안 편성이 같은 날 맞물리면서, 향후 국정 운영과 예산 심사 과정 모두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책 책임론과 확장 재정,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