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0도 폭염 속 '제로 전쟁'…코카콜라 vs 펩시 정면충돌

 전국이 40도에 육박하는 극한의 무더위에 갇히면서 편의점 탄산음료 매대가 뜨거운 격전지로 변모했다. 특히 설탕을 뺀 '제로 콜라' 시장을 두고 업계의 양대 산맥인 코카콜라와 펩시가 라임과 레몬 풍미를 앞세운 플레이버 대결에 돌입했다. 코카콜라가 이달 초 레몬라임 향을 더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2021년 출시 이후 시장을 선점해온 '펩시 제로슈거 라임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단순한 저칼로리 음료를 넘어 맛의 디테일로 승부하는 2차 콜라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국내 탄산음료 시장의 전통적 강자는 여전히 코카콜라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펩시의 성장세는 공포스러울 정도다. 지난해 오프라인 소매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4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1위를 지켰으나, 펩시가 최근 5년간 매출을 67%나 끌어올리며 20%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펩시의 약진으로 인해 오랫동안 2위 자리를 지켜온 칠성사이다가 3위로 밀려나는 이변이 발생했다. 한국코카콜라의 전체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점은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롯데칠성음료가 자체 개발해 본사의 승인을 받아낸 '펩시 제로슈거 라임향'의 대성공이 자리한다. 대체당 특유의 씁쓸한 뒷맛을 상큼한 라임 향으로 완벽히 가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SNS상에서 '펩제라' 열풍을 일으켰다. 이에 맞서는 코카콜라의 신병기 '제로 레몬라임'은 천연향료를 사용하고 나트륨 함량을 펩시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등 건강 지표와 풍미의 조화에 집중했다. 두 제품 모두 칼로리는 0이지만, 강한 탄산의 펩시와 부드러운 첫맛의 코카콜라로 소비자 취향이 갈리고 있다.

 

제로 콜라의 역사는 20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인 전쟁은 당류 섭취 줄이기가 세계적 화두가 된 2000년대 중반부터 격화됐다. 코카콜라가 2005년 검은색 패키지의 '제로'를 출시하며 기선을 제압하자, 펩시는 2007년 북미 시장에 대응 제품을 내놓으며 추격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현재 코카콜라가 5종, 펩시가 3종의 다양한 제로 라인업을 운영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특히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1+1' 증정 행사는 점유율 확보를 위한 두 회사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성분 측면에서도 두 회사는 미세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 등 대중적인 대체 감미료를 사용하지만, 향료의 구성과 나트륨 배합에서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한다. 펩시가 강한 탄산과 함께 콜라 본연의 향 뒤에 라임 향이 올라오는 계단식 풍미를 설계했다면, 코카콜라는 마시는 순간 입안 전체에 레몬라임 향이 퍼지는 직관적인 맛을 구현했다. 이러한 미세한 감각의 차이가 무더위에 지친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플레이버 대결이 국내 탄산음료 시장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펩시를 필두로 점유율을 43%까지 끌어올리며 한국코카콜라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올여름 제로 레몬라임 대결의 승자가 향후 몇 년간의 시장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폭염이 지속될수록 편의점 냉장고 속 검은색 캔들의 순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소비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최적의 '제로'를 찾기 위한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넷플릭스, 800명 감원설에 주가도 흔들

 넷플릭스가 대규모 인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의 성장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가입자 확대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로 몸집을 키워온 넷플릭스가 비용 효율화에 나설 경우, OTT 업계 전반에도 구조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9일 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넷플릭스가 전체 인력의 약 5%에 해당하는 800명가량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감원 대상은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조직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가 실제로 이번 감원을 단행하면 2022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된다.넷플릭스는 2022년에도 구독자 감소 여파로 두 차례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같은 해 5월 정규직 150명과 일부 계약직을 내보낸 데 이어, 6월에는 약 300명을 추가로 감원했다. 당시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단속, 콘텐츠 투자 조정 등 수익성 개선 전략을 추진했다.이번 감원설의 배경에는 시청 시간 성장세 둔화가 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해 왔지만, 올해 상반기 플랫폼 시청 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은 콘텐츠 투자 규모에 비해 이용자 체류 시간이 충분히 늘지 않고 있다며 비용 통제와 수익성 개선을 요구해 왔다.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최근 블룸버그 스크린타임 행사에서 회사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단순 가입자 수 확대를 넘어 시청 시간과 광고 수익, 콘텐츠 효율성 관리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주가 하락도 부담이다. 넷플릭스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약 42%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24% 하락했고,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도 14% 내렸다. 글로벌 흥행작 부족과 경쟁 심화, 성장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고비용 콘텐츠 전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비 성과를 더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특히 유튜브는 거실 TV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TV 시청 시간 점유율에서 유튜브는 14.2%를 기록해 넷플릭스의 7.8%를 크게 앞섰다. 과거 짧은 영상 중심 플랫폼으로 인식되던 유튜브가 TV 화면에서 장시간 시청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넷플릭스의 핵심 시청 시간을 압박하고 있다.넷플릭스는 게임 사업도 재편하고 있다. 지난 8월 할리우드 소재 게임 스튜디오 나이트스쿨의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핀란드 헬싱키의 게임 스튜디오 문루트도 폐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업계에서는 이번 감원설이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OTT 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가입자 성장률이 둔화되고 광고 기반 수익 모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콘텐츠 투자 확대와 비용 절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넷플릭스의 구조조정 여부는 향후 OTT 업계의 투자 전략과 고용 흐름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