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드컵 5조원 지분 매각 철회, 그래도 뿔난 유럽

 세계 축구의 권력 기관인 국제축구연맹과 유럽축구연맹 사이의 전면전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최근 논란이 된 월드컵 지분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축구계는 월드컵 보이콧 방침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UEFA는 단순한 사과를 넘어 향후 유사한 상업적 시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며 인판티노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파괴되었음을 선언했다.

 

이번 충돌의 도화선은 인판티노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 설립 계획이었다. 남녀 월드컵 등 주요 대회의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넘겨 약 5조 8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던 이 구상은 축구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FIFA는 이 자금을 각국 협회에 배분해 지지를 얻으려 했으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 축구 강국들이 이를 '축구의 영혼을 파는 행위'로 규정하고 집단 반발하면서 계획은 결국 백지화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FIFA 지도부는 모로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절차적 실수를 인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UEFA는 이러한 사과가 진정성 없는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특히 인판티노 회장의 측근들이 내놓은 지지 성명에 대해 "생계형 충성심일 뿐"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세계 랭킹 상위권 국가 대부분이 포진한 유럽이 실제로 월드컵 무대에서 사라질 경우,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등 FIFA의 상업적 기반은 순식간에 붕괴될 위험이 크다.

 

유럽의 강경 노선과 달리 타 대륙 연맹들은 FIFA의 손을 들어주며 축구계의 분열 양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아프리카축구연맹 소속 54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 남미와 북중미의 주요 국가들은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는 FIFA가 배분하는 지원금에 의존도가 높은 대륙들과 독자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유럽 사이의 경제적 격차가 정치적 입장 차이로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분 매각 논란을 넘어 세계 축구 주도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쟁탈전이라고 분석한다. UEFA는 FIFA가 회원국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에 오랫동안 불만을 쌓아왔다. 이번 보이콧 선언은 인판티노 회장의 일방통행식 운영에 제동을 걸기 위한 유럽의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만약 양측의 극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2026년 월드컵은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FIFA 내부에서는 유럽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추가적인 유인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UEFA는 인판티노 회장의 퇴진까지 염두에 둔 듯한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축구 팬들은 사상 초유의 월드컵 파행 위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주요 스폰서들 역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계약 파기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축구의 통합을 책임져야 할 FIFA가 오히려 분열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인판티노 체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