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지바현 350mm 물폭탄, 3명 사망·1만 명 고립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평온이 아닌 거대한 물폭탄이었다. 제15호 태풍 '찬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일본 수도권 지역이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지바현 일대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진 비로 인해 도로가 강으로 변하고 주택이 물에 잠기는 등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번 폭우는 태풍이 남긴 습한 공기와 상층의 찬 공기가 충돌하며 형성된 강력한 비구름대가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인명 피해 소식은 밤사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침수된 도로 위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남성들이 숨진 채 발견되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차오른 물에 차량 안에 갇힌 고령자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랐다. 지바시에서는 단 하루 만에 8월 한 달 전체 강수량의 세 배가 넘는 350mm 이상의 비가 쏟아지며 도시의 배수 능력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기상 당국이 최고 수준의 경보를 발령하며 긴급 대피를 권고했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된 강우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늘길과 철길도 모두 끊기며 도시는 거대한 고립 섬이 되었다. 일본의 관문인 나리타 공항은 철도 운행 중단과 고속도로 통제라는 이중고 속에 이용객 7,000여 명이 로비 바닥에서 밤을 지새우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공항으로 향하던 특급 열차들이 줄줄이 멈춰 섰고, 인근 숙박 시설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지바현은 급히 공공시설을 임시 체류지로 개방했다. 귀가하지 못한 채 길 위에서 밤을 보낸 시민만 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며, 현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전력 인프라의 붕괴는 주민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 폭우와 강풍으로 인해 도쿄전력 관할 구역 내 수만 가구의 전기가 끊기면서 암흑 속에서 공포에 떠는 밤이 지속되었다. 정전으로 인해 통신 장비 충전이 불가능해지자 재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고립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지바현 당국은 피해 규모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자 17개 시에 재해구조법을 적용하고 중앙 정부 차원의 신속한 지원을 요청하며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선상강수대'의 반복적인 발생을 꼽는다. 동풍과 북풍이 맞부딪히며 형성된 좁고 긴 비구름 통로가 지바현 상공에 고착되면서 특정 구역에만 기록적인 폭우를 퍼부은 것이다. 기상청이 단시간 호우 속보를 25차례나 타전할 정도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기압 배치의 미묘한 변화가 태풍보다 더 무서운 2차 피해를 불러온 셈이며, 이는 기후 변화 시대의 예측 불가능한 기상 재난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현재 비줄기는 다소 가늘어졌으나 토사 재해와 추가 침수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작은 비에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주민들은 여전히 대피소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 금지가 해제되지 않은 구간이 많아 물류 수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정전 복구 작업 역시 험난한 지형과 침수 구역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수도권은 태풍의 상흔을 치유하기도 전에 덮친 물난리로 인해 기나긴 복구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