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불꽃이 물로 변한 곳, 샨르우르파 역사 산책

 튀르키예 여행의 지형도가 효율적인 이동 수단과 경제적인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이스탄불에서 동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꼬박 하루를 버스에서 보내야 했던 불편함은 이제 옛일이다. 이스탄불과 샨르우르파를 잇는 국내선 비행기를 활용하면 단 몇 시간 만에 아나톨리아 깊숙한 곳까지 닿을 수 있다. 여기에 중앙 아나톨리아와 동남부를 연결하는 최신 고속도로망이 확충되면서 지상 이동 시간 역시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교통 혁명은 여행자들에게 체력적인 여유와 더불어 더 많은 유적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비용 측면에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한국의 경제 성장으로 높아진 원화 가치는 튀르키예 현지 물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끼게 한다. 1일 평균 25만 원 정도의 예산이면 5성급 호텔 숙박과 수준 높은 미식을 즐길 수 있는데, 이는 물가가 급등한 동남아나 중국 여행 비용과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다. 특히 항공사 간의 노선 경쟁은 인천~이스탄불 구간의 항공료를 낮추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여름 비수기를 공략하면 고급 숙박 시설을 평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번 여정의 핵심지로 떠오른 샨르우르파는 인류 문명과 종교의 뿌리를 간직한 고대 도시다. 1984년 '영광스러운'이라는 뜻의 '샨르'가 붙여진 이 도시는 역사적으로 몽골과 오스만 제국 등 수많은 세력의 각축장이었다. 샨르우르파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전승에서 아브라함의 탄생지로 여겨지며, 성경 속 노아의 후손들이 머물렀던 하란과도 인접해 있다. 도시 곳곳에는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대 문명의 흔적과 종교적 성스러움이 공존하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역사적 울림을 전달한다.

 

샨르우르파의 상징인 아브라함 연못은 전설과 신앙이 빚어낸 신비로운 장소다. 폭군 님로드의 화형 시도에서 불이 물로 변하고 장작이 물고기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연못을 가득 채운 물고기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기독교계에서는 아브라함의 고향을 이라크 인근의 우르로 보기도 하지만, 이곳 주민들과 무슬림들에게 우르파는 확고한 성지다. 연못 주변의 평화로운 풍경과 탄생 동굴의 경건한 분위기는 종교를 초월해 인류사의 궤적을 추적하는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준다.

 


인근 하란 지역에서는 대륙성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독특한 고깔 모양의 벽돌집들을 만날 수 있다. 기원전 20세기부터 메소포타미아의 주요 교역로였던 이곳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문명을 꽃피웠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게 한다. 고원지대인 카파도키아와 콘야 지역은 한여름에도 25도 내외의 쾌적한 기온을 유지해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 도자기 박물관과 같은 문화 시설들은 튀르키예의 예술적 전통이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성공적인 튀르키예 여행을 위해서는 과도한 옵션 투어보다 핵심 유적지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백 유로에 달하는 열기구 투어나 주마간산식 카트 투어 대신, 고대 도시의 골목을 직접 걷고 현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여행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편리해진 교통망과 합리적인 비용, 그리고 샨르우르파가 간직한 태고의 신비는 올여름 튀르키예를 찾는 이들에게 단순한 관광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며 잊지 못할 기억을 새기고 있다.

 

부산경찰 국감서 스토킹·장애인 수사 도마

 부산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의 실효성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스토킹 가해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발생한 염산 테러 사건과 발달장애인 2명이 소액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은 혐의로 특수절도 사건에 송치된 사례를 두고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부산경찰청은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사건 관리와 전담경찰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21일 부산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내에서 발생한 이른바 ‘염산테러’ 사건을 거론하며 경찰의 피해자 보호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은 7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고 염산을 뿌린 사건이다. 이 남성은 앞서 피해 여성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을 피한 상태였다.박 의원은 경찰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범죄 안전조치 심사를 진행했고, 피해자의 위험성이 우려된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경찰은 긴급응급조치를 통해 가해자에게 피해자 접근금지와 통신금지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박 의원은 “긴급응급조치 이후 17분 만에 가해자가 염산테러 범행을 저질렀다”며 경찰이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후속 조치를 취했는지 따져 물었다. 특히 위험성 체크리스트 작성 및 활용 매뉴얼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해당 체크리스트를 다시 작성하도록 돼 있다며, 경찰이 관련 절차를 매뉴얼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제기된 것이다.피해자에 대한 순찰 방식도 비판을 받았다. 박 의원은 피해자의 최초 신고 이후 경찰이 순찰을 실시했지만, 정작 피해자가 근무하는 시간대가 아닌 퇴근시간 이후에 순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범죄 위험이 높은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순찰이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면 피해자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이에 박 의원은 맞춤형 순찰의 운영 기준을 다시 검토하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피해자 보호 조치는 과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해야 한다”며 피해자 보호와 수사 전문성을 확보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사전에 위험 신호가 확인되더라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구속 여부와 별개로 실효성 있는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은 혐의로 30대 발달장애인 2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송치된 사건을 놓고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수사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경찰이 사건의 성격과 당사자의 상황에 맞게 대응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전담경찰관을 통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수사는 전담경찰관이 담당하도록 돼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해당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의 특성과 의사소통 방식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박상웅 국민의힘 의원도 발달장애인에게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이 새로운 수사 및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장애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면 수사 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담 인력을 지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다.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에서 경찰의 판단과 대응이 당사자의 권리 보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원들의 지적에 김성희 부산경찰청장은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부산경찰청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관련 사건을 시경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일선 경찰서장들이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사건별 대응에 그치지 않고 관리 체계를 강화해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전담경찰관 교육에 대해서도 보완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청장은 경찰청 본청에서 실시하는 전담경찰관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부산경찰청 차원에서 별도의 교육 과정을 편성해 수사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앙 차원의 교육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역 실정에 맞는 추가 교육을 실시해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는 것이다.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발달장애인 수사 문제 외에도 경찰 수사권과 인력 운영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경찰의 수사권 강화 문제와 늘어나는 업무에 대응하기 위한 경찰 인력 보충 필요성도 제기됐다. 수사 권한과 책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범죄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보호 조치의 실효성부터 장애인의 권리를 고려한 수사 절차, 경찰 조직의 전문성과 인력 문제까지 다양한 과제가 제시됐다. 부산경찰청이 약속한 종합대책과 교육 강화 방안이 실제 현장 대응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