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장동혁 사퇴론 확산, 전 당원 투표가 돌파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퇴진을 둘러싼 당내 내홍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이를 타개할 마지막 수단으로 전 당원 투표가 부상하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해온 일부 책임당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당대표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공식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거 참패라는 엄중한 결과 앞에서 지도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공당의 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직접 장 대표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장 대표 사퇴 촉구 서명운동을 주도해온 추진단은 1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의 즉각적인 퇴진과 함께 전 당원 투표 실시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이미 2만 7천 명에 달하는 당원과 시민의 서명을 확보했으며, 이를 당내 중진 의원들에게 전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히 당의 위기 상황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3선 이상 의원들을 향해 방조 행위를 중단하고 결단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며 당내 기득권 세력을 정조준했다.

 


반면 장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도 3만 명 이상의 서명을 모아 맞불을 놓으며 당은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는 현재 조직강화특별위원회와 윤리위원회 등을 가동하며 당협위원장 교체나 징계 카드로 반대파 의원들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장 대표 본인 역시 과거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 사퇴 요구가 있을 경우 전 당원 투표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어, 이번 요구가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전 당원 투표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행 당헌·당규에는 당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도부 역시 일부 당원들의 일방적인 요구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투표 실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당 수석대변인은 당대표를 흔들어 당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행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며 현재의 사퇴 요구를 조직적인 흔들기로 규정했다.

 


당내 의원들의 반응도 계파와 지역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갈등 봉합을 위한 해결책으로 투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장 대표가 당을 극단적인 대결 구도로 몰아넣었다는 비판과 함께, 투표 이전에 대표 스스로가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장 대표의 거취 문제는 이번 달 예정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연쇄 회동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쇄신파 의원들의 동력이 다소 약화된 상황에서 지도부의 압박과 당원들의 투표 요구가 충돌하며 당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장 대표가 전 당원 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져 재신임을 확인할지, 아니면 당내 압박에 밀려 물러날지는 향후 여권의 권력 지형을 재편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사퇴, 821조 예산안 정국 변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15개월 만에 물러났다. 단일지수 레버리지 ETF 도입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날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 수준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며 재정 운용 방향도 함께 공개했다.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김 실장이 전날 스스로 사의를 밝혔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용산공원 개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야당으로부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최근에는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실장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 인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기 어려운 만큼 후속 인사는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한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출 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0.1%로 전망돼 최근 20년 사이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3.3%포인트 낮춰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정부가 대규모 지출 확대와 재정 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반도체 경기 호황이 꼽힌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보다 30.4%, 금액으로는 205조 6천억 원 증가한 880조 8천억 원으로 전망됐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를 중심으로 국세수입이 194조 2천억 원 늘어 거의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지출을 웃도는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초격차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민 삶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저성장 고착화와 잠재성장률 반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늘어난 미래 재원을 활용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높여 재정 여력을 다시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논란이 이어졌던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재원도 이번 예산안과 함께 공개됐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 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5조 4천억 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교육,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된다. 또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은 12조 5천억 원 줄인다는 방침이다.나머지 재원은 여유자금으로 적립해 향후 세수가 갑자기 감소할 경우 재정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활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세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안정화 저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채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특히 미래대응기금이 160조 원을 넘는 대규모 재원임에도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최대 30%까지 지출계획을 변경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논란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야권에서는 기금이 정부의 재량 지출 수단, 이른바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김용범 정책실장의 사퇴와 역대 최대 예산안 편성이 같은 날 맞물리면서, 향후 국정 운영과 예산 심사 과정 모두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책 책임론과 확장 재정,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