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CU엔 버터·GS엔 매콤, 편의점 '맛의 전쟁'

 국내 식품업계의 거물들이 대형 마트 대신 골목 어귀의 편의점으로 집결하고 있다. 과거 편의점이 단순히 기성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제조사와 유통사가 머리를 맞대고 특정 채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점 상품을 개발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변모했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자의 취향이 극도로 세분화되고, 오직 그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소성에 열광하는 젊은 층의 구매 패턴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농심은 최근 국내 주요 편의점 4사와 손을 잡고 각 브랜드의 특색을 살린 포테토칩 시리즈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CU에서는 고소한 풍미의 솔티버터맛을, GS25에서는 매콤한 까르보맛을 출시하는 등 매장별로 전혀 다른 맛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맛을 찾아 특정 편의점을 방문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채널별 영향력을 동시에 확대하는 고도의 마케팅 기법이다.

 


오리온 역시 인기 캐릭터 IP와 최신 식감 트렌드를 결합한 단독 상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유행하는 고구마 탕후루의 바삭하고 달콤한 맛을 꼬북칩 특유의 네 겹 구조에 이식하여 특정 편의점에서만 판매하기 시작했다. 탕후루의 딱딱하면서도 바삭한 질감을 과자로 구현해낸 기술력에 캐릭터의 친숙함이 더해지면서, 해당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품귀 현상을 빚으며 편의점 집객력을 높이는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식사 대용식 시장의 강자인 CJ제일제당은 브랜드의 지식재산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품군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햇반 브랜드를 아이스크림이나 라떼에 접목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편의점의 방대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의 용량과 가격을 기획 단계부터 조정함으로써, 1인 가구와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편의점이 스낵류 소매 매출의 36% 이상을 점유하며 유통 채널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는 통계적 근거가 자리한다. 식품 기업들에 편의점은 이제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가늠해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 기능한다. 현장의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수집되기에,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수정하거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식품사와 편의점의 밀착 행보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이 파편화될수록 대중적인 제품보다는 특정 타깃을 겨냥한 맞춤형 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시작된 이러한 브랜드 실험은 국내 시장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K-푸드 수출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이제 편의점 진열대는 단순한 상품 배치를 넘어 식품 기업들의 창의성과 데이터 분석력이 격돌하는 가장 치열한 전쟁터가 되었다.

 

넷플릭스, 800명 감원설에 주가도 흔들

 넷플릭스가 대규모 인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의 성장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가입자 확대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로 몸집을 키워온 넷플릭스가 비용 효율화에 나설 경우, OTT 업계 전반에도 구조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9일 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넷플릭스가 전체 인력의 약 5%에 해당하는 800명가량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감원 대상은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조직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가 실제로 이번 감원을 단행하면 2022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된다.넷플릭스는 2022년에도 구독자 감소 여파로 두 차례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같은 해 5월 정규직 150명과 일부 계약직을 내보낸 데 이어, 6월에는 약 300명을 추가로 감원했다. 당시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단속, 콘텐츠 투자 조정 등 수익성 개선 전략을 추진했다.이번 감원설의 배경에는 시청 시간 성장세 둔화가 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해 왔지만, 올해 상반기 플랫폼 시청 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은 콘텐츠 투자 규모에 비해 이용자 체류 시간이 충분히 늘지 않고 있다며 비용 통제와 수익성 개선을 요구해 왔다.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최근 블룸버그 스크린타임 행사에서 회사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단순 가입자 수 확대를 넘어 시청 시간과 광고 수익, 콘텐츠 효율성 관리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주가 하락도 부담이다. 넷플릭스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약 42%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24% 하락했고,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도 14% 내렸다. 글로벌 흥행작 부족과 경쟁 심화, 성장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고비용 콘텐츠 전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비 성과를 더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특히 유튜브는 거실 TV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TV 시청 시간 점유율에서 유튜브는 14.2%를 기록해 넷플릭스의 7.8%를 크게 앞섰다. 과거 짧은 영상 중심 플랫폼으로 인식되던 유튜브가 TV 화면에서 장시간 시청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넷플릭스의 핵심 시청 시간을 압박하고 있다.넷플릭스는 게임 사업도 재편하고 있다. 지난 8월 할리우드 소재 게임 스튜디오 나이트스쿨의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핀란드 헬싱키의 게임 스튜디오 문루트도 폐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업계에서는 이번 감원설이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OTT 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가입자 성장률이 둔화되고 광고 기반 수익 모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콘텐츠 투자 확대와 비용 절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넷플릭스의 구조조정 여부는 향후 OTT 업계의 투자 전략과 고용 흐름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