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리센느 효과' 지운 폭우, 거제의 눈물

 여름 피서철의 대미를 장식해야 할 경남 거제시 덕포해수욕장이 광복절 연휴를 기점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 탓에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궂은 날씨를 뚫고 몰려든 피서객들로 인근 식당과 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현재는 관광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 채 텅 빈 백사장만이 남았다. 해변 곳곳에는 폭우에 휩쓸려 온 나뭇가지와 각종 부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즐거움을 선사하던 물놀이 시설들은 흉물스럽게 흩어져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상인들은 하룻밤 사이에 뒤바뀐 풍경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특히 이번 여름은 거제 출신 멤버 원이가 속한 걸그룹 리센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년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이른바 '리센느 효과' 덕분에 평일에도 식당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카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만석을 기록하며 모처럼의 특수를 누렸다. 상인들은 피크 시즌을 대비해 식재료를 대량으로 준비하며 마지막 대목을 기대했으나, 갑작스러운 수해로 인해 모든 준비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폭우 전날까지만 해도 비를 맞으며 줄을 서던 손님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수욕장 폐장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재해는 지역 상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연일 보도되는 거제의 비 피해 소식에 관광객들이 방문을 주저하면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상점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수박 주스 재료와 소금빵 등 미리 주문해둔 물량들은 손님을 찾지 못한 채 창고에 쌓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해 현장에서는 훈훈한 미담도 전해졌다. 경기도 김포에서 리센느의 팬으로서 거제 여행을 계획했던 한 남성은 휴가를 반납하고 수해 복구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는 원래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하려 했던 여행지가 처참하게 변한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사흘 동안 고령 주민들의 복구 작업을 돕는 등 헌신적인 활동을 펼쳤다. 한 명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유물 더미 앞에서도 그는 묵묵히 복구의 손길을 보태며 상인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물놀이장 관계자들도 폐장 전 마지막 운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물속을 오가며 떠내려간 시설물을 수습하고 위험한 부유물을 건져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23일로 예정된 폐장일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한 데다, 훼손된 백사장을 정상화하기에는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상인들은 이번 주말이 사실상 올여름 장사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지만, 하늘의 도움 없이는 복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애를 태우고 있다.

 

거제 덕포해수욕장의 이번 사례는 기상 이변이 지역 관광 산업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리센느라는 새로운 관광 동력을 얻어 활기를 띠던 어촌 마을이 자연재해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자체와 시민들의 합심으로 백사장의 부유물이 걷히고 다시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찰 국감서 스토킹·장애인 수사 도마

 부산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의 실효성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스토킹 가해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발생한 염산 테러 사건과 발달장애인 2명이 소액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은 혐의로 특수절도 사건에 송치된 사례를 두고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부산경찰청은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사건 관리와 전담경찰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21일 부산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내에서 발생한 이른바 ‘염산테러’ 사건을 거론하며 경찰의 피해자 보호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은 7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고 염산을 뿌린 사건이다. 이 남성은 앞서 피해 여성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을 피한 상태였다.박 의원은 경찰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범죄 안전조치 심사를 진행했고, 피해자의 위험성이 우려된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경찰은 긴급응급조치를 통해 가해자에게 피해자 접근금지와 통신금지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박 의원은 “긴급응급조치 이후 17분 만에 가해자가 염산테러 범행을 저질렀다”며 경찰이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후속 조치를 취했는지 따져 물었다. 특히 위험성 체크리스트 작성 및 활용 매뉴얼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해당 체크리스트를 다시 작성하도록 돼 있다며, 경찰이 관련 절차를 매뉴얼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제기된 것이다.피해자에 대한 순찰 방식도 비판을 받았다. 박 의원은 피해자의 최초 신고 이후 경찰이 순찰을 실시했지만, 정작 피해자가 근무하는 시간대가 아닌 퇴근시간 이후에 순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범죄 위험이 높은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순찰이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면 피해자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이에 박 의원은 맞춤형 순찰의 운영 기준을 다시 검토하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피해자 보호 조치는 과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해야 한다”며 피해자 보호와 수사 전문성을 확보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사전에 위험 신호가 확인되더라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구속 여부와 별개로 실효성 있는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은 혐의로 30대 발달장애인 2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송치된 사건을 놓고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수사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경찰이 사건의 성격과 당사자의 상황에 맞게 대응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전담경찰관을 통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수사는 전담경찰관이 담당하도록 돼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해당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의 특성과 의사소통 방식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박상웅 국민의힘 의원도 발달장애인에게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이 새로운 수사 및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장애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면 수사 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담 인력을 지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다.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에서 경찰의 판단과 대응이 당사자의 권리 보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원들의 지적에 김성희 부산경찰청장은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부산경찰청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관련 사건을 시경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일선 경찰서장들이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사건별 대응에 그치지 않고 관리 체계를 강화해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전담경찰관 교육에 대해서도 보완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청장은 경찰청 본청에서 실시하는 전담경찰관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부산경찰청 차원에서 별도의 교육 과정을 편성해 수사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앙 차원의 교육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역 실정에 맞는 추가 교육을 실시해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는 것이다.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발달장애인 수사 문제 외에도 경찰 수사권과 인력 운영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경찰의 수사권 강화 문제와 늘어나는 업무에 대응하기 위한 경찰 인력 보충 필요성도 제기됐다. 수사 권한과 책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범죄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보호 조치의 실효성부터 장애인의 권리를 고려한 수사 절차, 경찰 조직의 전문성과 인력 문제까지 다양한 과제가 제시됐다. 부산경찰청이 약속한 종합대책과 교육 강화 방안이 실제 현장 대응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