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대원 회고전, 덕수궁서 피어난 한국적 색채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이대원 화백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작가 사후 처음으로 기획된 대작 중심의 전시로, 12세 시절의 초기작부터 타계 직전의 대형 유화까지 120여 점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과거 정치적 사건과 맞물려 경매 시장에 나왔던 희귀작 '농원'이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개막 전부터 미술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화폭을 가득 채운 강렬한 원색의 점과 생동감 넘치는 선들은 한국적 미감이 서양화의 틀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대원은 서구식 추상화가 화단을 휩쓸던 시기에도 구상화의 길을 고집하며 한국의 자연을 탐미적으로 그려낸 화가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조선시대 공예품과 동양화 기법의 현대적 수용에 있다. 그는 나전칠기와 화각, 자수 등 전통 공예품을 수집하며 그 속에 담긴 색채 감각을 자신의 유화 작업에 적극적으로 녹여냈다. 서양의 점묘화를 연상시키는 그의 독특한 기법은 사실 동양화에서 이끼를 표현할 때 쓰는 '태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전통의 미의식을 서구적 매체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농원' 연작은 작가가 파주 화실에서 마주한 산과 나무를 반복해서 그린 대표적인 작업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그의 화풍을 추적해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묘미다. 1970년대에는 원근법이 살아있는 3단 구성의 정적인 색점이 주를 이루었다면, 80년대에 들어서며 공간이 압축되고 역동적인 색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9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원근이 완전히 사라진 평면적인 구성을 띠며 동아시아 특유의 회화적 공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미 한국대사관이 소장한 대작 '담'을 비롯해 가로 7미터에 달하는 '도리화' 등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수작들도 대거 출품됐다. 이 작품들은 서양의 원근법적 깊이 대신 색점과 색면의 촘촘한 병치를 통해 화면의 밀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미술 평론가들은 이대원을 이중섭, 박수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구상미술의 거벽으로 평가하며, 그가 창출해낸 낭만적이고 탐미적인 자연이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독보적인 위치를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대원에게 전통 공예의 가치를 일깨워준 스승 사토 구니오와의 인연도 깊이 있게 다룬다.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 사라졌던 사토의 작품 '설정'이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으로 공개되어 한일 미술 교류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잇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토가 남긴 한국 공예품 스케치와 아카이브 자료들은 일제강점기 일본 미술가들이 한국 근대 화가들에게 미친 영향과 그 속에서 피어난 독자적인 미의식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토대가 될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회고전을 시작으로 일본 내에 흩어져 있는 한국 현대미술 관련 자료들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도쿄문화재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미술의 국제적 맥락을 짚어보는 작업도 병행된다. 전시는 오는 11월 초까지 이어지며, 관람객들은 덕수궁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적 색채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이대원의 화업은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한국적 미감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고 있다.

 

한화, 류지현에게 해법 맡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제15대 감독으로 류지현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한화는 13일 류 감독과 계약 기간 3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류지현 감독이 한화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류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LG 트윈스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LG 사령탑을 맡았던 2021년과 2022년에는 팀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이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도 지도력을 입증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고,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며 국제대회 성과를 남겼다.한화는 류 감독의 경험과 운영 철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화는 리빌딩과 성적 도약 사이에서 굴곡을 겪었다. 2025시즌에는 김경문 전 감독 체제에서 정규시즌 2위에 오르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올해는 투수진 붕괴 속에 57승83패4무, 9위로 시즌을 마쳤다. 팀 홈런 1위, 팀 득점 2위에 오를 만큼 공격력은 있었지만 마운드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류 감독의 과제도 분명하다. 한화는 젊은 야수진과 장타력을 갖춘 타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발과 불펜의 안정감 회복이 시급하다. 단기 반등을 넘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려면 마운드 재건, 유망주 성장, 베테랑 활용의 균형이 필요하다. 국가대표팀에서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을 묶어낸 경험이 한화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계약을 마친 류 감독은 구단을 통해 “한화 이글스라는 좋은 팀의 감독을 맡겨주셔서 감사하다”며 “최고의 팬들과 함께 승리를 쌓아가며 강팀으로 나아가겠다. 구단의 비전인 명문 구단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프런트에도 변화가 생겼다. 손혁 전 단장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단장직에는 석장현 전 경영지원실장이 내정됐다. 석 신임 단장은 2003년 한화에 입사해 스카우트, 홍보, 운영, 전략, 경영지원 분야를 두루 거쳤다. 한화 직원 출신이 단장에 오르는 것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현장과 프런트,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류 감독과의 호흡이 기대된다.한화는 앞서 김경문 전 감독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김 전 감독은 2024년 6월 부임해 첫해 8위에 그쳤지만, 2025시즌에는 팀을 정규시즌 2위로 끌어올렸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으며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비록 LG 트윈스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긴 침체를 겪던 한화에 가을야구의 기억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올해 한화는 기대와 달리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타선은 리그 정상급 생산력을 보였지만 투수진이 흔들리면서 초반부터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결국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시즌 종료와 함께 감독과 단장이 모두 물러나는 변화가 이어졌다.김경문 전 감독은 퇴임하며 “한화에서 1000승도 달성했고 구단에 감사하다.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어디서든 들리던 ‘최강 한화’ 응원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이제 한화는 류지현 감독 체제로 다시 출발선에 선다. 김경문 체제가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면, 류지현 체제의 임무는 그 가능성을 꾸준한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뜨거운 팬심과 공격력을 바탕으로 한화가 다시 상위권 구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새 사령탑의 첫 시즌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