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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의 고향 오빌레, 한국인 입양아가 빚은 술

 프랑스 에페르네에서 북서쪽으로 차를 달려 도착한 오빌레는 17세기 수사 돔 페리뇽이 샴페인 양조의 기틀을 마련한 성지로 불린다. 하지만 이 조용한 마을의 진정한 매력은 수도원 담장 너머, 가족 단위로 포도를 재배하고 술을 빚는 소규모 부티크 하우스들에 숨어 있다. 그중에서도 1888년부터 6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조셉 데뤼에'는 특별한 서사를 지니고 있다. 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마티아스 데뤼에가 이곳의 토양을 일구며 전통적인 양조 방식을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인 작은 식당에서 송아지 흉선 요리인 '리 드 보'를 곁들이며 샴페인에 담긴 마을의 자부심을 전한다.

 

오빌레의 포도밭을 채우는 주인공은 흔히 조연으로 치부되는 피노 뫼니에 품종이다. 화려한 샤도네이나 피노 누아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마른 계곡의 혹독한 서리를 견뎌내며 샴페인의 뼈대를 만드는 것은 바로 이 강인한 품종이다. 검은 포도로 빚은 투명한 술인 '블랑 드 누아'는 버터에 노릇하게 구워진 흉선 요리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내며 미식의 정점을 선사한다. 조연의 포도가 빚어낸 주연급 풍미를 경험하는 순간, 여행자는 왜 이 작은 마을이 샴페인의 발상지로 추앙받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여정의 종착지인 랭스는 2,000년의 세월이 겹겹이 쌓인 역사의 박물관이다. 시내 북쪽의 마르스 문은 로마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 아치 천장에 새겨진 포도 압착 부조는 고대 로마인들이 이미 이 땅에서 와인을 생산했음을 증명한다. 로마의 지층 위에는 프랑스 역대 왕들이 대관식을 치렀던 랭스 대성당이 웅장하게 서 있다. 성당 앞 광장 바닥에 나란히 박힌 프랑스어와 독일어 돌판은 과거 독일군의 포격으로 불탔던 성당에서 양국의 정상이 화해를 선언했던 역사적 순간을 분 단위로 기록하고 있다.

 

도시의 상징인 수베 분수 꼭대기에는 금빛 날개를 단 승리의 여신상이 서 있다. 랭스 사람들이 '천사'라고 부르는 이 조각상은 독일 점령기에 약탈당했다가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복제상으로 돌아왔다. 성당 앞의 돌판이 정치적 화해의 상징이라면, 광장의 천사는 빼앗겼던 일상의 귀환을 의미한다. 랭스의 거리를 걷는 것은 단순히 유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파괴를 딛고 일어선 인류의 끈질긴 생명력과 화해의 과정을 온몸으로 느끼는 과정이다.

 


랭스 여행의 마무리는 1756년 문을 연 과자점 포시에의 '비스킷 로즈'가 장식한다. 분홍빛이 감도는 이 과자는 샴페인에 적셔 먹어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단단함을 지녔다. 랭스 사람들은 대대로 이 과자를 술에 담가 먹으며 도시의 시간을 음미해 왔다. 소설가 프루스트가 마들렌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듯, 샴페인에 젖은 분홍 비스킷 한 입은 로마의 포도 압착기부터 돌아온 금빛 천사까지 이 도시가 견뎌온 장구한 세월을 현재의 감각으로 되살려낸다.

 

혹독한 추위를 견딘 포도가 향기로운 거품으로 피어나듯, 샹파뉴 지역의 역사는 고난을 축제로 승화시킨 인간의 의지를 닮아 있다. 지하 동굴에 새겨진 병사들의 낙서와 지상에 놓인 화해의 돌판은 샴페인 한 잔에 담긴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말해준다. 유난히 뜨거운 이번 여름, 샹파뉴의 서늘한 백악 동굴과 랭스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피서를 넘어 삶의 득실을 관조하는 깊은 휴식을 제공한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투자 손실만 6.3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하루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6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액 가운데 이미 매매를 통해 확정된 금액뿐 아니라 상품을 보유한 상태에서 발생한 평가 손실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와 50대의 손실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21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단일 종목 상장지수상품(ETP)이 출시된 지난 5월 27일부터 8월 14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손실액은 총 6조3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통계는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대상으로 취합한 자료다.ETP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번에 집계된 손실에는 실제 상품을 매도하면서 확정된 손실과 아직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 평가 단계에 머물러 있는 손실이 모두 포함됐다.전체 손실액 중 매매를 통해 확정된 손실은 2조3242억원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상품에서 발생한 평가 손실은 3조9888억원으로 나타났다. 평가 손실은 보유 상품의 매입 원가와 8월 14일 종가를 비교해 산출한 금액이다. 아직 매도하지 않은 투자자의 경우 주가와 상품 가격이 변하면 실제 손익도 달라질 수 있다. 해당 기간 단일 종목 ETP를 한 차례 이상 거래한 개인 투자자 계좌는 총 54만6000개로 집계됐다. 상당수 개인 투자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움직임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거래한 가운데 손실 규모가 크게 불어난 것이다.연령대별 손실액을 보면 40대가 2조53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가 1조8655억원, 30대가 1조912억원, 60대가 805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70대 이상은 2934억원, 20대는 1958억원, 20대 미만은 8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특히 40대와 50대의 손실액을 합산하면 3조9185억원으로, 전체 손실액의 62.1%에 달했다. 이번 통계에서는 중장년층의 손실 규모가 두드러졌다. 다만 연령대별 손실액은 해당 연령 투자자들의 전체 거래 규모나 투자자 수를 함께 고려한 수치가 아니므로, 손실액만으로 연령대별 투자 위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을 통해 거래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액이 1조2870억원으로 가장 컸다. 미래에셋증권이 1조2576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삼성증권은 9994억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은 8517억원, 한국투자증권은 5521억원이었다. 이어 KB증권 3798억원, 신한투자증권 3197억원, 메리츠증권 2957억원, 대신증권 1975억원, 하나증권 1725억원 순이었다.이 같은 손실 규모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위험에 대한 관심을 다시 키우고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도록 설계돼 주가가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손실도 커질 수 있다. 특히 단일 종목에 집중하는 상품은 여러 종목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상품과 달리 특정 기업의 주가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이번 집계에는 상품 출시일부터 8월 14일까지의 매매 손익과 평가 손익이 반영됐다. 따라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및 관련 상품 가격의 변동에 따른 손익 변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최종 손실 규모는 투자자들의 이후 매매와 보유 상품의 가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의 손실이 6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투자자 보호와 고위험 금융상품의 판매·거래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실액의 상당 부분이 평가 손실인 만큼, 이번 통계는 특정 시점의 손익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