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경찰·국세청 파견 57명, 중수청 합류

 오는 10월 출범을 앞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범부처 협력 모델인 '합동수사과'를 설치하며 본격적인 조직 설계에 돌입했다. 이번 직제안의 핵심은 경찰과 국세청, 금융당국 등 유관 기관의 전문 인력을 한데 모으되,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공소청 검사를 구성에서 완전히 제외했다는 점이다. 입법예고된 직제안에 따르면 서울과 수원, 대전 등 주요 거점 청에 총 5개의 합동수사과가 신설된다. 이는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중대 범죄에 대해 전문성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되지만, 검사가 빠진 수사 조직의 실효성을 두고 법조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청에는 현대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보이스피싱과 금융범죄,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전담할 3개 합동수사과가 들어설 예정이다. 수원은 마약 범죄, 대전은 국가재정 범죄를 각각 전담하며 지역별 특성에 맞춘 수사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이들 조직에는 중수청 자체 수사관뿐만 아니라 경찰과 해양경찰 39명, 법무부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에서 파견된 일반직 공무원 18명 등 총 57명의 외부 인력이 배치된다. 범부처 파견 인력이 수사 조직의 허리를 담당하게 되면서 부처 간 장벽을 허문 통합 수사 체계가 가동될 전망이다.

 


하지만 개청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구체적인 인력 배치와 운영 세칙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개청준비단은 수사 조직 운영의 기밀성과 민감성을 이유로 기관별 세부 정원 공개를 꺼리고 있다. 특히 기존 검찰 주도의 합동수사본부와 달리, 직접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 검사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소청과 중수청, 경찰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공중경' 협력 모델을 제시하며,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법률 조언과 영장 심사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상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도 법적 근거의 취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업무보고에서 수사 권한이 없는 공소청 검사가 수사 과정에 관여할 경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수사 준칙이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의 의견이 수사에 반영될 경우, 공소 유지 단계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도 수사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행법 체계 역시 공소청과 중수청 간의 인적 교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은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각 기관 구성원의 상호 파견이나 직위 겸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소청 검사가 합동수사 과정에 참여하여 실질적인 법률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입법이나 시행령 정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되는 협력 모델은 자칫 사법 체계의 혼란만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10월 출범할 중수청의 성패는 검사가 배제된 합동수사 조직이 얼마나 전문적이고 적법한 수사 결과를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개청준비단은 영장 청구와 기소 단계에서 공소청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전제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대한민국 수사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이번 실험이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실현할지, 아니면 수사 역량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을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거제 813mm 물폭탄, 산사태로 1명 사망

 경남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 일대에 사흘간 하늘이 뚫린 듯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이번 비는 거제 지역에만 누적 강수량 813.0mm라는 유례없는 수치를 기록하며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다. 특히 거제 옥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1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다치는 비극으로 이어져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만 800건을 넘어서며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이번 폭우는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한 호우의 양상을 띠었다. 거제에서는 시간당 최대 124.5mm의 비가 쏟아졌고, 인근 부산 강서와 통영에서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물폭탄이 투하됐다. 이로 인해 주택과 도로가 순식간에 침수되었으며, 수많은 나무가 쓰러져 통행이 차단되는 등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에 고립되었던 주민 130여 명은 소방 당국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만 159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으며, 이 중 100명이 넘는 인원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 거처를 전전하고 있다. 거제와 사천 등지에서 대피한 주민들은 마을회관이나 인근 숙박시설에 머물며 불안한 밤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일시구호세트와 담요 등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하며 지원에 나섰지만, 계속되는 비 소식에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재난 당국은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피해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인근 시·도의 험지펌프차와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피해 현장에 급파했다. 특히 지하 주차장이 완전히 잠긴 거제 장승포동 일대에서는 대규모 배수 작업이 진행 중이며, 산림청과 국방부 역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토사 제거와 실종자 수색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찰은 침수 위험이 큰 도로 20여 곳을 통제하며 추가 사고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기상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현재 부산과 울산, 제주를 비롯해 경남 10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거제에는 산사태 경보가 내려져 있어 추가 붕괴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다. 남해안 지역에는 내일 아침까지 최대 6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되어 있어 복구 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중대본은 비상 1단계를 유지하며 위험 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하천변 산책로나 지하차도 등 취약 시설 800여 곳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정부는 피해 지역을 조속히 복구하고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윤호중 중대본부장은 긴급회의를 통해 고립 주민 구조와 기반 시설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남긴 상처가 깊은 만큼, 재난 당국은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