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뚜기·비비고 면 전쟁, 폭염 특수에 매출 껑충

 유례없는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외식 대신 집에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냉면과 막국수 등 여름철 대표 면 요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 시장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식품 기업들은 전문 식당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고품질 제품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수준을 넘어 유명 맛집의 비법을 담거나 스타 셰프와 손잡은 프리미엄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달 냉장 냉면과 막국수류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장세의 배경에는 경기도 용인의 유명 맛집인 '고기리 막국수'와 협업한 제품의 인기가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식당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집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 밖에도 콩국수나 메밀면 등 여름 전용 봉지면 제품들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여름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면 요리 전문 기업인 면사랑 역시 폭염 특보가 집중된 기간 동안 눈에 띄는 매출 상승을 경험했다. 특히 무더위 속에서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냉동면과 간편 육수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끓는 물에 짧은 시간만 익히면 되는 메밀면이나 우동면은 불 앞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개별 포장된 냉면 육수는 국수뿐만 아니라 묵사발 등 다양한 여름 메뉴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 덕분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유명 셰프와의 협업은 간편식 시장의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화제가 된 요리 경연 프로그램 출연자인 최강록 셰프와 손잡고 들기름 막국수와 평양냉면을 선보여 매출이 전주 대비 150%나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점 수준의 진한 육수와 고유의 풍미를 살린 고명을 더해 간편식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스타 셰프의 인지도와 비비고의 브랜드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품귀 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자 경쟁 기업들도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며 수요 선점에 나섰다. 대상 청정원은 특정 대형 마트 전용 상품으로 열무비빔국수와 물냉면을 출시하며 대용량 구매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LF푸드 역시 살얼음의 질감을 살리고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한 시즌 한정판 냉면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업들은 폭염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별화된 맛과 조리 편의성을 갖춘 제품군을 더욱 보강할 계획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폭염과 더불어 지속되는 외식 물가 상승이 간편식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냉면 한 그릇 가격이 만 원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유명 맛집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간편식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무더위가 꺾인 이후에도 고착화된 소비 습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식품업계는 당분간 여름 면 요리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하며 폭발적인 수요 증대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