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마스 무장해제 먼저…네타냐후, 철군 요구에 쐐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내놓은 가자지구 평화 구상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양국 관계에 거대한 균열을 일으켰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열린 각료회의에서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해제가 선행되지 않는 한 가자지구에서의 철군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하마스의 무장해제 시작과 이스라엘의 단계적 철군을 병행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안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파격적인 행보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합의'라고 자평했던 15개항 평화 문서에 대한 이스라엘의 수용 거부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보유한 중화기는 물론 소형 무기까지 완전히 사라져야만 군사 작전의 종료를 검토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측이 제시한 여러 아이디어 중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우방국인 미국의 중재 노력보다 자국의 안보적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 수위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필요하다면 최고의 친구에게도 맞설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며 강한 독자 노선을 시사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 최고의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긴밀한 유대를 과시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레바논 공습과 이란과의 휴전 과정에서 쌓였던 양국 간의 이견이 이번 평화안 거부를 기점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적 배경에는 오는 10월 말 치러질 이스라엘 총선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은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연정 내 극우 세력은 가자지구에서의 어떠한 양보도 반대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네타냐후의 이번 결정을 즉각 환영하며 가자지구 통제권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네타냐후로서는 정권 유지를 위해 미국의 압박보다 국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자신이 집권하는 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어디에도 팔레스타인 국가는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으며, 미국의 '두 국가 해법'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 측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독단을 막기 위해 더 강력한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재국들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중동 평화의 실현 가능성은 네타냐후의 완강한 거부권 행사로 인해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절반 이상을 장악한 상태에서 강경파들의 영토 확대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고의 우방이었던 두 정상 사이의 선명해진 균열이 향후 중동의 군사 작전 범위와 휴전 협상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천 상가 흉기 난동에 8명 부상

 인천의 한 복합 상가 건물에서 5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이용객 8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상자 가운데 2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용의자는 현장에 있던 상인과 이용객들에게 제압된 뒤 경찰에 넘겨졌다. 특히 용의자가 과거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전자감독 대상자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됐다.인천 남동경찰서는 13일 흉기 난동을 벌여 상가 이용객 8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복합 상가 건물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부상자들은 건물 곳곳에서 발견됐다. 2층에 있던 20대 여성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지하 1층에서는 40대 여성 1명이 다쳤으며, 2층에서는 30대 남성을 포함한 5명이 부상을 입었다. 3층에서도 50대 여성 1명이 등과 어깨 부위 등을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점심 식사를 하던 중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A씨는 건물 지상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식당들이 모여 있는 2층으로 올라간 뒤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이동하면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있던 상인과 이용객들이 A씨의 범행을 막기 위해 나섰고, 이 과정에서 A씨는 제압됐다. 목격자들은 A씨가 양손에 흉기를 묶은 듯한 상태로 이동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공격했다고 전했다.최초 신고자로 알려진 30대 나모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키 165㎝ 정도 되는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이동하면서 보이는 사람을 향해 흉기로 찌르려 했다”며 “흉기를 양손에 묶고 범행했다”고 설명했다. 나씨는 다른 남성 2명과 함께 의자를 이용해 A씨를 제압한 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인계한 것으로 전해졌다.A씨는 이용객들이 범행을 저지하자 다른 공격 대상을 찾으려 했으며, 인근 가게와 여자 화장실 방향으로 이동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는 “A씨가 특별히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거나 하진 않고 아무 말 없이 범행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공격에 상가 이용객들은 긴급히 대피했고,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출동해 부상자 구조와 사건 수습에 나섰다.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A씨의 과거 범죄 이력과 전자감독 대상자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A씨는 과거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2월 25일 인천 자택에서 재결합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40대 전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A씨에게 다수의 폭력 범죄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출소 후 1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명령했다.A씨는 앞서 2005년 살인미수 혐의로, 2008년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복역을 마친 A씨는 2029년 2월까지 전자발찌 부착 대상이었으며, 매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주거지 밖으로 나가지 않아야 하는 준수 사항도 적용받았다.그러나 A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하던 2021년 1월부터 5월 사이 외출 제한 시간을 네 차례 위반해 무단으로 주거지를 벗어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202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흉기 난동 당시에도 A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A씨는 최근에도 흉기 소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이력이 있었다. 지난달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흉기를 소지한 혐의다. A씨는 해당 병원에서 치료받은 무좀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A씨가 흉기를 이용해 푯말에 구멍을 뚫는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자감독 대상자의 흉기 난동으로 시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했다. 법무부는 “전자감독 대상자의 흉기 난동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전자감독 지도감독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과 보완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전자감독이 시작된 이후 지도·감독에 순응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이후 재범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최근 갈등이 있었던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입건됐다. 법무부는 A씨가 정신질환 증상 완화를 위한 상담도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범행 당일 A씨의 행적과 관련해서는 오전에 외부 전문가와 중독 상담을 진행했고,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정신질환 치료약을 복용한 사실을 확인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상담을 받은 뒤 보호관찰관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으며, 낮 12시 30분쯤까지 보호관찰관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약 1시간여 만에 상가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것이다.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사건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본 뒤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행은 “이번 사건으로 큰 피해를 본 시민들께 위로의 말씀과 함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피의자 제압해 준 시민들께도 감사하다”고 밝혔다.경찰은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온라인상 관련 동향을 살펴 추가 피해와 모방 범죄를 예방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가시적인 순찰과 사이버 모니터링을 통해 2차 피해를 막는 데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건 피해자들에게 전담 경찰관을 일대일로 연결하고 법률·심리·경제적 지원을 제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경찰은 A씨와 상가 이용객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다수의 시민이 다친 가운데, 전자감독 대상자의 관리와 감독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위험 징후가 사전에 확인됐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가 전자감독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조사 결과와 제도 개선 방안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