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이진숙 5·18 포럼 강행, 국회는 아수라장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관련 포럼이 정치권의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은 당 원내지도부의 거듭된 개최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과 손잡고 행사를 강행했다. 이번 포럼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학술적으로 검토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5·18을 '소요 사태'로 규정하거나 유공자 명단 공개를 압박하는 등 기존의 역사적 합의를 부정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진숙 의원은 축사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이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해당 사건이 성역화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는 민주화운동 발생 46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도 자유로운 토론이 가로막혀 있다고 언급하며, 특히 유공자들의 구체적인 공적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추진해온 여야 공통의 흐름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동 주최자로 나선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을 민중 민족주의 사관이 확산된 결정적 계기인 '소요 사태'라고 표현하며, 이를 통해 형성된 비공식적 연대가 우리 사회의 사법과 언론 등 주요 기관을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사적·법적 평가가 끝난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나 소요로 폄훼하는 듯한 발언이 국회 한복판에서 나오자, 포럼장 밖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행사장은 찬반 세력 간의 격렬한 대립으로 인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포럼 개최에 항의하는 방청객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최 측 지지자들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급기야 책을 휘두르거나 주먹다짐을 벌이는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정리해야 할 정도로 소란이 극심해지자, 이 의원은 이러한 소동 자체가 행사를 방해하려는 특정 세력의 의도된 행동이라고 맞서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 진영은 즉각적인 제명 절차를 예고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를 역사 왜곡의 장으로 전락시킨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의원의 사퇴와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조국혁신당 또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를 검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 역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시도는 사회적으로 엄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의원의 돌발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내지도부는 여러 차례 개인적인 토론회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소속 의원이 주도한 행사가 광주 민심을 자극하고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만류를 무시하고 행사를 강행한 이 의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향후 여야 관계와 정국 주도권 싸움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사퇴, 821조 예산안 정국 변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15개월 만에 물러났다. 단일지수 레버리지 ETF 도입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날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 수준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며 재정 운용 방향도 함께 공개했다.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김 실장이 전날 스스로 사의를 밝혔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용산공원 개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야당으로부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최근에는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실장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 인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기 어려운 만큼 후속 인사는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한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출 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0.1%로 전망돼 최근 20년 사이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3.3%포인트 낮춰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정부가 대규모 지출 확대와 재정 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반도체 경기 호황이 꼽힌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보다 30.4%, 금액으로는 205조 6천억 원 증가한 880조 8천억 원으로 전망됐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를 중심으로 국세수입이 194조 2천억 원 늘어 거의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지출을 웃도는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초격차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민 삶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저성장 고착화와 잠재성장률 반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늘어난 미래 재원을 활용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높여 재정 여력을 다시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논란이 이어졌던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재원도 이번 예산안과 함께 공개됐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 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5조 4천억 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교육,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된다. 또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은 12조 5천억 원 줄인다는 방침이다.나머지 재원은 여유자금으로 적립해 향후 세수가 갑자기 감소할 경우 재정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활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세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안정화 저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채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특히 미래대응기금이 160조 원을 넘는 대규모 재원임에도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최대 30%까지 지출계획을 변경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논란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야권에서는 기금이 정부의 재량 지출 수단, 이른바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김용범 정책실장의 사퇴와 역대 최대 예산안 편성이 같은 날 맞물리면서, 향후 국정 운영과 예산 심사 과정 모두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책 책임론과 확장 재정,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