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이순자·김건희 능가한 초대 영부인

 대한민국 초대 영부인 프란체스카 도너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동안 이순자나 김건희 등 후대 영부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는 이국적 배경과 친인척 비리에서 자유로웠던 환경 덕분에 검소하고 헌신적인 내조자의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의 기록과 비화들을 심층 분석해 보면, 프란체스카는 단순한 내조자를 넘어 국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소통령'에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남편인 이승만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인사권을 전횡하며 제1공화국의 몰락을 부추긴 실질적인 권력의 한 축이었다.

 

프란체스카의 권력 행사는 남편의 인사권을 가로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비서를 좌천시키거나 장관에게 직접 인사를 통보하는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서슴지 않고 침범했다. 당시 외신들은 정부 관리들이 실력보다는 영부인에 대한 개인적 호의 덕분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묵인하거나 오히려 비서진에게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영부인이 경무대 내부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군림하며 공적 시스템을 사유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사 개입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프란체스카가 직접 장악한 '대한부인회'를 통한 조직적인 국정 관여였다. 그는 여성 단체들을 통합해 만든 이 거대 조직의 총재를 맡아 사실상의 세금을 징수하며 국가 속의 국가를 운영했다. 당시 언론들은 부인회 회비가 국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반공식적인 세금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했다. 대한부인회는 여성 권익 향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이승만의 장기 집권을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되었다. 대통령 추대 대회나 개헌 지지 분위기 조성의 선봉에는 항상 프란체스카의 부인회가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흐름을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 그는 비서진에게 정계의 어두운 소식이나 불쾌한 진실은 보고하지 말라고 명령하며 대통령을 침묵의 벽 속에 가두었다. 남편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민심 이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정보가 차단된 노령의 대통령 뒤에서 프란체스카는 국정의 절반을 좌지우지하며 제1공화국의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했다.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프란체스카를 4·19 혁명을 촉발한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다. 제1공화국의 실질적인 투톱이 이승만-이기붕이 아니라 프란체스카와 박마리아였다는 분석은 당시의 폭정이 영부인들의 권력욕과 맞닿아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미뤄진 것은 이후 이어진 군부 독재 정권들이 이승만의 향수를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4·19 혁명의 정신이 온전히 계승되었다면, 프란체스카는 건국 초기의 혼란을 가중시킨 '경국지색'의 전형으로 기록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프란체스카는 후대의 영부인 리스크를 예견한 원형과도 같은 인물이다. 독자적인 조직을 거느리고 남편의 장기 집권을 보조하며 인사권을 전횡했다는 점에서 그는 현대사의 그 어떤 영부인보다도 국정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이승만 정권의 모순과 실패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부인이라는 그늘 뒤에 숨어 권력을 행사했던 프란체스카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초대 영부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단순히 과거를 들추는 작업이 아니라, 오늘날 반복되는 영부인 잔혹사를 끊어내기 위한 필수적인 성찰의 과정이다.

 

이형일 부총리 “올해 성장률 3% 중반 가능”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수출과 설비투자의 호조를 바탕으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3% 중반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해서는 과거 환율이 경제의 기초 여건을 벗어난 수준이었으며, 현재는 경제 펀더멘털에 맞는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경제전망 발표 횟수를 연간 세 차례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이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퀸시리낏 컨벤션센터(QSNCC)에서 열린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콕을 방문했다.이 부총리는 최근 경기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분기에도 수출과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앞선 분기의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한국 경제는 1분기 전기 대비 1.8%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0.6% 성장했다. 이 부총리는 이러한 흐름을 언급하며 3분기까지 경기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성장률이 3% 중반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부총리는 최근 성장세와 성장 구성 등을 고려할 때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흐름에서 벗어나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경제가 물가 상승을 과도하게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 수준을 의미한다. 그는 잠재성장률의 반등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 시점이 임박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정부는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횟수도 늘릴 방침이다. 현재 정부는 연말과 이듬해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등 연간 두 차례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이를 내년부터 세 차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경제와 국내 경기 여건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전망을 더 자주 갱신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정책을 보다 신속하게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최근의 움직임을 경제 펀더멘털에 맞춰 조정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7월 환율이 1550원대까지 상승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당시 환율 수준이 오히려 한국 경제의 기초 여건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환율 흐름을 단순히 경제 상황이 악화한 결과로 보기보다는 경제의 실제 여건을 반영하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는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필요성을 인정했다. 통화스와프는 두 나라가 약정에 따라 자국 통화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으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대응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이 부총리는 통화스와프가 당장의 외화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했다. 외환시장 안정 장치로서의 의미와 실제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에 대해서는 여러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리가 예상보다 자주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의 투자 수익성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 등이 시장 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AI와 반도체 분야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향후 투자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그러나 이 부총리는 국내 경제와 증시의 기초 여건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는 투자가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에 따른 성장 효과가 소비 부문으로도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도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았다.경상수지 흑자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거래를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금액이 지급한 금액보다 많다는 의미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 대외 지급 능력과 외화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부총리는 이러한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최근 증시의 등락만으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이번 간담회에서 이 부총리는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경기 회복 흐름, 잠재성장률 반등 가능성, 환율의 경제 여건 반영, 경제전망 발표 확대 계획 등을 주요 현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올해 성장률이 실제로 어느 수준에 도달할지는 남은 분기의 성장 흐름과 국내외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향후 경제전망을 얼마나 자주 갱신하고 변화하는 경기 상황에 맞춰 정책 대응을 이어갈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