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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험군 2만 명, 정부가 직접 찾아 챙긴다

 가족을 떠나보낸 뒤 남겨진 이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과 심리적 고립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아픈 단면 중 하나다. 최근 어린 자녀를 둔 가장이 경제적 문제로 세상을 떠난 뒤, 남은 유족이 빚을 갚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례는 자살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남겨진 이들의 삶까지 파괴하는 연쇄적 비극임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러한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자살 위험이 높은 고립 가구와 돌봄 부담에 짓눌린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밀착 관리하는 고강도 예방 대책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고립 가구와 돌봄·간병 부담 가구를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 대책을 공식 보고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조기 발견 시스템 구축이다. 정부는 기존에 운영되던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에 자해나 자살 시도로 인한 응급실 내원 기록 등 자살 관련 데이터를 연계하여 가중치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약 2만 명에 달하는 자살 위험군을 선별해내고, 내년부터는 개편된 시스템을 통해 고립 유형별로 맞춤형 관리를 시작할 방침이다.

 


경제적 위기가 자살로 직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긴급 지원 절차도 대폭 간소화된다. 저소득층 자살 고위험군의 경우 복잡한 현장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읍면동 공무원의 재량으로 소액 생계비를 즉시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한 전용 앱을 통해 신고된 내용 중 자살 징후가 포착되면 24시간 긴급 상담 체계를 가동하여 단 한 명의 생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적 문제 해결을 통한 자살률 감소'라는 국정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중증 질환자나 장애인을 홀로 돌보다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간병 살인'이나 '가족 동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사회보장 데이터를 분석해 노노(老老) 돌봄 가구나 공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각지대 가구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위기가 확인된 가구에는 72시간 긴급돌봄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연계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 상담을 지원한다.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하루 3시간에서 8시간까지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는 간병에 지친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족 돌봄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된다. 돌봄으로 인해 직장을 잃는 일이 없도록 가족돌봄휴가 및 휴직 제도의 개선을 검토하고, 가족 휴가제를 활성화하여 간병인의 소진을 막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 통계에서 소외되었던 치매 및 발달장애 가족 돌봄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자살 원인 분류 체계에 '돌봄·간병 부담' 항목을 신설하여 보다 정밀한 기초 자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증 환자 가족들이 체감하는 근본적인 부담을 줄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 단체들은 긴급 지원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도 중요하지만, 간병비 부담 완화와 같은 경제적 구조 개편과 특화된 돌봄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위기 관리를 넘어 돌봄과 간병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고립된 가구의 비극적인 선택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사퇴, 821조 예산안 정국 변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15개월 만에 물러났다. 단일지수 레버리지 ETF 도입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날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 수준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며 재정 운용 방향도 함께 공개했다.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김 실장이 전날 스스로 사의를 밝혔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용산공원 개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야당으로부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최근에는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실장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 인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기 어려운 만큼 후속 인사는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한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출 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0.1%로 전망돼 최근 20년 사이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3.3%포인트 낮춰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정부가 대규모 지출 확대와 재정 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반도체 경기 호황이 꼽힌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보다 30.4%, 금액으로는 205조 6천억 원 증가한 880조 8천억 원으로 전망됐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를 중심으로 국세수입이 194조 2천억 원 늘어 거의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지출을 웃도는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초격차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민 삶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저성장 고착화와 잠재성장률 반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늘어난 미래 재원을 활용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높여 재정 여력을 다시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논란이 이어졌던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재원도 이번 예산안과 함께 공개됐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 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5조 4천억 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교육,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된다. 또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은 12조 5천억 원 줄인다는 방침이다.나머지 재원은 여유자금으로 적립해 향후 세수가 갑자기 감소할 경우 재정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활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세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안정화 저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채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특히 미래대응기금이 160조 원을 넘는 대규모 재원임에도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최대 30%까지 지출계획을 변경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논란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야권에서는 기금이 정부의 재량 지출 수단, 이른바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김용범 정책실장의 사퇴와 역대 최대 예산안 편성이 같은 날 맞물리면서, 향후 국정 운영과 예산 심사 과정 모두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책 책임론과 확장 재정,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