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빌 게이츠 이어 미 육군까지.. 한화의 거침없는 질주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의 빗장을 마침내 열어젖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도입 사업인 ‘기동 전술포(MTC)’ 프로그램의 시제품 개발 업체로 단독 선정되며 역사적인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국산 무기체계가 미군 주력 장비의 현대화 사업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한국 방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표준을 충족했음을 공식적으로 입증한 쾌거다.

 

이번 계약은 미 육군이 기존 견인포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 중인 자주포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한화는 자동화 포탑 기술이 적용된 차륜형 자주포 K9MH 6문을 우선 공급하며, 향후 작전 실험 결과에 따라 추가 발주 옵션이 포함된 대규모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진입할 경우 전체 사업 규모가 약 500문, 금액으로는 10조 원에 달하는 유례없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주 과정은 글로벌 방산 공룡들과의 치열한 각축전이었다. 독일의 라인메탈, 영국의 BAE 시스템즈,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등 유럽의 전통 강호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했으나, 미 육군은 한화의 기술력과 신속한 납품 능력을 높이 평가해 최종적으로 한화의 손을 들어주었다. 특히 미 육군이 궤도형 중심의 개발 계획을 차륜형으로 선회하는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성과는 정부와 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한 ‘민관 원팀’ 전략의 결실이기도 하다. 방위사업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미 육군의 요구사항을 수시로 파악하고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해 왔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기적인 방산 육성 철학과 김동관 부회장의 치밀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 맞물리면서 9년 전 미국 방산 전시회 참여로 시작된 도전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한화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미국 현지 생산 기반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앨라배마주에 생산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임차 계약을 마쳤으며, 현지 공급망 투자를 통해 미국 전투차량 산업 기반 강화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무기를 파는 것을 넘어 미국 국방 산업의 장기적인 파트너로서 신뢰를 쌓겠다는 포석이다. 현지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미국 내 다른 무기체계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K9 자주포의 미국 진출은 한국 방산이 나토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완전히 허물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선택한 무기라는 상징성은 향후 유럽과 중동 등 전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한미동맹의 결속이 무기체계의 공동 운용과 기술 협력으로까지 확장되면서, K-방산은 이제 내수 산업을 넘어 국가 경제의 핵심 수출 동력이자 글로벌 안보의 주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태형, 성적표는 ‘777’인데 재계약설은 솔솔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종료 후 관심이 김태형 감독의 거취로 옮겨가고 있다. 세 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재계약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동행을 이어갈 명분이 충분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롯데는 2026시즌을 64승 3무 77패, 승률 0.454로 마쳤다. 최종 순위는 7위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끊긴 가을야구의 명맥은 올해도 이어지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9년 연속으로 늘었다.2023년 10월 롯데와 3년 총액 24억 원에 계약한 김 감독에게 기대했던 역할은 분명했다. 두산 베어스를 이끌며 쌓은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임 이후 순위는 세 시즌 연속 7위에 머물렀다.김 감독 역시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계약 기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약 이야기가 나오자, 결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재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주목한다. 당장의 순위와 별개로 팀의 미래를 준비한 부분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육성 성과를 인정하는 것과 이를 재계약의 근거로 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반론도 나온다.특히 과거 롯데 감독들에게 적용했던 기준과 비교하면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세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재계약하지 못했다. 조원우 전 감독 역시 2017년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7위로 떨어진 뒤 팀을 떠났다.과거에는 가을야구 진출 경험이 있어도 성적 하락에 책임을 물었다. 이번에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구단은 그 차이를 설명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김 감독의 롯데 재임 세 시즌 통산 성적은 196승 13무 223패, 승률 0.468이다. 직전 사령탑 래리 서튼 전 감독의 재임 기간 승률인 0.47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수 구성과 시즌별 여건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성적만으로 재계약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수치다.결국 핵심은 육성의 실체와 향후 경쟁력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넘어, 어떤 부분에서 성장이 있었고 그것이 팀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반복된 하위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어렵다.최종 결정권은 롯데 구단에 있다. 다만 동행을 선택한다면 지난 세 시즌의 부진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같은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롯데에 필요한 것은 재계약 여부에 대한 결론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가을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이 납득할 평가 기준과 반등 계획이다. 재계약의 명분 역시 과거의 우승 경력이나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앞으로 팀을 달라지게 할 근거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