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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투사라더니…하영 증조부 '친일' 반전

 최근 친일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가 수십 년간 안양 지역사에서 항일 의식이 투철한 인물로 잘못 기록되어 온 사실이 밝혀졌다. 안양시가 발간한 공식 역사서인 ‘안양시사’는 안상호를 지역 최대 지주이자 일제에 맞선 민족주의자로 묘사하며 이를 관내 주요 기관에 배포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사료에 따르면 안상호는 과거 매일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일본인과 다름없다고 칭하며 자녀들에게 조선말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철저한 내선일체의 삶을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양시사는 안상호가 1915년 일본인 의사 단체에 대항해 한성의사회를 결성하고, 고종 승하 당시 일본인의 사주를 거부하다 곤욕을 치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아들이자 하영의 큰할아버지인 안정호 역시 해방 후 교육 사업에 헌신한 독지가로 평가받으며 지역 내 중학교 설립의 주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서술은 안상호 가족이 일제 강점기 당시 총독부로부터 ‘모범 가정’으로 추켜세워졌던 실제 행적과는 정반대되는 지점이 많아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지자체의 안일한 역사 검증 시스템이 지목된다. 안양문화원이 위탁받아 수행한 이번 시사 편찬 과정에서 집필진은 새로운 학술적 검증 대신 과거의 기록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했다. 2008년 초판은 물론 1988년 시흥군지 등 수십 년 전의 잘못된 사료를 반복 인용하면서, 친일 인사가 지역의 항일 영웅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안양시 측은 사업이 이미 종료되어 위원회가 해산된 상태라 구체적인 집필 경위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안양시는 현재 관내 행정복지센터와 도서관, 학교 등에 배포된 500여 권의 시사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기존 자료에 의존하다 보니 최신 학계 연구 결과를 반영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정치와 경제, 문화를 집대성한 공신력 있는 사료가 오히려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즉각적인 회수와 전면적인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배우 하영은 지난 12일 자필 편지를 통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가족들로부터 전해 들은 단편적인 이야기로 인해 증조부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독립유공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영의 사과는 개인의 반성을 넘어 연예인들이 자신의 가족사를 공적으로 언급할 때 더욱 신중한 역사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역사학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지자체들이 발간하는 지역사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정 가문의 기부 행위나 지역 내 영향력에 매몰되어 일제 강점기 당시의 행적을 미화하거나 누락하는 사례가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상호 사례처럼 수십 년간 굳어진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는 일은 단순히 한 배우의 논란을 매듭짓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중대한 과제로 남게 되었다.

 

어선 250척 몰려왔다…CPTPP에 뿔난 어민들

12일 오전 10시30분 경남 통영시 한산도 앞바다에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를 따라 크고 작은 어선들이 모여들었다. 약 250척의 어선에는 ‘농어업 말살 농어민 생존권 위협 CPTPP 저지하자’, ‘식량주권 포기, 국민건강권 침해 저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어민들이 바다로 나온 것은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 재개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CPTPP는 일본 주도로 2018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경제협정이다.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023년 영국이 합류하면서 회원국은 12곳으로 늘었다.한국은 2022년 CPTPP 가입 추진을 검토했지만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우려와 정치권 논쟁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을 이유로 가입 논의가 다시 거론되면서 농어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전국어민회총연맹 경남본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비자·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통영 이순신공원 일원에서 ‘CPTPP 가입저지 농어업 식량주권 사수 제1차 경남도민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대회에 앞서 농민들은 트럭 50대를 몰고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집회 장소까지 차량 행진을 벌였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어민들이 한산도 앞바다로 이동해 해상시위를 진행했다.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CPTPP 가입 검토를 다시 공식화하면서 농어민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후위기 등으로 농어민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개방을 확대하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참가자들은 CPTPP의 상품 분야 관세 철폐율이 최대 99.9%에 이른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기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시장 개방의 폭이 크다며 농·수·축산업과 임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농수산물 생산과 수출에 대한 보조금과 관련된 협정 내용도 문제로 거론했다. 참가자들은 해당 조항들이 농어업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농어촌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며 정부에 가입 검토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이병하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 상임대표는 CPTPP가 국내 농어업을 내주고 수출 실적을 얻으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영 전국쌀생산자협회 경남지부 회장은 가입 이후 15년 동안 농산물 생산액이 연평균 7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추산을 언급하며 대책 없는 시장 개방에 강하게 비판했다.통영수협 정두한 조합장도 수산업계가 이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어획량 감소, 유류비 상승, 어촌 고령화 등이 겹친 상황에서 CPTPP가 발효되면 무관세에 가까운 수입 수산물이 들어와 국내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정 조합장은 면세유와 정책자금 등 수산보조금 지원제도까지 폐지된다면 어민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어민들과 진정성 있게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농어민단체들은 정부가 가입 철회를 선언하고 농어업 보호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통영 앞바다에서 울려 퍼진 뱃고동은 CPTPP 가입 논의를 둘러싼 농어민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