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가습기살균제 서영철 대표 별세, 투쟁은 계속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가 투병 끝에 향년 69세로 별세했다. 서 대표는 지난 11일 급성 기흉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으며, 그의 사망으로 정부에 인정받은 참사 피해 사망자는 총 1,422명으로 늘어났다. 고인은 생전 동료들에게 자신의 장례 대신 광화문광장에서의 투쟁을 당부했을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참사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고인의 삶은 2000년대 초반 옥시와 애경의 제품을 사용한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호흡기 장애와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복합적인 질병을 얻은 그는 휠체어와 산소발생기에 의지해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한때 건실한 사업가였던 서 대표는 오랜 투병 생활로 경제적 기반과 가정의 평온을 잃었지만, 자신보다 더 힘든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을 위해 2016년부터 본격적인 시민사회 활동에 뛰어들었다.

 


서 대표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과 피해자 대표 등을 역임하며 참사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앞장섰다. 특히 2022년 SK 본사 앞 텐트 농성과 최근까지 이어진 경찰청 앞 1인 시위 등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현장을 지켰다. 올해 역시 국회와 광화문을 오가며 현행 특별법의 독소 조항 개정을 요구하는 등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갔으나, 사무실에 맡겨둔 산소통은 결국 주인을 잃은 유품이 되고 말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가해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제품 개발과 원료 공급을 담당했던 기업들과 당시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 중 누구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이번 사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시민단체가 추산하는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자는 약 95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사망자는 2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 피해를 신고한 인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실제로 기업으로부터 정당한 배상이나 보상을 받은 피해자는 500여 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참사가 공식 확인된 지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피해자는 여전히 법적, 경제적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다.

 

참사 15주년을 맞는 오는 31일까지 환경보건단체들은 집중 캠페인 기간을 운영하며 서 대표의 뜻을 기릴 예정이다. 이 기간에는 가해 기업들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 대응은 물론, 참사의 비극을 다룬 소설과 다큐멘터리를 매개로 한 북토크와 전시회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가 열린다. 피해자 단체는 서 대표가 남긴 마지막 유지를 받들어 정부와 기업이 완전한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단체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태형, 성적표는 ‘777’인데 재계약설은 솔솔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종료 후 관심이 김태형 감독의 거취로 옮겨가고 있다. 세 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재계약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동행을 이어갈 명분이 충분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롯데는 2026시즌을 64승 3무 77패, 승률 0.454로 마쳤다. 최종 순위는 7위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끊긴 가을야구의 명맥은 올해도 이어지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9년 연속으로 늘었다.2023년 10월 롯데와 3년 총액 24억 원에 계약한 김 감독에게 기대했던 역할은 분명했다. 두산 베어스를 이끌며 쌓은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임 이후 순위는 세 시즌 연속 7위에 머물렀다.김 감독 역시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계약 기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약 이야기가 나오자, 결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재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주목한다. 당장의 순위와 별개로 팀의 미래를 준비한 부분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육성 성과를 인정하는 것과 이를 재계약의 근거로 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반론도 나온다.특히 과거 롯데 감독들에게 적용했던 기준과 비교하면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세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재계약하지 못했다. 조원우 전 감독 역시 2017년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7위로 떨어진 뒤 팀을 떠났다.과거에는 가을야구 진출 경험이 있어도 성적 하락에 책임을 물었다. 이번에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구단은 그 차이를 설명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김 감독의 롯데 재임 세 시즌 통산 성적은 196승 13무 223패, 승률 0.468이다. 직전 사령탑 래리 서튼 전 감독의 재임 기간 승률인 0.47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수 구성과 시즌별 여건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성적만으로 재계약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수치다.결국 핵심은 육성의 실체와 향후 경쟁력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넘어, 어떤 부분에서 성장이 있었고 그것이 팀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반복된 하위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어렵다.최종 결정권은 롯데 구단에 있다. 다만 동행을 선택한다면 지난 세 시즌의 부진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같은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롯데에 필요한 것은 재계약 여부에 대한 결론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가을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이 납득할 평가 기준과 반등 계획이다. 재계약의 명분 역시 과거의 우승 경력이나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앞으로 팀을 달라지게 할 근거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