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는 만큼 보이는 성당, 여행 전 필독서 등극

 천주교 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장인 강한수 신부가 최근 '르네상스 성당'을 끝으로 성당 건축사 3부작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이번 시리즈는 서기 805년 아헨 왕궁 부속 성당부터 17세기 초 완성된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까지 약 800년에 걸친 성당 건축의 변천사를 대하드라마처럼 엮어냈다. 강 신부는 시대마다 성당의 외형은 변해왔지만, 그 본질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빛'이라고 강조한다. 하느님이 머무는 집으로서 성당은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구현하느냐에 따라 로마네스크의 '머무는 빛'에서 고딕의 '신비로운 빛'을 거쳐 르네상스의 '인간을 만나는 빛'으로 진화해왔다.

 

강 신부의 이력은 건축과 신학의 절묘한 만남 그 자체다.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중동 건설 현장에서 실무를 익힌 그는, 교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건축을 먼저 공부했다는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사제 서품 이후 한동안 학업을 중단했으나 2017년 안식년을 계기로 로마 사피엔자 대학에서 고대 및 중세 건축사를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특히 도구 없이 연필만으로 건축 평면도를 그리는 혹독한 과정을 거치며 성당 구조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갖추게 된 점이 이번 저술의 탄탄한 밑바탕이 되었다.

 


귀국 후 민락동성당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직접 설계하고 건축한 경험은 이론과 실무를 잇는 가교가 되었다. 강 신부는 교구 주보와 가톨릭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서양사와 미술사, 건축사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책을 펴냈다. 동창 신부들과 함께 유럽 현지를 답사하며 직접 촬영한 사진들은 책의 현장감을 더한다. 독자들은 그의 설명을 따라가며 프랑크 왕국과 신성로마제국의 갈등, 교황권의 부침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성당의 기둥과 창문, 천장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생생하게 확인하게 된다.

 

책은 고딕 양식의 상징인 쾰른 대성당의 높은 첨탑 경쟁이 마무리되고, 브루넬레스키와 미켈란젤로 등 거장들이 등장해 르네상스 성당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강 신부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대는 인간이 신을 밀어낸 시기가 아니라,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수평적 가치를 추구한 시대였다. 이러한 철학적 변화는 성당 건축이 수직적 높이보다는 수평적 안정감을 갖추게 된 배경이 되었다. 건축 전문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유럽 성당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연히 넓어진다.

 


저자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시대에 미술관 순례를 넘어 성당 건축에 담긴 인문학적 지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성당 건축의 원리를 미리 공부하고 떠난다면 유럽의 성당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류 문명사의 정수를 담은 박물관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조언이다. 강 신부는 이번 3부작에 이어 여건이 허락한다면 르네상스 이후의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 성당 건축에 대해서도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성당 건축사 3부작은 종교적 건축물을 넘어 서구 문명을 지탱해온 정신적 기둥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강 신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차갑고 딱딱한 돌덩이로 지어진 성당이 어떻게 인류의 신앙과 예술혼이 집약된 따뜻한 공간으로 변모해왔는지 깨닫게 된다. 유럽의 성당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가이드북 이상의 깊은 통찰을 선사하며 여행의 질을 한 차원 높여주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vs 두 줄 서기, 당신의 선택은?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한쪽 줄을 비워두는 관행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정부의 정책 재검토 결정으로 다시 불붙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실시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 줄 서기를 지지하는 응답과 두 줄 서기를 선호하는 응답이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민 의식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 내에서 여전히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시민들이 두 줄 서기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안전사고 예방이었다. 반면 한 줄 서기를 고수하는 이들은 바쁜 이들을 위한 배려와 오랜 습관을 주된 근거로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줄의 개수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기기 위에서의 보행 행위 자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의 안전 수칙은 줄의 위치와 상관없이 손잡이를 반드시 잡고 걷거나 뛰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동 효율을 앞세운 보행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과거 정부 정책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겪어온 혼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한 줄 서기가 에티켓으로 장려되었으나, 기기 고장과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한때 두 줄 서기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이후 특정 서기 방식을 강요하기보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갔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한쪽을 비워두는 문화가 지배적으로 작동하며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지속되고 있다.실제 사고 통계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의 움직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수십 년간 발생한 사고의 대다수가 기계적 결함이 아닌 이용자의 부주의와 과실에서 비롯되었으며, 특히 고령층의 피해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 내려갈 때 발판에 가해지는 충격은 평소 체중의 두 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물리적 충격은 기기의 노후화를 앞당기고 예기치 못한 전도 사고의 원인이 된다.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에스컬레이터 이용 문화에 정답은 없다. 국가마다, 혹은 도시마다 혼잡도와 시민 정서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시간대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 지침을 바꾸기도 한다. 이는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우리 정부 역시 이번 논의를 통해 단순히 서는 위치를 정하는 차원을 넘어, 노후 장비의 보강과 대체 이동 수단 확보 등 포괄적인 안전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행정안전부는 오는 29일 국민 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적인 안전 이용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와 한산한 낮 시간대의 운영 방식을 차별화할지, 혹은 강력한 보행 금지 조치를 도입할지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시민들의 습관과 안전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정부가 내놓을 새로운 해법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