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거제 813mm 물폭탄, 산사태로 1명 사망

 경남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 일대에 사흘간 하늘이 뚫린 듯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이번 비는 거제 지역에만 누적 강수량 813.0mm라는 유례없는 수치를 기록하며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다. 특히 거제 옥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1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다치는 비극으로 이어져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만 800건을 넘어서며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이번 폭우는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한 호우의 양상을 띠었다. 거제에서는 시간당 최대 124.5mm의 비가 쏟아졌고, 인근 부산 강서와 통영에서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물폭탄이 투하됐다. 이로 인해 주택과 도로가 순식간에 침수되었으며, 수많은 나무가 쓰러져 통행이 차단되는 등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에 고립되었던 주민 130여 명은 소방 당국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만 159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으며, 이 중 100명이 넘는 인원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 거처를 전전하고 있다. 거제와 사천 등지에서 대피한 주민들은 마을회관이나 인근 숙박시설에 머물며 불안한 밤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일시구호세트와 담요 등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하며 지원에 나섰지만, 계속되는 비 소식에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

 

재난 당국은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피해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인근 시·도의 험지펌프차와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피해 현장에 급파했다. 특히 지하 주차장이 완전히 잠긴 거제 장승포동 일대에서는 대규모 배수 작업이 진행 중이며, 산림청과 국방부 역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토사 제거와 실종자 수색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찰은 침수 위험이 큰 도로 20여 곳을 통제하며 추가 사고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기상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현재 부산과 울산, 제주를 비롯해 경남 10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거제에는 산사태 경보가 내려져 있어 추가 붕괴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다. 남해안 지역에는 내일 아침까지 최대 6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되어 있어 복구 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중대본은 비상 1단계를 유지하며 위험 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하천변 산책로나 지하차도 등 취약 시설 800여 곳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 지역을 조속히 복구하고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윤호중 중대본부장은 긴급회의를 통해 고립 주민 구조와 기반 시설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남긴 상처가 깊은 만큼, 재난 당국은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민이 지켜봅니다” 제주 실종사건 경찰 부실 대응 풍자한 공익광고 등장

제주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장모씨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풍자한 공익광고가 현장에 등장했다. 경찰을 감시하는 CCTV라는 이색적인 설정을 통해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 필요성을 강조한 캠페인이다.공익광고 전문가 이제석씨가 이끄는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지난 30일 장씨 실종 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한림읍과 사건을 담당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주변에서 게릴라 형식의 공익캠페인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이번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는 ‘더 큰 힘에는 더 강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고연구소는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해 활용되는 CCTV를 오히려 경찰을 향하도록 배치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역할을 뒤집었다.현장에 설치된 현수막에는 ‘국민이 지켜봅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현수막에는 시민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지켜보는 듯한 이미지가 표현됐고, 그 중앙에는 실제 CCTV를 연상시키는 모형이 설치됐다.일반적으로 CCTV는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장소 곳곳에 설치된다. 하지만 이번 광고에서는 그 CCTV의 시선을 경찰 쪽으로 돌렸다. 시민을 바라보던 감시 장비가 이번에는 공권력을 바라보는 상징적인 ‘시민의 눈’으로 바뀐 것이다.광고연구소 측은 이러한 연출을 통해 경찰 역시 국민의 감시와 견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권력처럼 큰 권한을 가진 기관일수록 그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이번 캠페인의 배경에는 장씨 실종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대응 논란이 있다.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실제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허위로 종결하고, 이후 실종자 관련 정보를 경찰 시스템에서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거세졌다.문제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단순히 사건 처리가 잘못된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씨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마지막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주변 CCTV 영상 상당수가 보존기간 만료로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장씨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 104일이 지난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한 야자수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자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영상 자료가 사라진 뒤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의 초동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더욱 커졌다.이제석 광고연구소는 광고 제작뿐만 아니라 캠페인을 실제 현장에 설치하는 과정까지 영상으로 담았다. 해당 영상은 연구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연구소 측은 이번 캠페인이 특정 경찰관이나 개인을 겨냥한 비판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개인에 대한 공격보다는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제도적 허점과 공권력의 책임 문제를 시민들에게 환기하는 데 광고의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이번 공익광고는 익숙한 CCTV의 기능을 반대로 활용해 경찰에 대한 시민 감시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장씨 실종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초동 대응과 실종자 수사 체계에 대한 개선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캠페인이 공권력의 책임과 견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