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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성 접대 의혹까지, 축구협회 사면초가

 대한축구협회가 창립 이래 최대의 존립 위기에 직면하며 결국 고개를 숙였다. 사상 초유의 본회 및 트레이닝 센터 압수수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사태에 직면한 협회는 지난 주말 공식 입장문을 통해 팬들에게 깊은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번 사과는 단순한 유감 표명을 넘어, 그동안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조직의 행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전면적인 쇄신 약속을 담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발생한 각종 행정적 실책과 잡음이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자인했다. 특히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 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사법 기관의 수사 대상이 된 현재의 상황을 참담하다고 표현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쏟아진 질타와 더불어 내부 구성원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과거의 부적절한 관행들이 언론을 통해 낱낱이 공개되자,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경찰 수사는 지난 6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금융범죄수사대는 서울 축구회관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 수사관들을 투입해 12시간에 걸친 고강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의 초점은 2년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발생했을지 모를 업무방해와 부정한 청탁 여부에 맞춰져 있다. 경찰은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전력강화위원회와 운영팀의 전산 자료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벌이며 선임 과정의 불법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15년 전 집행부 시절 국제경기 심판들을 대상으로 한 성 접대 의혹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며 협회의 도덕성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협회는 현재의 행정 시스템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과거의 오점이 태극전사들이 일궈온 성과까지 퇴색시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조직 전반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망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협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위기 돌파를 위해 협회는 박지성과 유승민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K-축구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협회 운영의 폐쇄성을 상징하던 회장 선거인단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적으로 개편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외부의 강도 높은 질타를 조직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높아진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사상 첫 강제수사와 도덕성 논란이라는 깊은 상처를 입은 대한축구협회는 이제 말뿐인 사과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등 굵직한 국제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 축구의 근간을 흔든 이번 사태가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인 위기 모면용 제스처에 그칠지는 향후 진행될 수사 결과와 쇄신안의 이행 속도에 달려 있다.

 

한화, 류지현에게 해법 맡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제15대 감독으로 류지현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한화는 13일 류 감독과 계약 기간 3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류지현 감독이 한화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류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LG 트윈스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LG 사령탑을 맡았던 2021년과 2022년에는 팀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이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도 지도력을 입증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고,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며 국제대회 성과를 남겼다.한화는 류 감독의 경험과 운영 철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화는 리빌딩과 성적 도약 사이에서 굴곡을 겪었다. 2025시즌에는 김경문 전 감독 체제에서 정규시즌 2위에 오르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올해는 투수진 붕괴 속에 57승83패4무, 9위로 시즌을 마쳤다. 팀 홈런 1위, 팀 득점 2위에 오를 만큼 공격력은 있었지만 마운드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류 감독의 과제도 분명하다. 한화는 젊은 야수진과 장타력을 갖춘 타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발과 불펜의 안정감 회복이 시급하다. 단기 반등을 넘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려면 마운드 재건, 유망주 성장, 베테랑 활용의 균형이 필요하다. 국가대표팀에서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을 묶어낸 경험이 한화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계약을 마친 류 감독은 구단을 통해 “한화 이글스라는 좋은 팀의 감독을 맡겨주셔서 감사하다”며 “최고의 팬들과 함께 승리를 쌓아가며 강팀으로 나아가겠다. 구단의 비전인 명문 구단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프런트에도 변화가 생겼다. 손혁 전 단장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단장직에는 석장현 전 경영지원실장이 내정됐다. 석 신임 단장은 2003년 한화에 입사해 스카우트, 홍보, 운영, 전략, 경영지원 분야를 두루 거쳤다. 한화 직원 출신이 단장에 오르는 것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현장과 프런트,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류 감독과의 호흡이 기대된다.한화는 앞서 김경문 전 감독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김 전 감독은 2024년 6월 부임해 첫해 8위에 그쳤지만, 2025시즌에는 팀을 정규시즌 2위로 끌어올렸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으며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비록 LG 트윈스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긴 침체를 겪던 한화에 가을야구의 기억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올해 한화는 기대와 달리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타선은 리그 정상급 생산력을 보였지만 투수진이 흔들리면서 초반부터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결국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시즌 종료와 함께 감독과 단장이 모두 물러나는 변화가 이어졌다.김경문 전 감독은 퇴임하며 “한화에서 1000승도 달성했고 구단에 감사하다.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어디서든 들리던 ‘최강 한화’ 응원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이제 한화는 류지현 감독 체제로 다시 출발선에 선다. 김경문 체제가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면, 류지현 체제의 임무는 그 가능성을 꾸준한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뜨거운 팬심과 공격력을 바탕으로 한화가 다시 상위권 구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새 사령탑의 첫 시즌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